▲노동시장의 불안정계층이 노인이 되었을 때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의 연금액이 상향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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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의 비율)은 기본적으로 40년 가입을 전제로 한다. 가입자가 완전고용·정규직·전일제 노동자라는 가정하에 설계된 제도다. 현재의 노동시장에서는 일부만 이 조건을 충족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장 국민연금 가입률은 30% 후반이다. 정규직의 경우 2014년 82.2%에서 2021년 88.8%로 꾸준히 높아졌지만 비정규직의 직장 국민연금 가입률은 2014년 38.5%에서 2021년 38.4%로 변화가 없다. 2020년엔 오히려 37.8%로 낮아진 바 있다. 가입기간은 앞으로 70년 동안 평균 18~27년으로 전망되며, 실제 받게 될 급여액 수준을 보여주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평균 22~24%에 불과하다.
급여액은 가입기간과 소득 수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에 명목 소득대체율과 차이가 크다. 근로연령층이 노동시장의 불안정 계층으로 남아 있을 경우 노인이 되었을 때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들이 실제로 받는 연금액이 상향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다만, 연기금의 장기 재정부담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시점에서 다양한 가입 지원을 위해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가입지원으로 실질보장성 강화 필요
첫째, 도시지역 가입자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사업주가 절반, 농어민 가입자는 국가가 대략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지역 가입자만 전액 본인이 부담하고 있어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다.
도시지역 가입자에게도 농어민 수준으로 보험료를 지원하여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 영세자영업자들, 불안정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오르도록 해야 한다. 또, 저소득 노동자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보완해야 한다.
둘째, 크레디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크레디트 제도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해주는 제도다. 많은 나라에서 연금수급권 보호와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크레디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출산, 군복무, 실업 크레디트(credit)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둘째부터 적용하는 출산 크레디트를 첫째 자녀부터 적용하고, 군복무 크레디트는 현행 6개월에서 복무기간 전체로, 실업 크레디트도 생애 1년에서 실업 기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은 상시고용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7.8%로 OECD 회원국의 최저보장연금 평균 급여 수준 19.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초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여 현세대 노인 빈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공적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05년 이전까지 일반 국민에게는 국민연금이 유일한 공적연금이었으나 2006년 퇴직연금, 2007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한국의 법정 연금체계는 3층이 됐다. 향후 기초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퇴직연금은 연금제도로 성숙시키는 종합개혁이 필요하다. 연금을 둘러싼 불안을 해소하고 계층별로 적절한 노후를 보장하는 중장기 '다층연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공적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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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소득대체율 인상 틀을 넘어서자
지금까지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이었다.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 충분치 않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노인빈곤율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시점에서 명목소득대체율만 인상하면 수지 적자는 심화된다.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 40%를 45%로 인상할 경우 적립금 소진 시점은 2년 빨라지고, 50%가 될 경우 3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금도 국민연금 수지불균형이 크고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보험료율 인상이 수반되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과연 최선의 대안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비단 재정부담뿐만 아니라 소득대체율 인상이 노후빈곤 개선에 실제로 효과적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 50%로 인상하면, 25년 가입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연금액이 각각 월 7만 원, 14만 원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평균이고, 소득이 낮은 가입자일수록 가입 기간이 짧다는 현실을 반영하면 인상액은 차이가 난다.
예컨대 소득대체율 50%가 되면 15년을 가입한 100만 원 소득자의 연금액은 6만 원이 늘어나는 반면, 20년 가입한 300만 원 소득자의 연금액은 20만 원이 늘어난다. 소득과 가입기간의 격차를 최대치로 대비하면 10년 가입 100만 원 소득자는 4만 원이 늘고, 40년 가입 최고 소득자는 35만 원이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애초 하후상박 형태로 저소득 가입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노동시장 문제 때문에 가입 기간이 긴 정규직·고소득·안정적 가입자가 더 큰 혜택을 받도록 작동하고 있다. 만약 보험료율이 높아지고 가입기간이 늘어난다면 격차는 줄어든다.
따라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세대 내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가입기간을 늘리기 위한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질소득대체율 인상은 가입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재원을 투입하여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격차를 줄이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50%일 때 소득·가입기간별 월수령액 (괄호안은 소득대체율 40% 대비 인상액, 2028년 가입 기준, 2018년 현재가 기준)
국민연금공단
'공적연금 보장성 강화'를 추구한다는 점은 동일하나 그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생산적 토론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공통의 전제를 넓혀야 한다.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것이 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거나, 세대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거나, 공적연금 축소 및 사적연금 확대 주장으로 치부되어서는 곤란하다. 연금개혁은 단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재정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은 함께 갈 두 바퀴이며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박선민 / 국회 이은주 의원실(정의당) 보좌관
박선민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박선민은 2004년부터 국회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중 12년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했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복지국가를 만들고자 합니다. 민주주의가 튼튼할수록 우리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고 믿으며, 정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지은 책으로 <스웨덴을 가다>, <불편할 준비>(공저),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내 손으로 만드는 내 삶을 위한 정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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