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과 가족 및 친구들이 인사하고 있다. 2020.2.3
연합뉴스
한국군의 규모는 과연 얼마여야 하는가
병역제도 논의의 시작점은 병역 형태나 군 구조 개편이 아니다. 징병제냐 모병제냐, 남성 징병이냐 여성 징병이냐, 부사관 중심이냐 병사 중심이냐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군의 규모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 "50만 대군을 유지해야 하는가?"가 그것이다. 병력 규모가 합의되지 않으면 병역제도 개편 논의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병력 규모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편제 변경과 그에 따른 방위 전략의 목표와 작전계획 변경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작전 계획을 바꾸자면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권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병력 규모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사관을 50%로 증원한다든가, 일반병 복무기간을 줄이고 부사관의 수를 늘린다는 식의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감군 논의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과 전략적 목표에 대한 총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0년 2월 육군본부가 발표한 <육군비전 2050>에 따르면 현실적 여건 하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한국군은 2050년 기준 30~35만 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군 구조와 편제는 그대로 두고 병력만 15만 명이 줄어드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인구 감소와 병력 감축이 상수인 상황에서 그에 따른 객관적인 상황 평가와 안보 전략의 재설정 작업이 시급하게 시작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군이 5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병력과 다수의 전방 사단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사 시 북한 안정화 작전', 즉 전쟁 발발 시나 북한 정권 붕괴 시 한국군이 북진하여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휴전선 이북 지역을 온전히 수복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촘촘하게 사람을 두어 휴전선을 경계하다 전쟁이 나면 육로로 넘어오는 북한군을 막기 위해 전방에 줄지어 사단을 배치해둔 까닭도 크다. 이러한 전략 목표가 여전히 현실적인지,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위 전략인지 평가하고 적정 병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병역 제도는 안보 전략의 문제다. 윤석열 후보처럼 '20년 뒤에는 모병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태평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20년 뒤에 병역제도가 바뀐다.
방위 전략 수정, 병역 규모 재설정, 모병 병력에 대한 유인의 마련, 군의 인권 상황 개선 등 딸려 있는 문제 모두 하루아침에 해결 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 시작점이 바로 우리 군의 적정 병력은 몇 명이어야 하는지 논의하는 일이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감군의 구체적 목표와 근거를 두고 논박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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