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아이슬란드지부 브린디스.
김민수
Male
Female
Unspecified
사전 입국 등록을 하면서 마주친 새로운 선택지, 성 정체성을 '불특정'으로 표기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26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있는 앰네스티 아이슬란드 지부, 우리와 만난 브린디스 뱌르나도티르(Bryndis Bjarnadottir)는 "자신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변화다, 아이슬란드에서도 꽤 새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젠더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컨셉(개념)이다. 여기에 자신을 구겨 넣는 걸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하다. '성 및 젠더 자율성에 관한 법안'이 2019년 쉽게 통과된 배경이다. 물론 아직 성적 고정 관념은 존재한다. 성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으면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인터섹스와 같은 새로운 논의가 꽤 많이 이뤄졌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앞서 인터섹스 인권활동가 키티 앤더슨이 언급했던 '우리의 목표'도 아이슬란드에서는 2019년 달성했다고 전했다. 브린디스는 "인터섹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성기를 평범하게 만드는 수술을 병원에서 받아야 했었다, 사회에서 딱 정해진 성에, 남자 또는 여자로 맞췄던 것"이라면서 "그 수술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정부를 압박했고, 작년(2020년) 12월에 해당 법안이 통과됐다"고 소개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합리적으로 반영·개선해서 제도화하는 것이 정부나 국회의 책임이다. 21년 동안이나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서 표류했던 현실을 떠올리면, 아이슬란드의 '정치적 경향성'은 확실히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브린디스는 "지난 14년 동안 아이슬란드가 성평등지수에서 세계 1위였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매우 많다"면서 "아직도 CEO 중 여성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젠더 쿼터 할당제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앰네스티 지부에서 13년 동안 일했다는 브린디스가 강조한 말이 있었다.
"특히 여성 인권 문제는 국제적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 최전선에서 사람들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 이건 앰네스티 정체성이기도 하다."
앞서 윤 사무처장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는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했고, "여성들이 세계의 절반이니 함께 목소리를 확 내면 정말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약속
▲ 원정대는 아이슬란드 사전 입국 등록을 하면서 'X'와 마주했다. 자신의 성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변화였다. 아이슬란드 평등 시스템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정책 사례였다. 경향성,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앞서 우리에게 "국제적 연대에서 중요한 건 경향성"이라고 했다. 연대는 새로운 경향성을 만들어낸다. 두 나라 지부는 여성 인권 관련 보다 긴밀한 연대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 독립편집부
당연히 서로 대화를 이어가고 연대 행동을 같이할 수 있죠. 지부끼리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앰네스티 아이슬란드 지부가 한국지부에 보내 온 이메일 내용)
지난 9일 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양국 지부 활동 상황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그 내용을 회원들에게 알리자는 한국지부 측 제안을 아이슬란드 지부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특히 한국지부는 '디지털 성폭력' 관련 보고서를 공유하고 아이슬란드의 '젠더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하나의 구체적인 연대가 이뤄진 것이다.
"여성과 남성은 동일한 권리를 갖고 있다. 이건 국제적으로 너무 많이 언급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씌워진 족쇄는 견고하다. 그래서 더 굳건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거다. 투쟁의 결과를 얻는 게 멀리 보일 거다. 그래도 계속 싸워야 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권리는 당신의 것이니까." (브린디스 뱌르나도티르, Bryndis Bjarnadott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