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총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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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낙담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보호는 애당초 없는 셈 쳤지만, 믿었던 카르텔 쪽의 보호도 기대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이르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각자 집단속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도둑들은 마을에서 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옆 마을까지 원정을 다니면서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럴수록 이들이 카르텔의 비호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심증은 더욱 확고해졌다.
다시 또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는 와중에, 마을 사람들의 낙담을 구원해 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집 저집 터는데 재미를 붙인 도둑들이 그만, 카르텔 말단 조직원의 집에 들어가 그가 애써 벌어들인 돈으로 사 모은 운동화를 깡그리 쓸어가 버렸다는 소문이 마을 이곳저곳을 둥실둥실 떠다녔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그들이 조직의 비호를 받는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안도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도둑들에 대한 동정이 일기 시작했다. 그 소문을 들은 옆집 아저씨 돈 아벨이 혼잣말을 뱉어내며 툴툴거렸다. "젠장, 조만간 잘라진 손모가지 네 개를 보게 생겼구먼..."
'들림'을 당하다
일단, 도망을 가긴 한 모양인데 그들의 안위가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부터 헬기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여차 하면 어느 집 지붕에라도 내려앉을 것처럼 낮게 날았다. 사람들은 사탕수수 밭에 약 뿌리는 헬리콥터 일 것이라고, 그렇게 애써 강조했지만, 헬기는 산자락 언저리의 사탕수수 밭 대신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거의 한달 가까이 종횡무진 마을을 쑤시고 다니던 도둑 두 명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 그로부터 다시 며칠 후, '어디선가 들림을 당했다'라는 말이 돌면서 그들을 둘러싸고 마을을 돌던 소문도 잠잠해졌다. 휴거도 아니고, '들림'을 당했다니 언뜻 이해가 쉽지 않지만, 이곳 멕시코에서 납치를 대신해서 흔히 쓰는 말이다. 누군가에 들려, 사라졌다는 말이다. 일단, 어디서든 들림을 당했다면, 상황종료와 다름 아니었다.
그 즈음 그들의 출신부터 행적이 간간이 회자됐다. 알고 보니 인근 출신이 아니라 아주 먼 대서양쪽 어디쯤에서 온 사람들이더라 라고 했다. 누구를 통해 그런 정보들이 나오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에 대한 소문은 구체적이고 자세했다. 마침 그 즈음 우리 마을이 속한 주州가 부도를 선언하면서 수개월 째 급여를 받지 못한 공무원과 교사와 경찰이 파업을 하고 있던 터였다. 도둑들에게는 호시절일 수밖에 없었고, 어쩌면 그 소문을 듣고 우리 마을까지 원정을 왔는지도 모르겠다.

▲2019년 10월 14일 멕시코 미초아칸 주 아길릴라에서 마약 조직의 매복 습격을 받아 경찰 13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그들이 들림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하기도 했다. 너무 멀리서 와서 마을의 '질서'를 몰랐던 것이라고. 그래도 도둑질은 나쁜 것이니 들림을 당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죗값이라고. '들림'에 대한 책임은 애당초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며칠 후, 마을 어귀 외진 도로변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누군가는 차량 두 대가 서로 쫒고 쫒기다 그 부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차량 한 대가 그 곳에 시체를 유기하고 갔다고 한다. 거기까지다.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더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묻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은 죽은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안다. 다만 서로 입 밖으로 흘려내지 않을 뿐.
두 구의 시체
물론, 두 명의 도둑이 '들림'을 당한 후 발견된 두 구의 시체에 대해서는 마을에서 어떤 정보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분명 도둑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두 구의 시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한 해 멕시코에서 피살된 건 수는 3만 7000건을 넘어섰다. 그 중 용의자가 검거된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일부 주에서는 용의자 검거율이 1%에도 이르지 못한다. 통상 피살된 자 열에 아홉은 범인을 밝히지 못한 채 유야무야 묻힌다. 마을 어귀에 버려진 두 구의 시체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1월 중순 우리 마을에 도둑 두 명이 활개를 치고 다니다 들림을 당할 즈음 멕시코 어느 곳에서는 하룻밤 새 10구 이상의 시체들이 마을 한복판 고가도로에 걸렸다. 이 사건 역시 한 달 가까이 수사 중이지만 단 한 명의 용의자도 검거되거나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시체를 시내 한복판 고가도로에 내거는 것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공권력을 조롱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다.
: Imagen 뉴스 화면 캡처
이번에도 공식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도둑이 겁 없이 활개 치며 활동하던 기간이 다소 길어져 한 때 마을 사람들이 회의에 들긴 하였지만, 결국 우리 마을 공식대로 흘러갔다. 물론, 내가 사는 마을이 멕시코의 전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멕시코의 아주 독특한 마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수많은 층으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멕시코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당분간 우리 마을 사람들은 도둑 걱정 없이 살아갈 것이다. 이런 문제를 비교적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의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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