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4층에서 인천문화재단과 한국근대문학관이 주최한 '황석영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 - 철도원 삼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사회는 근현대문학 연구의 한 길을 걷고 있는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한국근대문학관 동영상
최원식 교수는 북콘서트에서 이 소설에 등장한 철도의 의미와 '도시파 작가' 황석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철도는 근대의 상징이다. 재밌는 건 <철도원 삼대>에서는 근대를 이끌어온 철도가 탈(脫)근대로 또는 근대 이후로 가는 데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아주 감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촌파'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문학에서 황석영 선생은 '도시파'를 정통으로 계승하고 있는 작가다."
최 교수는 "(1931년 쓰여진) 염상섭의 장편소설 <삼대>가 한반도 근대의 입구라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근대의 출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황석영의 출생지인 만주 장춘(신경 新京)이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황 작가는 "<철도원 삼대>에 만주 이야기를 (자세하게) 넣으려 했는데 쓸 게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뺐다"며 아쉬워했다.
황석영 작가가 철도와 철도원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풀어낸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작가의 말'과 북콘서트를 통해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가 소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들은 "이름 석자로 남아서 사건의 먼지 같은 부분이 되어버린 이름 없는 노동자"였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 속에서 그려졌으나 이들은 사건의 조서와 법정 기록에 이름만 나와 있는 무수한 민중의 조합"이었다.
"우리 근현대문학에서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 일제강점기에 잠깐 있었던 카프의 흔적에서도 대부분이 단편소설이거나 도시빈민 일용노동자 또는 룸펜 계층을 다룬 것들이며 산업노동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본격적인 장편소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까지 쓰인 장편소설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농민을 위주로 한 작품들이었다.
나는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했다. 또한 이것은 이지러지고 뒤틀리고 하면서도 풍우의 세월을 견뎌온 한국문학이라는 탑의 한 부분에 돌 하나를 끼워넣는 작업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북콘서트에서는 황석영 작가가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 가출했던 에피소드도 등장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께 야단맞고 큰누나 가방에 있던 돈을 갖고 영등포역에서 인천 가는 기차를 탔다는 것이다. 그는 난생 처음 본 바다에 압도됐다. 부둣가 시장 좌판에서 잠을 잤는데, '주안댁'이라고 불리는 좌판 주인이 깨워 영등포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그게 인연이 돼 주안댁 아주머니와 황 작가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언니, 동생'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그런 탓에 종종 인천과 영등포를 오가는 일도 많았고, 인천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황석영이 현실에서 만난 그 주안댁은 <철도원 삼대> 이백만의 부인인 주안댁으로 등장한다.
황석영 작가 "인천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까닭

▲지난 12월 3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4층에서 인천문화재단과 한국근대문학관이 주최한 '황석영 작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 - 철도원 삼대'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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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죽을 때가지 쓰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던 황석영 작가는 이날 북콘서트에서 "(제 스스로) 생물학적인 건강 상태를 따져보면 90세까지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게 앞으로 10년이라고 한다면 아마 <철도원 삼대> 같은 장편소설을 세 권 정도는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황석영이 생각하고 써내려간 (황석영 식) 소설의 양식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며 그 양식의 이름은 '민담(民譚) 리얼리즘'이라고 말했다. "원로라고 꽃 달고 심사 다니면서 인사나 받고 하는 일이나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 본인의 문학기념관을 짓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현역으로 죽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석영 작가는 <철도원 삼대>를 쓰는 동안 두 작품을 구상해뒀다고 밝혔다. 하나는 장편을 쓰기 전 징검다리 삼아 쓰는 '어른을 위한 철학동화'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는 "미륵사상의 유교적 발현이 동학이고 선교적 발현이 증산도라면 그 불교적 발현이 원불교"라며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탈(脫) 인간 중심주의에 기반한, 불교의 열반경 이야기를 성인 동화로 풀어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성인 동화를 펴내 '실탄'을 마련한 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장편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1920년 간도 항일단체가 무장투쟁을 위해 은행에서 군자금을 탈취했던 일이 있었다. 소위 '만주 15만원 사건'의 핵심 인물인 한 연변 청년이 카자흐스탄으로 도망가서 말년에 무명으로 돌아간 홍범도 장군과 3년을 함께 지낸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쓰려고 한다고. 계획대로 된다면, 향후 10년 동안 쓸 계획인 세 권의 장편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 될 것이다.
최원식 교수와의 대담을 마친 뒤,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황석영 작가는 "내 문학은 인천과 잘 맞는다"면서 "인천에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항 이후 근대의 인천과 황석영의 작품세계와는 '정서적 동일성'이 있기에 남은 인생은 인천에서 현역으로 마감하고 싶다는 뜻이다.
문학평론가인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서울신문>에 쓴 글에서 <철도원 삼대>를 읽고 난 소감을 이같이 얘기했다.
<철도원 삼대>를 탐독하면서 소설이 당대의 중대한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지나온 역사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주요한 수단임을 다시금 절감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제가 단지 계몽적 차원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작품 속의 '결국 조직이란 모든 약하고 외로운 개인들의 집합체였다'는 표현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시선을 담고 있다.
...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한 <철도원 삼대>에는 작가 사인이 인쇄돼 있다.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한줌 먼지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노동운동가 진오는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에서 할아버지 이일철과 아버지 이지산을 통해 그에게 전해진 의미는 무엇이었을까'라고 되묻는다. 소설에는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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