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S와 한국갤럽의 조사 설계 비교같은 전화면접조사인 두 조사가 세부적으로 조사 설계가 어떻게 다른지 간단히 비교를 했다.
김봉신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를 설명한다면 아래와 같다. 첫째, 표본 추출틀에 유선전화번호를 포함해 조사하면 보수 성향자가 추출될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경험적인 일반화인 것 같다. 한국갤럽은 유선전화를 통해 모바일 번호로는 추출이 쉽지 않은 여성 고령자를 추출하려 한다고 알려져 있다. NBS에서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통신 3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니 여성 고령자 추출을 위해 유선 번호를 쓸 필요가 없다.
둘째, NBS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추출틀로 하는데 여기에는 알뜰폰 번호가 포함되지 않지만, 한국갤럽의 RDD(Random Digit Dialing,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번호에는 알뜰폰 번호가 포함된다는 차이가 있다. 잘 관리된다면 RDD가 더 좋은 추출틀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알뜰폰 번호가 체계적으로 성향을 달리해 편향을 발생시키는지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고, 실제 알뜰폰 번호의 다수는 사람이 쓰지 않고 태블릿 등 기계에 물려 있다고 한다.
셋째, 오후 6시까지 낮에만 조사하는 한국갤럽과는 달리 NBS는 밤 9시까지 조사했다. 낮 시간대에 전화를 받기 어려운 응답자도 추출하고자 하는 것 같다. 과거 휴대전화 번호를 쓰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한국갤럽도 늦은 오후에서 밤까지 조사를 했으나 RDD를 통해 조사하면서부터는 시간대별 조사 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보는 것 같다.
넷째로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응답률이다. 한국갤럽은 15% 정도인데, NBS는 30% 정도다. 응답률은 통화 연결에 성공한 응답자 중에서 마지막까지 문항까지 응답을 완료한 응답자의 비율이다. 그러니 연결된 후 바로 끊은 대상자를 연결이 됐다고 간주할 것인지 여부, 바로 끊은 대상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 것인지 내부 규정, 설문의 길이 등에 영향을 받는다. 숙련된 면접원은 응답 적극성을 제고하고 응답 저항감을 낮추는 능력이 있는 인력이다. 어느 회사에서 숙련된 면접원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어떤 조사가 맞고 틀리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왜 다른지는 알 수 있어야
필자는 위와 같은 몇 가지 조사 설계의 차이가 전화면접조사의 결과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결론내고 싶다. 표본 추출틀에서 한국갤럽의 유선번호는 응답자 중 보수 성향자의 비중을 높이는 이유가 됐을 수 있고, 낮에만 조사했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받기 어려운 직업군은 표본에 포함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응답률이 낮다는 것은 표본대체가 NBS 대비 더 많았다는 것인데 최근 응답 적극성이 강한 보수 성향자의 추출 확률을 높였을 개연성이 있다.
결국, NBS가 응답 적극성이 어느 정도 약한 응답자까지 응답을 독려해 심층 여론까지 확인한 결과라고 한다면, 한국갤럽은 꾸준히 적용해온 조사 설계에 따라 표층과 중층까지 응답자를 추출했더니 저런 결과가 나왔다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조사 설계가 완전히 동일한 여론조사는 흔치 않다. 당내 경선이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이 완전히 맞춰서 조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론에 공개되는 여론조사 중 같은 설계는 없다. 또한 어떤 조사가 유권자 투표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더 우수하고, 그래서 투표 결과에 더 근접할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흔히 이야기하듯,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추세'다.
이번 글에서는 전화면접조사에 대해 다뤘다. 다음 글에서 ARS조사는 어떤지를 집중적으로 다뤄 보고자 한다. 과연 위에서 언급한 조사 설계가 ARS조사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다른 논란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래서 조사결과를 볼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함께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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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표조사 NBS 54차 조사 개요(11월 3주차)]
조사기관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 조사기간 : 11월 15일~17일 / 조사대상 :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4명 / 조사방식 :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30.2%.
[전국지표조사 NBS 55차 조사 개요(11월 4주차)]
조사기관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 조사기간 : 11월 22일~24일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 / 조사방식 :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29.6%.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473차 조사 개요(11월 3주차)]
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기간 : 11월 16일~18일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 조사방식 :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응답률은 15%.
위 조사에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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