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금강산과 해금강의 절경을 비롯해,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남북 최전방 초소 등을 살펴보고 있다.
권우성
전망대에 들어선 나는 7번 국도부터 살폈다. 금강산 육로관광 길이었다. 7번 국도와 해안선 철책 사이에 동해북부선 철도로 나 있었다. 남과 북이 마음만 열면 열릴 수 있는 길이었다. 금강산 구선봉과 송도, 그리고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서린 감호, 해금강을 뜯어보기 시작한 것은 그 뒤부터였다. 구름이 끼어 희미해진 풍광은 흐린 날의 수채화 같았다.
[통일전망대-화진포] 김일성 별장 '파노라마 영상'과 솔 그늘
"선배, 여긴 서울보다 5도 낮답니다."
전망대 출입관리소에서 헤어질 때 권우성 사진기자가 귀띔한 말이다. 승용차를 타고 동해안 풍경을 담던 권 기자가 자전거로 출발하는 나에게 위로 차원에서 건넨 말인 듯했다. 실제로 '열대야' '최악 더위' 등의 소식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지만, 페달을 밟을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의 세포를 깨웠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한쪽 차선을 거의 독차지하면서 초도항을 거쳐 8.5km를 달렸다. 해당화 꽃이 핀 도로에선 노래를 불렀다. 솔밭과 화진포해수욕장 사이로 난 길을 지나 3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이 이승만 별장이다. 3000원을 내고 김일성 별장, 이기붕 별장 등을 관람할 입장권을 샀다. 3개의 별장, 이 존재만으로 이곳의 비경을 짐작할 수 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이승만별장.
권우성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이승만별장.
권우성
"여긴, 35년 전에 내가 빗자루 들고 청소했던 곳이여."
별장에 오르면서 후배 이준호 기자에게 큰소리를 쳤다. 잠시나마 내 손때가 묻은 곳이다. 군복을 입고 빗자루로 쓸던 흙마당은 나무 깔판과 대리석 바닥으로 바뀌었다. 시멘트 구조물밖에 없었던 텅 빈 공간은 각종 기록과 유품으로 채워졌다. 이승만 찬양일색인 전시물 중 이런 대목도 눈에 들어왔다.
"1960년 3월 15일의 정·부통령 선거를 규탄하는 4.19 학생들의 시위가 경찰 발포에 의해 많은 인명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태로 전개됐다. 뒤늦게 부정선거를 알게 된 이승만 대통령은 스스로 하야를 결심하였다."
그가 부정선거를 뒤늦게 알았을까? 역사는 편집된 사실의 기록이다. 진실이 아닐 때도 많다.

▲강원도 고성군 김일성별장과 화진포해수욕장.
권우성

▲강원도 고성군 김일성별장.
권우성
화진포가 내려다보이는 이승만 별장과는 달리 김일성 별장에 서면 화진포 해수욕장의 하얀 백사장과 바다를 볼 수 있다. 2층에선 눈부신 풍경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진다. 녹색에 가까운 짙은 쪽빛 바다가 투명하게 일렁인다. 1938년경 독일 망명 건축가 베버가 지은 원통형 2층 석조건물인데, 1948년 김일성 가족들이 찾았던 곳이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이기붕별장.
권우성

▲화진포 이기붕 별장 옆의 '금강 소나무길' 풍경
김병기
이곳에서 나와 이기붕 부통령 별장으로 가다가 숲길로 샜다. 잠깐이었지만 100년 이상 된 울창한 금강 소나무 샛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솔향기로 흠뻑 젖은 온몸의 땀을 말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솔잎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었다. 동해안이 서울보다 5도 낮았던 것은 거센 바닷바람과 오감을 사로잡는 이런 솔 그늘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깨를 짓누르던 일상의 무게를 덜면 마음의 온도는 내려간다.
▲ 해안선 1만리 두 바퀴 여행-동해안 1편 해안선 1만리 두바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동해안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화진포까지의 영상입니다. ⓒ 김병기
[내가 간 길]
대진항 →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 통일전망대 → 출입신고소 → 화진포해수욕장 → 화진포 → 이승만 별장 → 김일성 별장 → 솔밭 → 이기붕 별장
[인문·경관 길]
통일전망대 : 북위 38도, 이북 88km 지점의 우리나라 최북단 전망대. 모래 해변 뒤쪽으로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송도 등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대진항 : 동해안 최북단 항구. 명태가 주종이었지만, 지금은 넙치·문어·청어 등이 많이 잡힌다. 위판장에 가면 싱싱한 물고기를 싼값에 구입해 맛볼 수 있다.
화진포 : 해당화 꽃이 만발해서 '화진포'다. 동해지역 최대 담수호, 연어·숭어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이승만·김일성·이기붕 별장을 관람하면서 과거를 조망할 수 있다.
[사진 한 장]
통일전망대에서 본 금강산과 김일성 별장에서 내려다 본 쪽빛 동해
[추천, 두 바퀴 길]
이기붕 별장 옆 금강 소나무 길
[밥&거처]
거처 : 대진항 주변에 펜션이 여럿 있다.
밥집 : 대진항 횟집에선 싱싱한 활어와 문어 등을 맛볼 수 있다.
[자전거팁 : 운반]
도심 전철 끝 칸에 타서 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고속버스 짐칸에 실으면 된다. 뒷바퀴부터 짐칸에 들이밀면 쉽다. 전철역 계단 양측 끝 자전거 이동 통로를 이용하고, 부득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경우, 굴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중교통 연결 수단이 없을 때에는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콜밴을 부르면 된다. 예외도 있지만, 택시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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