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24일(현지시간) 시위대 수만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백신 증명서와 여권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21.7.24
연합뉴스
그렇다면 국내 공공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백신여권 발행을 바라보는 프랑스 여론은 어떤 모습일까? 이와 관련 4일 프랑스의 경제 전문지 <레제코>(Les echos)가 의뢰한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37%의 국민이 정부의 백신여권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에 지지 또는 호감 의사를 표했다. 반면 48%의 국민은 저항운동에 거부감을 나타내 정부의 뜻에 지지를 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저항운동(2018년 발생한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해 반정부 시위로 확산한 저항운동)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노란조끼' 저항운동 당시 그들을 지지 또는 호감을 표했던 여론이 무려 73%에 달했다. 반면 반대 또는 비호감은 15%에 불과했다. 그만큼 사회적·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정부에 반감을 표하는 국민적 여론이 강했다.
반면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여권을 발행하려는 정부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프랑스 대혁명'에 비교하고 싶어 하는 주최 측의 희망과 달리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백신여권을 실제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더 분명하다. 카페 등 공공장소 이용에 백신여권을 사용하겠다는 의견은 77%인 반면 사용하지 않거나 백신여권을 발급받지 않겠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했다.
비행기, 기차 등 장기 여행에서의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각각 80%, 20%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백신 의무화에 대한 찬반도 비슷한 양상의 결과가 나왔다. 백신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61%, 반대 여론은 39%로 나타났다. 기존의 같은 주제의 여론조사들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왔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증명서 발급을 둘러싼 프랑스 국민들의 양분된 생각은 자유에 대한 기본적 사유 방식의 차이와 직결된다. 프랑스는 흔히 자유와 인권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무한 자유를 향한 그들의 열망은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강렬하다. 프랑스 대혁명 직후 작성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도 저항권과 표현의 자유, 생각의 자유 등을 천부적 권리로 명시하며 이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보편성을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금언이 하나 있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La liberté s'arrête là où celle des autres commence)." 그들이 열망하는 무한 자유도 타인의 자유와 충돌이 불가피하다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프랑스인들은 백신과 백신여권의 의무화가 자신의 자유를 침해하지만 전염병의 특성상 만약 거부할 경우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주권자로서의 의무이자 권한 행사다. 주권자는 권리 수혜만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기적 자유방임주의자를 비판하는 한 프랑스 네티즌이 이 금언을 패러디한 글을 사회망에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누군가의 생명은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 나의 이기적 자유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자유는 한 개인이 추구하는 최상의 선(善)이지만 사회는 최상의 선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곳이다. 심지어 숨 쉬는 공기마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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