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네얼링이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 나치 시대에 주로 쓰이던 폰트가 눈에 띈다.
'국민교사' 홈페이지 캡쳐
새로운 무대 '코로나'
법적 조치로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던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 바빠졌다. 코로나 음모론자들과 방역 정책 비판자들, 극우파와 극좌파, 소위 '제국시민'들까지 뒤섞여 진실과 팩트의 대혼동이 일어난 것. '홀로코스트 부정론자(Holocaust-Leugner)'와 '코로나 부정론자(Corona-Leugner)'가 교묘히 섞였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과 '사이다' 발언으로 시선을 끈다. 누가 들어도 허황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무대에서 발언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범법자였던 경우가 많다.
네얼링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2020년 3월 '코로나 콘토 홀로코스트(Corona Conto Holocaust, 코로나, (후원)계좌,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정부의 방역정책은 성가신 시민들을 치워버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후 미디어 보도가 이어지자 집회 주최 측은 그와 "관련이 없다"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범법자를 개입시킨다는 것의 위험성을 깨달은 거다. 물론 네얼링은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초대하지 않아도 시위에 '기자'로 참석해 영상을 찍고, 참여자를 인터뷰한다.
핍박 받을수록 영웅화
제재당하고 처벌받을수록 네얼링은 자신을 '진실과 맞서 싸우는 투쟁가'로 여긴다. 그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8년 5월 이후 월급을 받지 않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재정적으로 후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교사'로서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계좌 차단, 형사처벌, 반달리즘과 같이 반대파와 투쟁하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평안과 이 땅의 모든 국민들을 위해 선하고, 진실 되고, 좋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은 나의 결정이자 의무"라고 쓰고 있다.
최근에는 노선을 조금 바꿨다. '독일 문화의 수호자'다. 독일 문화와 독일 민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랍 출신 유튜버와 협업한다. 상당히 전략적인 방법인데, 나치는 보통 '외국인 혐오'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외국인 혐오주의자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서 범죄 전력을 희석하고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 니콜라이 네얼링을 다룬 독일 공영방송 미디어 플랫폼 Funk
Funk

▲네얼링에 관해 팩트체크 하는 독일 공영방송 콘텐츠
Funk
독일의 음모론 대처법, 공개하고 토론하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생기면 음모론이 발생한다. 나치 범죄가 그랬고, 코로나가 그랬다. 음모론에는 사람들의 감각을 건드리는 요소가 하나씩은 있다. 홀로코스트가 '국뽕'이었다면, 코로나는 '자유'다. 음모론의 대상은 대개 권력층이다. '아래를 향한' 음모론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모론에 더욱 빠져들고, 음모론을 믿고 싶어 한다. 여기서 확실한 팩트는 음모론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이다.
음모론을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음모론을 접할 기회는 더 많아지고, 한 번 보고 나면 관련 정보에 계속 파묻힌다. 음모론을 접하고 이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디어 교육 부문에서 음모론을 다루고 있는 독일연방정치교육원
bpb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독일에서 음모론에 관한 정보가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 연방정치교육원(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이라는 점이다. 나치 이후의 독일 정치교육을 위해 1952년 세워진 정부기관으로 연방뿐 아니라 주마다 센터를 두고 있다.
연방정치교육원은 지난해 5월 음모론에 대한 그간의 콘텐츠를 모아 특별 기획 콘텐츠로 구성했다. 코로나 가짜뉴스가 난무하던 시기다. 정치교육원은 대표적인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소개하고, 배경을 분석하며, 팩트체크를 하고, 팩트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자료도 만든다.
이처럼 사회적 시스템으로 일차적인 정보를 거르고, 비판적 판단을 위한 시민교육이 이뤄진다. 동시에 관련 담론을 무시하지 않고 공론장에 드러낸다(물론 법적·사회적 합의가 완료된 홀로코스트 부정론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독일의 극우주의자나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설 곳을 잃으면서 극우 플랫폼이 생겨나고, 네트워크는 더욱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더 어려워진다. 외면이 아닌 비판과 토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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