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6 12:53최종 업데이트 21.07.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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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파리 인근 롱주모에 있는 ‘모성과 아이 보호기관’(PMI)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 2020.9.23 ⓒ 연합뉴스

 
7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좀 더 행복해진 아빠들을 만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서명운동 등을 통해 각계에서 줄기차게 요구되던 아빠들의 배우자 출산휴가 연장(14일에서 28일로)이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  

아빠들은 아이 출생과 더불어 1주일간 의무적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하며, 나머지 3주는 아이 출생 이후 6개월 내에 자유롭게 시기를 정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쌍둥이가 태어날 경우 이 기간은 35일로 늘어나고, 동성 부부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20년 만에 2배로 늘어나게 된 아빠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① 신생아를 돌보는 역할을 엄마·아빠가 함께 나눠 행하므로써, 아빠들이 자녀와의 친밀감을 형성할 기회를 확대하고 ② 아이의 탄생과 함께 발생하는 직업 내에서의 성 불평등을 축소하기 위함이다.

여성은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긴 출산휴가(16주)나 육아휴직 기간을 갖게 되므로, 직업적 단절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고용주로부터 여성 노동자를 덜 선호하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이 격차를 조금이라도 축소하여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이 제도의 두 번째 목적이다.

최소 1주일 의무 사용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배우자 출산휴가 (단위: 일)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2021.7.1) 배우자 출산 휴가일 그래프 (출처:유럽위원회) ⓒ 유럽위원회

 
2001년부터 실시되어온 아빠들의 출산휴가는 지난 20년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오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있었다. 2주간의 휴가마저도 모든 아빠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평균 70%의 아빠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고, 이용률은 고용의 안정성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정규직 노동자의 80%, 공무원의  88%가 이 제도를 이용한 반면 계약직 노동자의 경우 48%만 이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아빠들도,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는 등의 직업적 이유로 마음 놓고 이 제도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주일의 의무 사용 조항은, 바로 이런 아빠들의 등을 사회에서 떠밀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4주로 늘어난 아빠들의 출산휴가가 완벽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된 전통적인 역할에 대한 대중의 사고가 제도를 따라잡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중소기업협회에서는 이 휴가가 유연성 있게 설계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떤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떤 부부는 엄마가 휴가를 마치게 되는 시점에서 아빠가 바통을 이어서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는 등 커플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잘라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최소 한 달 전에 휴가 계획을 알려야 한다.

이 제도는 지난해 저명한 신경정신의학자 보리스 시뤽니크가 위원장을 맡아 18명의 전문가(육아 전문가, 소아과 의사, 신경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산파 등)가 모여 작성해 발표한 '아이 탄생 후 천일' 프로젝트 보고서가 제시한 첫 실천안이기도 하다.  

생후 1000일 결정적 시기
  

생후 첫 1000일 프랑스 보건부가 18명의 전문인들로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처음 부모가 되는 이들을 위해 과학적 육아 길잡이를 제공하고, 개별화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 (2020.9월 출간) ⓒ Ministere de la sante

 
생후 1000일은 아이의 인식 능력이 길러지고, 부모와 형성된 애착 관계를 바탕으로 사회성을 키우는 결정적 시기라는 인식하에 정부는 18명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위원회에 이 시기에 부모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과학적 지침과 제도적 개선안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0일 동안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기는 향후 어른이 되어 병원을 드나들 확률이 2~5배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보고서 속에는 처음 부모가 되는 부부들을 위한 과학적 육아의 지침(수면, 수유 등과 관련)들과 산후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의 대처, 임신 초기부터 출생 후 1000일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부부가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전문가들과의 상담과 가정 방문을 통한 지원 등에 대한 설계가 담겨 있다.

2019년 6월 유럽연합 모든 회원국들은 2022년 8월까지 최소 10일간 아빠들의 출산휴가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에 합의한 바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는 이 부분에 있어서 중하위권에 속했으나 7월 1일부터 28일로 아빠의 출산휴가를 연장하면서 상위권으로 발돋음 했다.

휴가 기간 지급되는 수당은 지난 3개월 동안 받은 평균 급여의 79%가 나온다. 3일은 고용주가 부담하며 25일은 국가가 지급한다. 지급되는 수당의 상한선은 1개월에 3428유로(약 460만 원)다. 자영업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육아 휴가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는데 1일 56유로(월 1568유로, 약 210만 원)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출생률은 1.84로 약 74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으며, 2019년의 1.86보다 다소 떨어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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