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된 사유리와 젠.
KBS
<슈돌>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방송인 사유리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사유리의 <슈돌> 출연을 반대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지난해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다는 사실을 밝힌 후 <사유리 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엄마, 사유리' 시리즈를 꾸준히 봐왔다. 부른 배를 숨기고 임신 기간을 보내던 시절부터, 일본에서 가족과 함께 출산 전후 시기를 보내는 모습, 한국에 함께 왔던 엄마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얼마나 막막할까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다. 마음으로 계속 사유리를 응원했다.
사유리의 <슈돌> 출연을 두고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비정상적 출산을 부추긴다'며 출연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헛웃음이 나왔다. 저출산이 문제라더니. 이른바 '정상가족'에서 이루어지는 출산만 '출산'인 걸까.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더니. 특정한 어린이만 '어린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권리는 대체 누구에게 있는 걸까.
우리 집 6살 아이와 인터넷에 뜬 사유리의 <슈돌> 인터뷰 장면을 봤다. 갓 100일 지난 젠의 모습을 "아가 예쁘지?" 미소 지으며 보고 있는데 사유리가 "아빠가 없으니까 '부족했다, 외로웠다' 느끼지 않게 정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왔다. 아이는 놀라서 물었다.
"왜 아빠가 없어?"
"음… 아빠가 없는 친구도 있어."
"○○이도 아빠 지금 없는데."
"음. ○○이 아빠는 외국에 일하러 간 건데. 원래 아빠가 없는 친구도 있어. 엄마, 아빠가 없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주는 친구도 있고."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 늙어서 죽으면 어떡해."
생각해 보니 아이는 아빠 혹은 엄마가 없는 친구를 본 적 없다.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자발적 비혼 출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대신 아이가 혐오와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설명해줘야겠다는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사유리가 우리 집에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방송 은퇴까지 각오하며 솔직하게 비혼 출산 사실을 밝힌 사유리의 용기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과 정책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혼인·혈연·입양에 국한됐던 가족 개념을 넓혀 비혼 동거 커플이나 위탁가족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사유리 출연 논란에 <슈돌> 제작을 총괄하는 강봉규 CP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며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슈돌>이 그런 역할을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사유리가 출연한 첫 방송에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나치게 모성애가 강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유리의 등장이 어떤 '시작'임은 분명하다. TV로 세상을 배우게 될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가족의 모습, 육아의 모습이 방송에 점점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는 윤여정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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