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4 13:00최종 업데이트 21.03.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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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바라본 서울역 쪽방촌 정비 방안 계획부지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지만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폭은 1.2%포인트에 그쳤다.

그런데도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대급을 기록한 것은 시세가 그만큼 많이 올라 공시가격도 그 수준만큼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 비중은 전국 기준 3.7%, 52만4620호(전년 30만9361가구)로 늘었다. 서울의 9억원 초과 공동주택 비중도 16.0%로 41만2970호(전년 28만842가구)에 달한다. 1가구 1주택자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주택이 전국 기준으로 69.6%, 서울 기준으로는 47% 증가했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연일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세금폭탄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과 경제지 등 일부 언론들과 야당은 연일 '세금폭탄론'을 제기하고 있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세종·대전·부산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가짜뉴스'에 가깝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체의 92%가 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공시가격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제 가격과 공시가격 일치화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현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마저 급격하게 인상한다면 과도한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질 빗겨간 세금폭탄 논쟁

통상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된 가격과의 비율을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실거래가 반영율이라고 한다. 공시가격이 보유세와 같은 조세 및 각종 부담금의 기준이 되다보니 많은 시민들은 공시가격 상승을 조세 부담 증가와 같은 의미로 인식한다. 그러나 정작 공시가격이 실제 어떤 가격을 의미하는지, 어떤 요소들을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쟁은 거의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향후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주택 가격대(시세 9억 미만/9억에서 15억 미만/시세 15억 이상)별로 10~15년에 걸쳐 9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 공시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법률상 공시가격은 적정 수준의 '시세'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형성하고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형평성을 도모하겠다는 게 이 법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적정가격은 시세만 추종하면 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서울 강서구의 16평형 아파트의 실거래가 내역을 살펴보자. 2020년 6월 5건의 실거래가는 4억3000만원에서 4억9000만원 사이에 형성됐다. 7월에는 5억3000만원과 5억6000만원에 두 건 거래가 성사된 후 9월에는 6억원에 한 건이 거래됐다. 불과 3개월만에 1억7000만원의 가격 격차가 생겼다. 9월 마지막으로 거래된 6억원을 시세라고 본다면 공시가격은 마지막 거래가격인 6억원을 목표로 해야 할까.

이번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문제로 시끄러운 한 신도시 예정지역의 4년 치 실거래가를 살펴보자. 전체 거래의 65%가 사용가치가 거의 없는 개발제한구역 내의 임야를 헐값에 사들인 후, 투자가치가 있다고 속여 지분으로 쪼개어 평당 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를 받고 불특정 다수의 개인에게 매도했다. 그렇다면 기획부동산의 사기 거래에 가까운 이 단위면적 당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이미 정부에 신고된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재됐다 취소된 거래는 전체의 4.4%인 3만7965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소 건수 중 기존 거래 가격을 뛰어넘은 신고가로 등록된 후 취소된 거래는 1만1932건(31.9%)으로 10건 중 3건이나 됐다. 부동산 가격을 띄우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이러한 실거래가를 공시가격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시세와 적정가격은 다르다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통주택 공시지가에서 전국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왼쪽 하얀 건물)의 모습. ⓒ 연합뉴스


앞서 제기한 세 가지 의문처럼 우리가 부동산 '시세'라고 부르는 가격에는 여러 허점들이 있다. 때문에 시세를 부동산의 가격이나 가치, 실거래가와 혼용해서 사용하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시세라고 일컫는 '실거래가'는 거래 당사자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정이 개입된 한정가격에 가깝다.

예컨대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감면규정에 걸려서 특정시점까지 매도하지 않으면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 매도자는 특정 시점까지는 늘어나는 세금만큼 더 낮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다. 구조와 면적 비교가 쉬워 시세의 파악이 비교적 용이한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고급자재와 디자인이 더해진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면 매매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실거래가격은 이렇게 매도자·매수자의 다양한 개별적 사정과 정부 정책의 변동, 매수의 목적, 금융 환경 등 수많은 요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양태로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에는 이런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실거래가의 다양한 양태를 고려하지 못한 정부 정책은 이를 악용하는 세력을 낳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거래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오히려 실거래가격은 사람들의 투기 심리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데 발빠르게 악용됐다. 실거래가격 신고 후 취소 등 온갖 불법·탈법 거래를 조장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거래 목적이나 매매의 개별성을 반영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향으로는 제도의 보완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부동산의 가치를 실거래가라는 매우 들쭉날쭉하고 불완전한 정보만을 근거로 판단한다. 때문에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제도는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가 투기꾼들의 투기가격을 공공 데이터를 통하여 정당화시켜 주는 수단이 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의 가치는 어떤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공시지가 산출근거조차도 공개할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부동산 가치에 대한 국토부의 안이한 태도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는 정확한 시세 조사에 기반해야 하는 만큼,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시세에 대한 검증·심사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세 산정 시 부적정 거래 사례 배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감정평가사-감정원 간 교차심사, 외부전문가 심사 등 엄격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조사자의 자의성을 배재하기 위해 자동가격산정모형을 통한 검증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정부가 얼마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현실 감각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준이 돼야 할 공시가격 현실화 자체가 마치 부동산 정책의 최종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예컨대 수백억원 대의 초고가 단독주택의 경우는 매매가 빈번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을 만한 실거래가를 포착하기 어려워 시세 반영률이 낮다. 10억원 전후의 구축 중소형 단독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보다는 다세대주택을 신축하여 분양하기 위한 거래가 많기 때문에 시세 반영률이 낮다. 같은 단독주택이라도 특성에 따라서 현실화율이 낮은 이유가 다르다.

게다가 2006년 이래 지난 15년간 쌓여 있는 실거래가격 자료 자체는 불충분하고 일관성이 없다. 지역과 부동산에 따라서는 사례의 수가 매우 적거나 없기도 하고, 적정한 거래 사례인지, 대표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조사자의 자의성을 배제한다면서 자동가격산정모형을 통한 검증 등을 하겠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과 부동산의 가격형성 원리, 부동산 가치 평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나온 발상이다. 또 단순한 실거래가격만을 놓고, 아무런 의미없는 가격대별로 구분하여 주택별 현실화율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은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이런 국토부의 안이함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정하기 위한 조건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상가 부동산 모습. ⓒ 연합뉴스


투기가격을 포함한 다양한 욕망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실거래가격만을 뒤따라가며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이처럼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때문에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시장성, 비용성, 수익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검증해 산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거래가격 정보 외에는 거래 당사자의 특수성, 개별적인 사정, 매수 목적, 부동산 가치개량 여부, 불법 이용 여부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비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건축비 정보 또한 국토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제곱미터당 단가인 기본형 건축비가 전부고, LH나 SH 같은 공기업조차도 분양원가자료 공개에 미온적이다.

게다가 강제수용권을 발동하여 국민들의 터전을 빼앗아 조성되는 공공택지에서조차 투기심리가 반영된 시세를 고려한 '감정가격'이 택지 조성원가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또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모든 개발이익은 토지가치로 수렴되는데, 공공영역에서부터 부동산 가치의 원가성에 근거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익성을 판단할 정보도 부족하다. 부동산을 통하여 창출할 수 있는 수익, 즉 임대료가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도 깜깜이 상태다. 그나마 주택에 대한 전월세 신고제는 올해 6월에서야 시행될 예정인데 상가·오피스 등은 제외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공시가격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치, 즉 적정가격의 지표로 삼을 만한 데이터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행태와 부동산 가치형성 원리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매우 어렵고,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공개할 수조차 없다. 국민들은 도대체 공시지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을 수 없다. 결국 투기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실거래가만을 뒤따라가다 보니 많은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공시지가(가격)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노태우 정부인 1989년으로,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 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 등의 '토지공개념'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지가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공시가격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공시법의 목적은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형성하고 그에 기반한 각종 조세·부담금 등의 형평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기가격이 아닌 적정가격이 반영된 공시가격 산출이 필수적이다. 결국 국민들에게 불만이 아니라 신뢰를 받는 공시가격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거래 정보부터 투명하게 공개되는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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