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명 공장. 드넓은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을 찾아볼 수 없다.
최병성
202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세계 10위(전망치)이고, 인구는 세계 27위다. 그런데 전기 사용량이 전 세계 6위다. 인구 1인당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최고의 전기 소비 국가다. 국민이 전기 소비를 많이 해서가 아니다. 기업들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 왜 공장 지붕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지 않는 것일까? 전기료가 너무 싸기 때문이다. 전기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태양광 시설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한전 감사 결과, 적자 원인이 대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해 한전이 입은 손해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조 23억 원에 이른다. 제조업 등에서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한 전기를 과다하게 소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주요 원인이다.
2021년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된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현재 20%로 문재인 정부 2030년의 목표치인 20%와 같다. OECD는 대한민국의 값싼 전기료가 신재생에너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해결 방법 간단한데
탄소 제로 달성 방법은 지금처럼 산과 농지를 훼손하며 태양광, 풍력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탄소 제로로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산업용 전기료의 현실화
둘째, 기업들의 대체에너지 의무화다.
외국과 같이 전기료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 절약을 하게 되고 기업 스스로 태양광 등의 대체에너지를 설치하게 될 것이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연구원 원장은 지난 2월 26일 <서울비즈> 기고문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모든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한다면 400GW가 필요하다. 100GW는 별도의 토지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도시 건물과 시설물을 활용해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 중 '주요 발전원별 연도별 발전 추이'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0.1GW이고, 2030년 목표량이 58.0GW다. 또 2034년 77.8GW다. 임춘택 원장의 이야기와 같이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도심 건축물 지붕만 이용해도 문재인 정부 2030년 목표치인 58.0GW 보다 더 많은 100GW의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산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도심 건축물 지붕과 시설물만으로도 문재인의 2030 목표 20%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처럼 전기가 필요한 도심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더 많은 전기 생산 시설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전국에서 벌어지는 산림의 환경 훼손도 발생하지 않고, 농민들의 농토를 빼앗을 이유도 없다.
발상의 전환
태양광·풍력 관계자들은 국내 공장 건축물들이 오래되어 태양광을 설치할 곳이 많지 않다며 산과 바다를 훼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태양광을 그대로 지붕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건축물 구조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가볍고 효율 좋은 박막형 모듈 태양광(CIGS Flexible Thin Flim)일 경우, 무게가 가벼워 지붕 구조검사가 필요 없다. 부드럽고 잘 휘기 때문에 종합운동장 같은 곡면 지붕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가볍고 부드러운 박막형 태양광으로 주택용 지붕 위에 간단히 설치하고 있다. 곡면과 벽면 등 어떤 곳이든 설치가 가능하다.
최병성. BIPV Korea
건축물 지붕에만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게 아니다. 건축물의 수직 벽면에도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다. 최근 국내 A사는 서울시 염창동 청년주택의 한쪽 벽면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이 아니라, 햇빛이 들지 않는 서향이다.

▲서울 염창동의 서울시 청년주택의 서쪽 수직벽면에 태양광이 설치되었다. (좌) 설치 중인 모습 (우) 완공된 모습.
BiPVKorea
지붕 위에 경사각 30도의 태양광 효율을 100%로 계산할 경우, 남향 수직벽면이 65%의 발전량을 보인다. 염창동의 청년주택 벽면 태양광은 빛이 들지 않는 서향 수직벽면임에도 불구하고 52%의 발전량을 나타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산과 바다와 농지의 소중함과 태양광 설치를 위한 토지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심 건축물의 동서남북 모든 벽면에 태양광 설치를 하여 태양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는 벽면까지 태양광으로 가득 채운 고층빌딩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태양의 도시로 가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산과 바다를 훼손하고, 농지를 잠식하는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수직벽면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중국의 고층빌딩들.
BiPVKorea
도심 건축물의 지붕과 벽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고속도로 평균밀도의 7배일만큼 고속도로가 많다. 전국에 10만 km가 넘는 도로와 3300km에 이르는 철도변의 유휴지와 지붕을 이용하면, 산과 바다를 훼손할 이유가 없고 농지를 잠식하는 태양광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태양광 패널의 전기 효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을 건축물 디자인에 응용하는 곳도 늘고 있고, 심지어 투명 유리 태양광 기술도 개발되었다. 도심 건축물 전체가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의 도시'로 거듭날 수도 있다. 진짜 그린뉴딜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 육성하여 상용화를 앞당겨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예방한다며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전국의 산과 바다의 환경을 훼손하고 농지 잠식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려는 이유는 기후위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심의 건축물과 전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의 공장 지붕을 나두고 산림과 농촌을 파괴하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결코 탄소 제로도 이룰 수 없고, 국민들의 동의도 받을 수 없다.
신병문 항공사진작가
그런데 잘 따져보자. 오늘 대한민국 탄소 발생의 주된 요인은 값싼 전기를 펑펑 소비하는 기업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드넓은 공장 지붕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그냥 버리고 있다. 심지어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미명 아래 전국의 산과 바다와 농지를 훼손하며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전기 소비의 주범은 기업들인데 '전기료 인상과 대체에너지 의무화'라는 신재생에너지 자구책 마련은 없고, 오히려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이로 인해 산과 바다가 파괴되고, 농민들은 농토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서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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