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확장판 인터뷰집. 현재 텀블벅 펀딩 중이다.
마티포포
"100명의 엄마가 있다면 100개의 서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엄마들의 일 서사를 발굴해 일 아니면 육아였던 이분법적 선택지가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대기업의 높은 자리에서 일하지 않아도, 연 매출 몇억 원 같은 성공신화를 이루지 않아도 내 일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의 서사를 모으고 싶었습니다." - <내 일 안내서> 프롤로그 중에서
회사 안에서 생존법을 고민하는 엄마, 수많은 이직을 거친 엄마, 육아 때문에 경력 공백을 겪은 후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 창업한 엄마, 프리랜서 엄마, 싱글맘… 인터뷰이 공개 모집과 섭외를 통해 10명의 엄마가 모였다. 직군도 다양했다. 프로그래머, 재무회계 담당자, 아동상담사, 디자이너, 국회의원 비서관, 책방지기, 사진사, 일러스트레이터… 아이들을 겨우 재운 밤 10시, 인터뷰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엄마들은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게 힘들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승진에서 밀리고, 면접 자리에서 엄마라는 이유로 거부 당하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눈치 보고 미안해 해야 하고, 일도 못 하고 육아도 못 하는 것 같아서 자괴감 느끼고, 번아웃과 우울감을 겪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10명의 인터뷰이들은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 올 엄마들'은 자신들처럼 막막하고 캄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터뷰이 중에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6명, 자영업자가 3명, 프리랜서가 1명이었다. 세상은 4대 보험 유무나 수입으로 이들을 구분 짓겠지만, 행복과 불행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그 어떤 엄마의 일 서사도 똑같지 않았다. 각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도 노하우도 달랐다. 모두 엄마인 3명의 인터뷰어와 10명의 인터뷰이는 한밤의 모니터 앞에서 참 많이 웃고 울었다.
"승승장구한 것도 아니고 꾸역꾸역 살아온 삶인데, 제가 인터뷰 할 자격이 있을까요?"
섭외 과정에서 한 인터뷰이가 물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하면서 선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완벽하고 매끈한 성공담이 아니라, 꾸역꾸역 울퉁불퉁 엉망진창 고군분투기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3년 전, 내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깃발 들고 '이것만 따라하면 돼' 말해줄 롤모델이 아니라, 나의 상황에 맞게 참고하고 영감 받을 수 있는 레퍼런스였다는 걸.
회사 안이냐 밖이냐, 일이냐 육아냐가 아닌 다른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마음 속 깊은 곳 응어리가 풀어졌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나도 한 번 용기를 내볼까.' 구체적이고 다양한 서사는 위로와 용기를 줬다.
인터뷰 작업을 하며 나는 두 번째 퇴사를 택했다.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온라인 멤버십 커뮤니티
'창고살롱'을 공동 창업했다. 창고살롱의 슬로건은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이다. 창고살롱에서는 모든 멤버가 서로를 레퍼런서(Reference+er)라고 부른다.
<내 일 안내서>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워킹맘 선배들 생각이 많이 났다. 회사 안에 롤모델이 없다고, 워킹맘 선배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퇴사하는 후배를 보며 선배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참 싸가지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일과 육아를 둘 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마법 같은 롤모델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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