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09 07:45최종 업데이트 21.02.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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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작년 말까지 무려 24번의 집값 대책을 발표했는데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하면 기대를 접을 만도 하건만, 무주택 국민은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는 것 같다. 그러나 무주택 국민의 기대는 이번에도 헛된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4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서울 등 대도시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여 집값을 하락시키겠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주택공급은 빨라야 5~10년 후다. 마치 32만채의 주택을 서울에 공급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2025년까지 부지확보 기준'이라고 적혀 있다. 2025년까지는 우선 주택부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주택부지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건설까지는 또 보통 4~5년 이상이 소요된다. 5~10년 후에 공급될 주택이 현재 집값을 하락시킬 가능성은 낮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무리해서 주택 구입에 나서는 '패닉바잉'을 진정시켜 주택 구매 수요를 다소 줄일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주택공급은커녕 부지 확보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때문에 2.4 대책은 다음 정부가 시행할 공급대책을 미리 수립해준 것 외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무주택 국민 달래기?
 
당장의 공급 효과도 없고 집값 하락 효과는 더욱 더 없는 대책을 왜 발표했을까? 일부 언론은 대책 발표일과 다음날 1면 머리기사로 "서울에 30만호 공급", "공급 쇼크 수준"이라는 제목을 대문짝만 하게 실었다. 기사만 보면 마치 2.4 대책으로 서울에 30만호라는 "쇼크" 수준의 주택을 공급해서 집값이 하락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달 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가장 큰 악재는 집값 폭등인데, 이런 기사들로 무주택자들의 분노를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번 대책의 목적이 선거를 앞두고 무주택 국민들의 불만 무마용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솟는 이유다.
 
2.4 대책이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할 부분이 있다. 서울의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의 가격상승이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집주인들에게 제공하는 엄청난 혜택이다. 혜택을 줄 테니 제발 집을 허물고 새로 건축해서 주택을 공급해달라고 집주인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본질이다. 혜택이 증가하면 그 주택의 자산가치가 증가하고, 자산가치가 증가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값 폭등에서 소외된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까지 골고루 집값을 상승시키는 것이 이번 대책의 실질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집주인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중, 가장 큰 혜택은 용적률의 대폭 상향이다. 법적 상한 용적률에 추가로 120%를 상향해주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의 주택개발에는 무려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준다. 같은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건축할 수 있으므로 주택소유자들에게 호재 중 호재다.
 
발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용적률 상향은 명확한 데 비해, 늘어나게 될 주택 중 얼마를 기부채납으로 회수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용적률 상향분의 50%를 기부채납하더라도 나머지 50%만큼 자산가치가 상승한다. 당연히 해당 토지와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집주인들 손에 달린 2.4 대책의 실행
 

7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놓인 매물 정보. ⓒ 연합뉴스


2.4 대책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개발 구역에 대한 투기수요 유입의 차단이다. 대책 발표일 이후 개발구역의 주택 매수자는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우선공급권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이 조합원 분양자격을 의미한다면, 개발구역에 투기꾼이 몰려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개발구역에 투자한 발빠른 투기자들에게는 우선공급권이 부여되고, 나아가 이번 대책으로 그 주택들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므로 투기이익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투기방지 효과는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다.
 
2.4 대책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실제 주택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외에도, 주택공급을 집주인들의 결정에 맡긴다는 점이다. 정부가 엄청난 혜택을 약속했음에도, 정작 이들은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주기로 한 혜택은 기정사실화하고, 기부채납 등 의무사항은 규제로 규정하여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이번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정부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손에 달린 것이다.
 
차라리 용산미군기지에 30만호 공급 어떤가
 
정부가 직접 서울 등 대도시에서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없을까? 빈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면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므로 무주택자들도 정부의 계획을 믿고 기다릴 것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집값안정 효과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 왜 이런 확실한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청와대와 여당은 서울에 빈땅이 어디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집값 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값정상화 시민행동' 네이버 카페에 2.4 대책에 대한 평가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회원 대다수가 무주택자이기에 누구보다 세심하게 발표 내용을 읽고 분석한 결과를 담은 글들이다. 이 중에는 용산미군기지에 초고층으로 30만호를 건설한다면 30대의 영끌이 즉시 멈출 것이라고 진단하는 글이 많다.
  
계획대로 용산공원을 조성하되 주택건설부지 비중을 더 확대하고 50층 이상의 초고층을 지으면, 30만호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최근 발간한 <부동산 대폭로>에서 "강남의 옛 서울의료원 땅이라든가, 도곡동 구룡마을, 용산 미군기지와 철도정비창 부지, 불광동의 질병관리본부 토지 등 서울에는 정부가 수용해서 단기간에 분양할 만한 곳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처럼 신속하고도 확실하게 주택을 공급할 방법을 외면하고, 향후 5년 내 공급도 어렵고, 집값 하락보다는 단독·다가구 주택의 집값만 올릴 대책을 발표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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