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가 펴낸 책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다산북스
- 책 에필로그 '감사의 말'에 보면 이 책의 흐름을 잡아준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 작가님께 감사한다고 했는데, 사연이 궁금합니다.
"언젠가 우연히 글쓰기 책을 선물 받았는데, 제가 갖고 있던 고종석, 유시민, 이외수, 강준만, 강원국, 우치다 다쓰루 등의 작가가 펴낸 글쓰기 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김봉현의 글쓰기 랩>입니다.
저는 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라서 크게 생각을 안 했는데, 서문을 보고 놀랐어요. 어디에서도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다는 걸 서문에 밝혔거든요. 그 대신, 글을 쓰고 또 쓰면서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깨우쳤다고 했죠. 그게 자랑은 아니지만, 창피한 일도 아니라고 했어요.
기성의 모든 것에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생겨난 힙합이라는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글쓰기의 문법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게 제겐 너무 놀라웠어요. 서문에서 이어진 다음 글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이유'였고, 이 대목이 제 가슴에 와닿았어요.
'사람의 내면은 입으로 뱉으면 말이 되고 활자로 치면 글이 된다. 자기 내면을 글로 잘 정돈해서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소통과 교감을 훌륭하게 한다는 뜻일 것이다... 더 나아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곧 나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마음과 같다고 말한다면 비약일까. 비약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믿는다.'
제가 책을 쓰고 싶은 이유는 고기리막국수를 가꿔온 우리의 생각, 철학 결국 내면을 잘 정돈해서 세상과 교류하고 싶었던 거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지요. 그래서 이 분을 무조건 만나고 싶었습니다. 김봉현 작가님께 '글은 공감만으로 그치는 것보다는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 프롤로그는 실패담으로 시작하고, 에필로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어떤 심정으로 썼습니까.
"출판사에서 너무 개인적인 이름들을 많이 열거한 에필로그라고 우려했어요. 그런데 저와 남편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고, 꼭 넣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출판사가 기꺼이 허락해주신 덕분에 가장 많은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 에필로그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제 책의 에필로그를 읽다가 잠이 듭니다. 그때 그 분이 아니었다면. 그때 그 분을 못 만났더라면... 이렇게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고기리막국수는 사람들 총합의 결과물이에요. 저희가 실력이 뛰어나서 잘했다면 처음부터 안 망하고 잘했겠죠. 이 고마운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매일 머리를 쥐어짜내도 결론은 하나입니다. 오로지 막국수.
프롤로그는 가장 마지막에 썼어요. 프롤로그를 쓰면서, 같은 업종에 있는 동료들 생각이 나서 정말 힘들었어요.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심을 다하는 많은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가끔은 진심을 다하다 보면 이게 될까? 진심을 다하니까 손해 보는 것 같고, 옆집은 진심을 다하지 않는데 잘 되는 것 같고... 이런 흔들림이 올 때 제가 앞서 걸어본 사람으로서 진심의 힘이 위기일수록 더 빛을 발한다는 걸 꼭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제가 덜 힘들어서 늘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 지난 9년 동안 고기리막국수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키워드 10개를 꼽는다면?
"반복, 맛, 직원, 손님, (사람들과) 나누기, 더하기보다는 빼기(선택과 집중), 진심, 존재 이유, 신뢰와 믿음."
김윤정 대표는 처음 국숫집을 열었을 때 손님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였다고 고백한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작가는 '추천의 글'을 통해 "아마도 사람들은 막국수를 먹으러 이 집에 오는 게 아닐지 모릅니다. 이 집 주인장의 마음을 느끼러 오는 게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김 대표의 하루 일과는 막국수 생각으로 시작해 막국수 생각으로 끝난다. 사실상 공동 저자라 할 수 있는 남편 유수창 대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을 다시 보면서, 일본의 스시 장인 오노 지로의 이 말을 곱씹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야. 내가 선택한 것을 좋아하도록 해야 한다. 내 앞에 주어진 것을 좋아하도록 노력해야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