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이 농성장에서 키우는 고양이 '역전이'를 돌보고 있다. 역전이는 구시장에 있을 때부터 시장 상인과 함께한 고양이다. 상인들은 구시장이 철거될 때 고양이를 구출해 농성장으로 데리고 왔다.
은석
가게와 시장과 집을 지켜온 가난한 언니들은 올 한 해, 자주 울고 웃었다. 욕을 한 바가지 퍼부을 때도 있었고 강제철거의 장면은 생각도 하기 싫다며 몸서리칠 때도 있었다. 농성장을 지키면서 드라마를 보기도 했고 가을이면 은행을 까는 부업을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걸려오는 자식과 손주의 전화를 다정하게 받다가도 전화를 끊고 나선 자식에게 미안해 하기도 했다.
인생의 수많은 갖가지 곡선에 이리 구르다, 저리 구르다 했지만 단 하나, 가게와 시장과 집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연세 되셨으면 쉬셔라, 다른 일을 알아보시라, 꼭 거기서 장사해야 하냐고 했다. 가난한 여성은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50년간 일하고 가꿔온 그곳이 나와 이웃들의 공간이라고, 이게 내 천직이라고 맞서 이야기했다.
이들이 내 인생의 여성 롤모델이다. 자식이 장성하고 손주까지 본 나이가 돼도 저들처럼 차별에 저항하며 살고 싶다. 가난한 언니들은 가난한 내게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다.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가난한 사람이 언제든 쫓겨나도 되는 세상이어선 안 된다는 것, 차별은 아름답지 않다는 것, 먹고사는 일은 귀한 일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같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언니들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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