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방법은 알고 있고,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의 데이터가 있다. 이제는 교육 혁신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지원하고, 경험을 나누면 된다.?사진은 코로나로 텅 빈 교실.
이준수
같은 편을 옹호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며 수업 혁신과 학급 운영 개선에 삶을 바치는 선생님이 정말로 많이 있다. 이 사람들이 없으면 학교는 돌아가지 않는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삶의 위한 수업>에 나오는 선생님만큼이나 개성과 강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격려와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한국에서 교육은 대학 입시와 같은 의미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표준화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려면 문제풀이와 유형 분석을 주요 활동으로 한 주입 반복 수업이 효과적이다. 만일 어떤 선생님이 대입에 유리해 보이지 않는 수업을 할 기미가 보이면 특이한 교사, 개똥철학으로 애들 상대 야매 실험하는 선생, 위험한 담임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모두들 겉으로는 행복 교육, 인성 교육 강화를 외치지만, 일상의 학교 풍토에서 삶의 이해도를 높이고 행복을 탐구하는 수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삶을 위한 수업> 4장에 민주주의를 보드게임으로 가르치는 교사 킴 륀베르크는 이렇게 말한다.
덴마크 학교가 정말 잘하고 있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로 협력을 잘하는 사람들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초중등학교에서 9년을 보낸 우리 학생들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일을 매우 잘합니다. (107쪽)
결국 한국의 학교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학력을 높인다고 하면 남보다 더 잘해서, 앞장설 수 있게,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는 의사 파업 사태에서 보듯, 능력주의 맹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운다는 건 일류 대학에 입학하거나, 고소득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는 행위다. 나는 학교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공동체 안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미 방법은 알고 있고, 수십 년간 쌓아온 현장의 데이터가 있다. 이제는 교육 혁신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지원하고, 경험을 나누면 된다.
<삶을 위한 수업>을 누구보다도 학교 선생님이 읽으면 좋겠다. 한 번 읽으면, "와 덴마크 사람들은 저렇게도 사는구나" 싶고, 두 번 읽으면 "저거 사실 옆 반 선생님이 하는 거잖아" 하는 게 보인다. 부작용도 있다. 덴마크 시민 사회가 학교에 보내는 따스함과 신뢰를 섣불리 기대해서는 안 된다.
30년간, 20평 남짓한 교실에 인생의 절정기를 쏟아부어도 개인적인 보람 이외에는 특별한 보상이 없을 수 있다. 이것이 먼저 교실을 지켰던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마주한 현실이다. 그래도 학교가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가정하면 인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다.
혹시 아는가? 30년 쯤 뒤에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식의 연봉이나 직장의 안정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걸 걱정합니다. 내 아이가 열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과연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244쪽)"라고 말하게 될지. 헛된 바람이라고 해도 좋다. 원래 교육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 오연호 (편역), 오마이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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