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 입주 시작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11월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88만원세대를 기점으로, '청년'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변혁의 주체에서, 우리 사회의 피해자로 뒤바뀐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치인들과 멘토들이 꿈과 희망을 주고 구원하려고 했던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 수도권의 취업준비생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2010년 3월 31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박지연씨가 사망한 날이다. 그가 공장에 입사한 나이는 19살, 사망한 나이는 22살이다. 삼성에 입사해서 가족들의 자랑이었다가 쓰러진 고졸청년은 박지연씨뿐 만이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김태규,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마스크가 검게 그을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청년담론'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김용균이 일했던 곳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이고, 박지연씨가 일한 삼성반도체 온양사업장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이다. 그들이 일하다 죽은 곳은 노량진이나 강남이나 홍대처럼 보통명사로 쓰이는 지역이 아니다.
서울의 청년들과 꿈과 기회를 찾아 서울로 몰려든 청년들이 피해자로만 호명되는 게 문제였다면, 지역의 노동하는 청년들에겐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언어'와 '목소리'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왜 청년이 사는 임대아파트는 4평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왜 청년을 지원하는 값싼 공공임대아파트는 서울에만 지어져야 하냐? 는 질문이 동등하게 제기되지 않으면 청년문제는 보편적 문제가 아니라, 특정계층의 문제로 전락할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올해 초 방 1개와 거실 1개가 달린 2년짜리 청년임대아파트에 당첨된 이후 배달하는 동료들이 어떻게 당첨됐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공공임대에 도전하려면 일단 청약부터 넣고 SH홈페이지에 항상 접속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뜻밖의 질문이 돌아왔다. '청약은 뭐고, SH는 뭐예요?' 너무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무성한 '청년담론'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들은 담론의 장에 입장할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 아닐까.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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