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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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베 언론인 요직에 등용
사실 스가 정권의 흥미로운 점은 전임자가 강경한 태도로 나가 헝클어진 부분에 대해 일단 대화라도 해보자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관계도 그러하다. 지난 17일부터 3일 일정으로 방한했던 한일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은 무파벌로 분류되는 스가 총리의 몇 안 되는 측근인사 중 한 명이다.
방한 목적은 한일의원연맹의 한국 측 신임 집행부 방일(11월 12일) 전에 미리 인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지만, 실제 가와무라 간사장은 3일간의 체류기간 동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사를 만나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리고 27일에는 일본 외무성의 다키자키 시게키 아시아대양주 담당국장이 한일 국장급 협의를 위해 방한했다. 국장급 인사가 당일치기가 아닌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수출규제 및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거의 9개월만이다. 다키자키 국장은 또한 일본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 자격으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만났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스가 총리의 보좌관이다. 정책평가 및 검증담당 보좌관으로 지난 10월 1일 새롭게 임명된 가키자키 메이지(柿崎明二)는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내에선 꽤 유명한 언론인이다. 그는 교도통신 논설부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중 스가 총리의 러브콜을 받고 9월 30일 사직서를 냈고, 그 다음날 바로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그의 임명이 화제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현역 언론인이 의원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보좌관으로 임명된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째로 그는 아베 정권을 맹렬하게 비판했던 언론인이다.
이와나미 서점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검증 – 아베이즘, 태동하는 신국가주의>(検証 安倍イズム――胎動する新国家主義, 2015)는 아베 정권의 구체적인 정책들이 어떻게 나왔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국가주의적 색채를 띤 그것들이 어떻게 악용될 것인지를 검증하는 논픽션 수작이다. 물론 스캔들이 본격화되기 전에 나온 책인지라 아베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표출되긴 했지만, 스캔들 정국이 도래하자 반 아베 노선을 걷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번 인선에 대해 저널리스트 스다 신이치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의 관저 스태프들은 '지난 8년간 반(反)아베 하면서 비판적인 언설과 칼럼을 늘어놔서 밥벌이 한 녀석이 왜 지금 갑자기 수상보좌관이 되는 거야?'라며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고, 반대로 가키자키의 친구들, 뭐 대부분 좌파들인데, 아무튼 이 친구들은 '뭐야? 이 배신자 녀석!' 하면서 난리가 난 상황이다. 양쪽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내뱉는 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재밌다. (스다 신이치로, 10월 5일 닛폰방송 인터뷰에서)
또한 가키자키는 그 언동 때문에 재일, 한국, 친한 등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구글 검색어에 그의 이름을 넣으면 상기 키워드들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가키자키도 논설위원 재직시절 한일관계 복원이 급선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저 내각정보 조사실에 발탁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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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관저 내각정보 조사실에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도 발탁됐다는 점이다. 이번 내각에 언론인이 딱 두 명 들어갔는데 둘 다 한국과 관련 있다. 물론 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밀회 칼럼에 관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일본 우익의 히어로'로 자리잡아 그 언동이 꽤나 문제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스가 총리의 이러한 인사 스타일과 총리 취임 이래 보여준 행보를 보면, 적어도 한국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베 전 총리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 시기 관저에는 한국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 뿐더러 한국과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의 질투
그러다보니 요즘 곳곳에서 아베 전 총리와의 불화설이 들려오고 있다.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가 총리는 스타일 자체가 아베 전 총리와 다르다. 매일 식사시간마다 사람들을 만나 같이 식사를 하는데, 나도 10월 11일에 만났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통해 흡수하려는 것 같다. 일하는 내각을 천명했으니 스스로 일하는 총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이러한 스가 총리의 성실한 모습에 아베 전 총리가 다급해하는 것 같다. 아베의 질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토 겐지, 10월23일 분슌온라인 인터뷰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임 총리가 후임 총리를 질투하는, 그래서 불거진 자민당 내의 투쟁은 종종 있어 왔다. 1979년 오히라 마사요시 전 총리와 후쿠다 다케오 후임 총리의 '40일 항쟁'도 그러했고, 최근 사망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도 전임 총리였던 스즈키 젠코와의 대립으로 인해 하마터면 단명 총리로 끝날 뻔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와 아베 전 총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무엇보다 7년 8개월 장기집권을 이끌어왔고, 무파벌인 스가 총리가 총리직에 임명된 것에는 아베 전 총리가 실질적인 보스로 군림하는 당내 최대세력 호소다파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스가 총리는 중간계투형이 아닌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으며 아베 전 총리가 실패한 정책들을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아베의 수족이었던 이마이 다카야 보좌관을 쫒아내고 그 자리에 반 아베의 최선봉에 섰던 언론인을 앉혔다. 이것만으로도 열등감 덩어리인 아베 전 총리의 심기를 어지럽히기 충분하다.
벌써 자민당 내에서는 호소다파를 중심으로 '아베 신조 재등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눈에 보이지 않은 알력싸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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