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tvN
이는 곧 지금 펼쳐지고 있는 K-컬처 현상이 단순한 한류 붐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현상은 또한 복합적이다. 한두 가지 콘텐츠가 반짝해 그것들이 하드캐리했던 시절과 다르다. 지금은 드라마, 음악뿐만 아니라 코스메틱(화장품), 음식, 만화, 웹툰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기반 자체가 탄탄하다.
이건 신주쿠 오쿠보 일대의 코리아타운 영향이 크다. 원래 오쿠보 일대는 가부키초(환락가)와 연결된 측면도 있어 일본인들이 잘 가지 않은 무서운 거리였고, 오쿠보 도로와 쇼쿠안 도로를 잇는 미로형의 골목길은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불법 매매춘 거리였다. 그러했던 곳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정화되기 시작했고, 85년 이후 건너온 이른바 1세대 뉴커머(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에 건너가 정착한 대한민국 국적자)들이 식당과 화장품 전문점을 내는 등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처음만 하더라도 시류의 영향이 컸다. <겨울연가> 붐으로 어마어마하게 벌었다가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독도 방문으로 일거에 빈 점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재특회의 헤이트스피치(혐한 발언) 때문에 가게를 접고 한국으로 아예 건너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오쿠보 거리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일관계 좋아지면 좋은 거고, 나빠지면 뭐 좋진 않지. 그런데 손님은 코로나 때문에 주춤했을 뿐이지 지금은 다 돌아왔으니까 확실히 예전하고 달라."(오쿠보 한국식당 A대표)
"긴급사태선언 때 두어 달 고생했는데, 지금 뭐 일본이 코로나 무서워하나? 손님은 많아. 작년과 비교해서 90% 수준? 거의 다 돌아왔지. 혐한 그런 거 방송에서나 떠들지 그런 건 아무 영향 없고 실제론 코로나가 좀 무섭지. 그런데 요즘 젊은 일본친구들 한국 좋아하는 거 보면 마치 예전에 우리가 일본가수 해적판으로 몰래 사서 듣던 시절 생각나."(오쿠보 한국화장품 가게 B대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지만, 결국엔 이들이 지난 이십여 년 간 숱한 평지풍파 속에서도 코리아타운을 지켜왔기 때문에 일시적 붐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측면도 있다. '거기에 가면 한국을 느낄 수 있다'가 주는 이미지의 위력은 상상보다 훨씬 세다.
혐한 압도... 문화로 정착한 K-컬처
마지막으로 10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다. 그리고 이 지지를 이끌어낸, 유튜브로 대표되는 플랫폼의 비약적 발달이 K-컬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K-POP은 한 마디로 '멋지다(かっこいい)'의 결정체다. 전 세대를 통틀어 아마 가장 '멋짐'을 갈구하는 세대의 심장을 쏴버린 셈이다.
여자 아이들이 여성 아이돌 그룹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립적인 존재감, 당당함, 걸크러시적 요소는 물론 귀여움, 세련됨, 아름다움 등등의 소녀적 갈망도 동시에 체험케 한다. 유나가 트와이스 정연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그의 당당함과 다른 멤버들을 포용하고 챙기는 자세에 있다. 유나는 나아가 자기도 정연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정연을 아무리 좋아해도 찾아서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정해진 시간에 태블릿을 켜고 유튜브에 접속만 하면 매일같이 다른 정연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의 축복 속에서 K-POP의 당당함에 매료된 10대 아이들에게 공중파 TV 안의,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주름살 가득한 노년의 코멘테이터(평론가)가 내뱉는 혐한 발언이 과연 어떻게 다가가겠는가.
▲이들이 어른이 되면 과연 한국과 일본은 어떤 사이가 되어 있을까.
박철현
'북오프'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근처 공원에 들렀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유나가 웃으며 말한다.
"트와이스 '캔디팝'만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입수했어. 빨리 가서 보고 싶어. <요와무시 페달> 극장에서 내려서 천만다행이야. 깔깔깔."
이들이 주축이 될 미래의 일본사회는 과연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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