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형 전자 미디어 매장 자툰(Saturn) 베를린 지점에 있는 케이팝 매대. 케이팝 코너는 음반 코너 중 가장 북적이는 곳으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유진
- 그래도 독일에서 케이팝이 점점 더 인기를 끄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지금은 훨씬 좋죠. 처음에는 외로웠어요. 케이팝을 듣는 사람이 저뿐이었거든요. 그때 살던 도시에서 페이스북 케이팝 그룹 멤버가 15명인가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팬들이 정말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BTS 옷을 입은 친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 케이팝을 다룬 독일 언론을 보면 대부분 부정적 시선이 많더라고요.
"일단 한국과 독일의 문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일단 독일에서는 어떤 일이든 간에 16살 아이를 일하러 보내지 않습니다. 학교도 오후에 마치고 다 집으로 가는 곳이니까요. 반면 한국은 학교 마치고 학원 가고 새벽까지 공부하는데 여기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도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여기도 스타 트레이닝이 있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더 여유로울 거예요.
또 언론이라는 게 부정적인 걸 먼저 찾기 때문이 아닐까요. 독일 힙합계 관련 기사도 온통 범죄 기사뿐인걸요(웃음). 음악 평론이 아닌 이상 그런 자극적 기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 최근에는 케이팝 가수들의 자살 사망 사건도 많이 보도되었는데요.
"네, 맞아요. 너무 안타까운데 언론이 이를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과 연결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케이팝 스타들은 그 혹독한 시스템을 이겨낸 친구들이잖아요. 최근에는 SNS상에서 항상 노출되고 끊임없이 악플이나 메시지를 받는 게 더 큰 문제 같아요.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매일 혐오적인 메시지를 받게 되고요, 유명인이라면 더욱 심할 것 같아요.
독일에서도 많은 스타, 정치인, 스포츠 선수들이 자살합니다. 심리적인 문제이고, 우울증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힘들다, 치료가 필요하다, 이렇게요."
- 케이팝 스타들의 일탈이나 범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특히 가장 좋아하던 빅뱅이 많은 문제에 연루되었잖아요.
"독일인으로서 사실 마약은 좀 다르게 봤어요. 물론 한국에서 마약이 불법이고 따라서 스캔들이 된 걸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독일에서도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라 사생활로 봅니다. 갱스터랩에서는 마약 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누구도 '사과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적어도 타인을 해치는 행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승리의 성매매 건은 단호합니다. 빅뱅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사과하고 반성하고 잘못을 통해 배우기를 바랄 뿐입니다."
- 케이팝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생활이 없는 거죠. 우리 모두 어른이고, 사생활이 있습니다. 특히 연애를 하는 부분은 전부 사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 같기도 한데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1등 하고, 좋은 학교에 가고 이런 기대가 아이돌한테도 똑같이 적용되잖아요. 늘 잘해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연애도 안 해야하고... 이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라우라의 케이팝 앨범과 굿즈 모음. 사진에 안 나온 것들이 한 박스 남아있다고 한다.
라우라 제공
- 이제 BTS 이야기를 해볼까요. BTS 성공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면 2014년 즈음 케이팝 인기가 빠르게 올라간 것 같아요. 그때 실력 좋고, 음악 좋고, 메시지도 있는 그룹이 나타난 거죠. 정말 멋진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BTS죠. 거기다가 BTS는 인터넷을 통해 팬들과의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BTS 팬들을 보면 대부분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이 많은데요, 온라인 이용 시간이 저보다 훨씬 많습니다. 조회수 같은 게 중요하잖아요. 창을 수십 개 띄워놓고 조회수를 올리고, 트위터 해시태그를 달고 이런 온라인 활동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제 나이대 팬들은 불가능합니다(웃음). 저는 일하러 가야 하고, 그렇게 투자할 시간은 없거든요. 실력 좋은 가수와 열성적인 팬들이 딱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연쇄작용이 잘 일어난 거죠."
- BTS팬들은 다른 케이팝 팬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BTS가 유명해지면서 케이팝 장르가 아닌 BTS로 바로 '입덕'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케이팝 뭐 듣냐, 누구 좋아하냐고 하면 '저는 케이팝 안 들어요, BTS만 들어요'라는 답을 자주 들었어요. 이런 부분은 사실 좀 아쉽죠.
저처럼 평범한(?) 케이팝 팬은 소위 케이팝 여행을 합니다. 처음에 누구로 시작했다가 누구를 좋아했다가 또 누구를 좋아했다가... '최애'가 있지만 다른 그룹도 많이 좋아하고, 다양한 케이팝 노래를 듣습니다. BTS 팬 중에는 BTS로 시작해 BTS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이들도 BTS를 계기로 다양한 케이팝을 접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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