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이 올 해 뎅기열 환자를 표시한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싱가포르 보건부 (MOH)
온 가족이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이 기간 동안 가정 불화가 늘고,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의 다툼도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사람이 갇혀 지내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갇혀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는 코로나 확산세가 잡혀서 선거도 치르고, 경제성장률도 OECD 국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틀어막아도 코로나가 안 잡히는데, 한국은 할 것 다 하면서도 저렇게 잘 관리하는 걸 보니 'K방역'이 괜한 허세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6월 2일, 일단 8주의 서킷브레이크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문을 닫았던 제조업체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최대 10명 한도 안에서 결혼식 및 장례식이 허용되는 수준의 1단계 규제 해제였습니다. 실제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2단계 규제 해제는 그로부터 다시 보름이 더 지난 6월 19일부터였습니다.
두 달 반 만에 드디어 식당이 문을 열게 되어서 5명 한도 안에서 모여 식사가 가능하고, 스파나 헬스장도 문을 열었습니다. 결혼식 및 장례식에는 손님 최대 20명까지 참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적인 모임도 5명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예, 맞습니다. 한국은 3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되면 10명 이상 모임이 불가능해지지만, 여기서는 서킷브레이크 기간 동안은 아예 모임 금지, 해제된 이후에도 5명까지만 모일 수 있습니다.
효과는 있지만... 출혈도 큰 서킷브레이크
이렇게 힘든 기간을 버텨낸 결과는 어떠할까요? 일단 2분기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습니다. 분기별 기록으로는 사상 최악의 실적입니다. 2분기 실업률은 2.9%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싱가포르 확진자 차트. 회색으로 표시된 기간이 서킷브레이크 기간입니다.
NEA (싱가포르 환경부) 홈페이지 자료 갈무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확진자 차트를 보면 서킷브레이크 초기 하루 50명 이상 발생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급격하게 확진자 수가 줄어 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제 이후 다시 하루 20명 수준으로 올라갔다가 8월 들어 하루 5명 이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분명 효과는 있지만 감당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큽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은 도시국가에 법 집행이 엄격하고 국민들도 비교적 정부의 지침에 잘 따르는 편이라 큰 무리 없이 통제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서킷브레이크 시작 후 사적인 모임이 가능할 때까지 두 달 반이나 걸렸습니다.
3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된다면 나라 경제의 타격, 자영업자를 비롯해서 개개인의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리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 아래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갇혀 지내야 하는 것, 이게 생각보다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떤 사회문제를 만들어 낼지 모릅니다.
모두의 자발적인 협조로 강화된 방역조치가 효과를 봐서, 한국만큼은 3단계 거리두기까지 가지 않길 바랍니다. 서킷브레이크,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길고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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