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합천창녕보 상류 우곡교 부근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곽상수
올해 최장 장마 기간에 4대강 녹조는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매년 여름이 되면 '녹조라떼'는 언론 보도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올해 장마가 오기 전인 지난 6월 29일에도 낙동강 상수원 칠서 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5만 9228셀(cell)로 조류경보 제1단계에서 2단계에 진입했었다.
장마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난 21일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제방이 터졌던 합천창녕보 위쪽에도 본격적으로 녹조가 올라오고 있다. 낙동강 물은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이명박 정부는 물그릇을 키워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물그릇'론을 내세웠다. 즉 물그릇을 두 배로 키우면 오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래서 낙동강은 물그릇을 11배 키웠고 거기다 4조 원을 들여 BOD 배출량을 95%, 인 배출량을 90% 줄였다고 발표했다. 주장대로라면, 낙동강 물은 이제는 그냥 들어가서 바로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낙동강 물은 그냥 마시면 죽는다."(<녹색평론> 글에서 발췌).
김 교수는 "낙동강과 영산강 등 4대강에서 창궐하고 있는 녹조는 녹조류 중에서도 가장 해로운 남조류인데,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분출한다"면서 "외국에서는 이런 물을 먹고 가축들과 물새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중국 등에서는 사람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번 홍수가 끝난 뒤 낙동강에서 시작된 녹조의 치명적인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은 1ppb(0.001 ppm) 이하로 정했다. 청산가리나 수은보다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김 교수는 "낙동강에 녹조가 끼기 시작하면 약품을 투입하거나 황토를 뿌려서 가라앉히는 작업을 할 텐데, 그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마이크로시스틴은 남조류 세포가 죽을 때 터져 나오면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기에 약품을 뿌리면 오히려 독성을 배출하고, 그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수개월에 달한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인구 50만의 톨레도 시는 5대호 중의 하나인 이리(Erie)호에서 식수를 취수한다. 지난 2014년에 여기서 남조류 녹조가 발생했을 때, 시는 식수 사용을 중단시켰고, 그 물로 양치질이나 목욕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음식점의 영업도 중단했다. 그런데 이리호의 녹조는 매년 낙동강에서 창궐하는 녹조에 비하면 녹조도 아니다."
김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녹조물로 지은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외국의 연구보고도 많다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현 정부는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남조류는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되면 나타나는데 수문을 연 뒤 금강에서 녹조가 나타나지 않는 것만 봐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낙동강 녹조 해결에 엉뚱한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수문부터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수 재앙' '농산물 파동'을 경고한 노학자의 우려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영남인들이 낙동강 물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고도 정수 처리하고 있고, 농산물에 독성이 농축된다고 해도, 긴 시간을 거쳐 체내에 조금씩 축적되는 것이기에 당장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만약 고도 정수 처리장에 이상이 생겨 녹조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녹조 농작물'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 건강과 안전을 해칠 수 있다.
[정부는 대체 뭐하나?] 황당한 반대 주장에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김종술
노학자가 12년 전부터 경고해온 '4대강의 악몽'은 모두 현실이 됐다. 그의 화살은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걸고도 수질 악화와 국민 안전 위협에 이어 홍수 사태까지 키운 4대강 보를 수수방관해 온 '무능한 정부'를 비켜가지 않았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은 공정했다. 트집 잡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최대한 반영해서 보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생명 존중의 내용을 담았고, 경제성 평가도 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하루 속히 그 제안대로 결정해야 한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수문부터 열어야 한다."
지난 2019년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는 금강, 영산강에 설치한 5개의 4대강 보 중 3개는 해체하거나 부분해체하고, 2개 보는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시 4대강조사평가기획위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그해 12월까지 이를 결정하고, 한강과 낙동강의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처리 방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고, 낙동강과 한강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는 한강과 낙동강의 수문을 열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의 주장이 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그 주장이 타당하면 보 처리 방안을 반영하면 되고, 부당하면 하루 빨리 결정하면 되는 일인데, 지지부진하게 결정을 지연하면서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금강 물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데모하고 , 낙동강에서는 겨울에 마늘 양파 농사에 물을 쓰지도 않는데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면서 수문을 열지 말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런 엉터리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무능한 정부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은 국가 하천이기에, 유역에 있는 사람들이 수문의 개폐에 간섭할 수 없다. 국민 모두의 물이다. 설령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면 대안은 많다. 4대강 공사 때 수심을 6m로 팠을 때 농민들이 농업용수를 대달라고 한 적이 없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부는 왜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농민들이 농업용수 부족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수문을 열라 닫으라 주장하는 건 월권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으로 하천 준설과 매립, 댐 건설 등의 토목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매년 50개가량의 댐을 해체하여 지금까지 1200여 개의 댐을 폭파했고, 3만 7000 개 이상의 강을 재자연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 안전과 생명과 직결... 직접 챙겨야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김종술
김 교수에게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집권 4년 차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그는 "국민 생명을 존중해야할 정부가 너무 미적거려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에게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었다. 김 교수는 "국가물관리위원부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발목만 잡는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도 항상 물 정책을 중립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4대강사업에 대해 아무 말 안 했던 사람을 기용했는데 이들은 침묵으로 동조했다, 그렇지 않다면 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게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재자연화가 가능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4대강 재자연화를 주장해온 사람들은 굉장히 화가 나있다"면서 "모든 국민에게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한다면 4대강사업을 반대해 온 사람들과 찬성해 온 사람들,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대통령은 코로나19와 남북문제 등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 문제는 아랫사람들에게 맡기고 민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4대강 문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반드시 챙겨야할 사안이다.
일부 정치인이나 농민들이 반대한다고 지금껏 낙동강 수문조차 열지 못하는 무능한 아랫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우선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문제는 올해 안에 해결하고, 낙동강과 한강 수문을 열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사안을 직접 챙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동강 녹조물을 걸러먹고, 농사를 짓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12년 전 4대강 싸움에 나섰던 노학자는 인터뷰 내내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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