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문으로 만들어진 계란판
KBS
짜고 치는 고스톱
종이신문 부수 공인기구라고 하는 한국 ABC 협회는 해마다 발행 부수, 유가 부수를 발표한다. 그런데 조사대상인 신문사들이 회원이고, 이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이 협회가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조사 시기를 미리 신문사에 통보해주고 신문사 쪽 준비가 끝나면 가서 조사를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조사 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 기구에서 발표하는 공인 부수라는 게 얼마나 허수인지 잘 드러난다.
위에 언급한 KBS의 관련 기사에는 부수 인증 조사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부수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신문사 지국 직원들과 한국 ABC 협회 전 직원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나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선 ABC 협회의 전체 직원은 22명, 이 가운데 실제 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16명이다. 1주일 전 신문사에 표본으로 산출한 지국 30곳의 명단을 전달하고 그 지국을 찾아가 실사를 한다. 실사라고 해봐야 해당 신문사 본사에서 협회에 제출한 부수 보고 자료와 현장의 구독자 장부와 지로 영수증을 대조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신문사 판매국 쪽에서는 표본 산출된 30곳 지국에 미리 '작업'을 다 해놓는다. 저리톡 기사에 나오는 지국장의 증언이다.
신문사 본사에 지국 담당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ABC 협회 조사 기간이 되면 2~3개월 동안은 우리와 (평상의) 업무를 안 해요. 대신 ABC 공사 대상 지국으로 선정된 곳에 가서 작업을 하는 거죠. 3~4일 전에 미리 어느 지국 가서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다 조작하란 이야기 아니겠어요?(한상진/○○일보 지국장)
실제 지국에는 (유가 부수가) 50개뿐이 안 살아 있는데 70개를 만들어 놓는다는 얘기죠. 70개 또는 80개를 만들어 놓는데, 그 부수를 본사에서 전산으로 조작해서 유료 독자로 만들어 놓습니다. (박재동/○○일보 지국장)
조작할 시간 줄게
ABC협회 전 직원의 증언도 구체적이다.
말하자면 부수 인증이 (신문사) 셀프로 이뤄지는 거거든요. 신문사들이 자기네들 얼마 판매한다고 주장을 하는 건데, 그걸 신문사들이 말을 하면 믿어주질 않으니까 중간에 ABC협회를 끼워서 '아, 믿어 달라' 이런 식이 아니냐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증언들에 대해 ABC 협회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KBS 저리톡 기사가 인용한 'ABC 협회 관계자'의 말은 이러했다. 그는 협회는 '을'이고, (협회의 회원인) 신문사는 '갑'이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갑자기 조사를 하면 반발이 생깁니다. 그래서 1주일 전에 통보를 해줍니다. 신문사들이 공사를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될 것 아닙니까. 우리는 불쑥불쑥 가면 제일 좋지만 그렇게 해서는 저희가 못 견딥니다. 신문사가 우리의 고객입니다. 신문사가 내는 회비로 우린 살아가고, 정부 지원은 없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어려워요. 1년 예산이 20억밖에 안되는 작은 비영리 법인입니다.
공인 발행 부수, 공인 유가 부수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광고주들도 믿지 않는 셀프 부수의 실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뻥튀기의 셀프 발행 부수, 유가 부수 숫자에다, 종이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급격하게 줄어가고 있는 이 엄혹한 현실에서 종이 신문의 명줄을 쥐고 있는 광고와 협찬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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