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노회찬'(고 노회찬 의원 서거 1주기 추모집).
노회찬재단
2019년 1월 문을 연 '노회찬재단'은 노회찬의 수많은 '길동무'들과 함께 그를 기억하고 그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여러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회찬아카이브(사료 정리 및 이야기), 노회찬정치학교, 비전만들기 등 3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6411'이라는 이름 아래 연대 및 지원 사업,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노회찬'의 문화적 재구성 등등...
오는 7월 2주기부터 1년 뒤의 3주기까지, 김현성 작곡가의 헌정음반(7월), MBC 다큐 방영(9월 예정), 박윤정&타이포랩의 노회찬서체 개발(10월), 이인우 기자의 <음식천국 노회찬> 출간(2021년 1월 예정), 이광호 작가의 <노회찬평전> 출간(2021년 6월), 명필름의 다큐영화 제작 및 상영(2021년 7월 예정) 등도 그 일환으로 준비되고 있다.
2020년 2월 8일 <노회찬정치학교 1기> 프로그램의 마지막 29강을 담당한 이대근(<경향신문> 논설고문)과 노대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눈여겨볼 만한 제안을 한다.
먼저 이대근은 "노회찬의 삶과 정치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수십만명, 아니 수백만명이 그가 꿈꿨던 것을 위해 뛰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나선다면 그때 노회찬을 대신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불평등이 승냥이처럼 사회를 할퀼 수 없는 상황을 하루라도 당기려면 수많은 노회찬들이 정치적 주체로 나서야" 하며, "노회찬을 제대로 기억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곤 '노회찬을 기억하는 법'의 한 가지 예로 '노회찬 감시목록'과 '노회찬 지표' 만들기를 제안한다.
"이미 좋은 사례가 있다. 그의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로 유명해진 청소노동자·경비원이 타는 새벽 버스 6411번 이야기다. 이제 시민은 노회찬을 떠올릴 때, 이들의 전쟁 같은 삶이 변했는지 궁금해 한다. ... 말하자면 버스 문제가 노회찬 감시목록에 올랐다는 뜻이다. ... 이를 모델로 감시목록을 추가할 수 있다.
가령, 버스 문제를 넘어 최저임금 등 이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됐는지, 비정규직 문제에 진전이 있는지, 선거제 개혁을 했는지를 감시목록에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매해 추모 기간에 연도별로 현황을 평가해보자. 말하자면, '노회찬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절대 노회찬을 잊을 수 없다." ('노회찬을 기억하는 법', <경향신문>, 2019.7.13.)
노대명은 '노회찬을 생각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사회를 바꾸는 지표의 구성'을 강의하면서,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6411번 버스'의 사례처럼 수많은 투명인간의 삶과 애환을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할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은 노회찬재단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지표의 조건'으로 우리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표, 당면한 위험을 알리는 지표, 구체적이고 생산가능한 지표(현장과 지역 중심의 실험)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이어 "노회찬재단이 노회찬 지표를 만든다면 포괄적-완결적인 큰 지표가 아니라 작지만 예리한 임팩트가 있는 핵심 지표를 만들면 좋겠다"라며 "노회찬이 6411 버스를 통해 이름 없던 사람들에게 이름을 붙인 것처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지금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한다.
2000년 어느날 신영복은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헌시를 쓴 적이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신영복 선생의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신영복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환(生還)하는 것이다. / 현재의 실천 속으로 생환된 역사만이 힘이 된다. / (…) / 오늘의 실천 속에서 생환하는 일은 그야말로 역사적 과업이다. /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우는' 참된 각성의 시작이다."
노회찬의 꿈과 발자취를 생환(生還)하는 일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실천 속으로 생환된 역사만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 그의 생환은 지금/여기의 실천을 통해 그가 '멈춘 자리'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
기록 연재를 시작하면서 인용한 노회찬의 글귀와, 염은비 작가의 <해바라기> 그림으로 총 7회에 걸친 연재를 이제 마무리하고자 한다.

▲염은비 작가의 작품 '해바라기'.
염은비

▲노회찬재단 사무실의 미니 실내 정원에는 지난봄에 뿌린 해바라기 씨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박규님
"당신이 나와 같은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노회찬의 꿈이 도달한 세상은 이런 세상입니다(노회찬, '(여는글) 우리들의 겨울은 따뜻했다: 다시, 꿈꾸기 위하여', 노회찬 외, <진보의 재탄생>, 2010, 꾸리에); 노회찬, '서문', <노회찬의 약속>, 레디앙, 2010)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꿈을 놓지 못하는 것은 현실가능성이 크기 때문도 아니고, 그 꿈이 너무 아름다워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 꿈 이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꿈이 실현되지 않고서는 정치가 사람의 희망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노회찬을 기리며 <석남꽃 언덕에서>로 그의 꿈을 그린 동화작가 염은비, <해바라기> 그림으로 또다시 그리운 마음을 전한다.
노회찬에게 해바라기란 "어둠과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고, 새벽어둠을 뚫고 밝은 빛이 처음 새어나오던 곳을 향하는", "권세를 쫓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광명천지를 향한 희구"를 상징한다.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노회찬, '해바라기처럼', <신동아> 1994년 10월호).
"해바라기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해바라기는 어떤 땅에서도 다 잘 자란다. 그 자태는 숱한 잡종교배 끝에 만들어낸 화려한 꽃에 비할 수 없지만 그 열매는 어떤 화초보다도 크고 풍성하다. 무엇보다도 일관되게 광명천지를 향하는 해바라기의 자세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멋쩍은 듯 인사말을 건네는 노회찬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가장 소중한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그 길을 걷는 길동무들이라 합니다. 못난 저를 기억하며 여기까지 함께 온 분들께 미처 못다한 마음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 그동안 기록연재 '기록으로 만나는 노회찬의 꿈과 길'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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