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자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
일란성 세 쌍둥이
조중동이 일란성 세 쌍둥이처럼 생각과 표현, 주장과 논리가 같은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 4월 29일자 조중동 사설을 보자. 이날 조중동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확정 ▲ 국방백서의 북한 주적 폐지 ▲ 전교조의 민주화 인정 등 같은 주제를, 같은 순서, 거의 비슷한 논지로 다뤘다.
<조선일보>
노무현 후보 '과거' '현재' '미래'
북이 요구하니 '주적' 삭제인가
전교조 '민주화 운동 인정' 뒤에 남는 것
<중앙일보>
노무현 후보가 해야 할 일
주적론, 군사회담에서 풀어야
민주화 운동 평가 성급하다
<동아일보>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주적론 삭제 신중해야
전교조 민주화 인정 문제 있다
그 날의 여러 사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설 주제로 고르는 것이니 사안의 경중에 대한 생각이 비슷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목, 표현, 배치의 순서, 사설의 논리는 신문사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것이어서 서로 다른 다양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록이 동색
이 날짜 조중동의 사설을 두고, 당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조중동이 한통속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면서 '초록이 동색'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4월 29일은 '조중동'이란 단어가 고유명사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날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29일자 조선 중앙 동아 세 신문은 공교롭게도 각각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확정을 보도한 머릿기사부터 3꼭지로 구성된 사설까지 동일한 주제와 소재를 거의 비슷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당시 조중동이 신문시장에서 차지한 독과점의 위치를 생각하면 주요 기사와 사설, 칼럼에서 하나의 신문인 것처럼 비슷한 시각과 논리를 보인다는 것은 수구기득권과 강자의 논리가 압도하는 조중동 이데올로기가 여론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을 뜻했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이랄 수 있는 다양성은 배제되고 하나의 논리가 압도하는 세상이 되고 만다.
조중동이 하나같은 신문 모습을 보이는 행태는 또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시대, 상황,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주장과 논리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정권 따라 말 바꾸는 카멜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