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솥에 불을 때는 아버지와 술밥을 다루는 아들.
막걸리학교
흙벽집 안에는 발효실이 있었다. 바이주를 만드는 양조장에서는 땅속으로 움을 파서, 그 안에 찐 수수를 넣고 발효시키는데, 이곳은 달랐다. 바닥 위에 욕조처럼 발효칸을 만들어, 그 안에 수수를 담았다. 발효칸의 깊이는 허리를 숙여서 바구니로 바닥에 깔린 수수를 거둬낼 수 있는 정도였다.
발효칸 하나에 들어 있는 수수가 한번 증류될 분량이었다. 발효된 수수를 바구니에 담고 옮기는데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어깨가 처질 정도로 무거웠다. 증류솥은 어른 키 정도로 높아서, 수수 바구니를 들고 화덕 위에 올라서야 편하게 쏟아부을 수 있었다.
증류솥의 겉면은 열을 차단할 수 있게 석회로 단단하게 마감되어 있었다. 증류솥 안은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었다. 솥 밑에는 구멍이 촘촘하게 뚫린 찜판이 놓여 있었다. 찜판 위에 발효된 수수를 한 켜 깔고 그 위에 누룩가루를 시루떡의 팥고물처럼 뿌렸다. 그리고 다시 발효된 수수를 한 켜 깔고 다시 누룩가루를 뿌렸다. 그렇게 절반쯤 증류솥을 채우고서, 증류솥 안에 증류주를 받아내는 굽이 진 둥근 쟁반을 걸었다.
쟁반에 증류주가 차면 연결된 관을 통해 바깥으로 흘러나오게 된 구조였다. 증류주를 받아내기 위해 증류솥의 몸통에는 구멍 하나가 뚫려 있고, 그곳에 호스가 꽂혀 있었다. 증류솥 위에는 깔때기처럼 생긴 무겁고 큰 뚜껑이 덮였다. 솥과 뚜껑 사이로 증기가 빠져나오지 않도록 천을 깔고 동여맸다. 깔때기처럼 생긴 뚜껑 위에는 찬물을 가득 담아서, 증기를 냉각시킬 수 있게 했다.
발효된 수수를 담고 나자, 증류솥 아래의 화덕에 불을 지폈다. 불을 지피는 일은 나이든 아버지의 몫이었다. 화덕은 좁았고, 달궈진 숯에 마른 장작 두 개가 더해지는 정도였다. 화덕에서 연기가 나와 처마 밑 서까래와 차양으로 올라붙었다. 증류솥과 처마는 그을음으로 검게 변한 지 오래였다.

▲증류솥에 발효된 수수를 골고루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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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는 언제부터 바이주를 증류했을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증류솥 바로 옆에 그을음과 먼지가 쌓인 오래된 증류솥이 있었다. 그 증류솥의 겉면은 단단한 석회로 처리되어 있었고, 속은 흙벽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궁이와 거의 한 몸이 되게 축조되어 있는데, 마치 어깨가 좁은 중국 항아리를 닮았다. 증류솥 위에는 큰 대바구니가 덮여 있었다. 대바구니는 스테인리스 찜판이 없던 시절에 사용되던 시루밑이다. 흙과 나무로 증류 장비를 만들고, 불을 지펴 증류를 해낸다.
바이주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비위생적이다. 움에 넣어 삭히는 것인지 썩히는 것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맨바닥에 수수를 붓고 맨발로 밟고 다니고, 웃통을 벗어 땀이 떨어질 테고, 또 벌레는 얼마나 달라붙겠는가. 그렇더라도 중국인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바이주가 안전하다는 것을 안다. 알코올 도수 53%에는 어떤 세균도 살 수 없다. 알코올 자체가 소독 효과가 있어, 스스로를 방어한다.
▲거대한 깔때기 모양의 증류솥 뚜껑. 깔때기 안에 찬물을 부어 냉각수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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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증류된 바이주를 맛보았다. 극렬하고 사나웠다. 코끝을 때리고 목이 따끔하고 맵고 독했다. 방금 내린 술이니 거친 것은 당연하다. 이 술도 나이를 먹어야 부드러워질 테니, 다음은 세월에 맡길 수밖에 없다.
바이주 한 병을 받아들고, 수수밭 길을 지나 마을로 내려왔다. 산속의 집 한 채, 수수밭과 증류솥과 발효칸,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을 보고 왔다. 술 빚는 일은 산속에서 숨어서 할 수 있다. 수수밭이 바로 곁에 있어 원료 조달이 쉽고, 만든 술이 상하지 않으니 언젠가는 주인을 만날 것이다.
증류의 원리는 간단하다. 만두를 찌듯이 수수를 쪄서 증기 속에 담긴 알코올을 액화시켜내면 된다. 간단하기에 쉽게 전승되고, 또 누군가가 흉내내서 술을 만들 수 있다. 마오타이진에 오니, 마오타이주에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린 이유를 알겠다.
너무 크면 볼 수가 없다. 작아야 전체를 볼 수 있다. 작은 것에 매몰되어 전체를 볼 수 없는 일이 허다하지만, 작은 것을 통해서 전체를 보는 힘을 기르면 세상은 볼 게 많아진다. 그래서 볼 만한 양조장이 많고, 맛볼 만한 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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