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를 포함한 취업자 전체에서 관리자, 전문가, 사무종사자의 비율은 34.1%다. 이 중에서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조직 종사자를 집계하면 1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통계청, 2019년 8월 기준)
황세원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최근 한국 사회에서 고용 및 노동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증진, 최대 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주제들을 다시 보면 아귀가 딱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대기업 체제를 위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모든 일하는 사람 중에서 몇십 명 정도 규모 이상 기업에서 관리자, 사무직 상용근로자로 일하는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물론 노동 조건의 최저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이런 점진적인 해법도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 고용은 더 불안정해진다"는 주장 때문에 쉽게 관철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어느 지역 경제인 단체 관계자는 "자꾸 고용의 질을 높인다 하면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고용 안 하고 해외로 가버리게 마련이다"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다시 했다.
반면, 이번 제주도 행사에서 만난 한 기업 대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직원 수는 30여 명으로 많지 않지만 업계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여온 건축회사 공동대표인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에는 주 3일 또는 4일만 일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던 직원을 예전 자리로 다시 채용하기도 했어요.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 사람이 꼭 필요해서입니다. 저희 일은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할 사람을 찾기 어렵거든요. 꼭 필요한 사람이 육아나 학업 등 사정이 있다 하면 조건을 맞춰주는 수밖에 없지요."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가들로 구성됐고 그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맞춰주는 기업. 그리고 내국인을 외국인으로, 혹은 사람을 기계로 언제든 대체할 수 있으니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기업. 둘 중에서 어디가 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업은 어느 쪽일까?
제주에서 만난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기만의 감성과 가치관을 담은 방식의 일과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직은 그 수가 많다고 할 수 없고, 한국의 제도와 환경이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커질수록 비정상적일 정도로 수도권에 쏠린 대한민국의 중심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희망적이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디로 향해야 할까? 새로운 형태의 일, 결정권과 선택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하지 않을까? 한 걸음씩 차근히 간다면서 이미 지나쳐 버린 길을 되짚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제대로 한 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