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취업·임금 실태. 첫 취직까지 평균 1년, 근속기간은 18개월 남짓이다.
중소기업뉴스
조금만 눈을 돌려서 바로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면 다른 측면들이 보인다. 이미 청년 세대에게 '퇴사'는 하나의 문화다. 퇴사의 시기를 결정하는 법, 잘 퇴사하는 법, 퇴사 이후의 시간을 잘 쓰는 법에 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직장 안의 문화에 순응하고 순종하는 사람보다는 자기만의 전문성, 독특한 경력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하고 옮겨가는 사람을 롤모델로 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버티는 것은 이제 미덕이 아니다.
퇴사 이후도 중요하다. 쫓기듯이 다른 직장을 찾기보다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기간'을 알차게, 의미 있고 행복하게 써야 한다. 그런 기간을 충분히 가진 이후에도 다시 일할 수 있는 사람,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가장 높이 평가된다. 그런 사람을 두고 청년 세대는 '자기만의 안정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여긴다.
이런 경향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위기를 맞으면 가장 먼저 노동자들을 내보낸다는 것, 정부도 이들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린 청소년 시기부터 목도한 것이 지금의 청년 세대다. 이들이 느꼈던 불안은 어쩌면 부모 세대보다 더 컸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청년들은 아무리 좋은 직장에 들어간들 그 자체로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한 직장을 오래 다니며 그 조직만의 문화에 젖어있던 사람일수록 다른 직장을 찾기 어렵다는 것, 밀려나듯 퇴직한 뒤에 창업해봐야 퇴직금만 날린다는 것도 안다.
따라서 그런 직장에서의 안정성은 진짜가 아니다. 직장을 떠나서도, 옮겨 가면서도 자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안정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직장에서의 불필요한 관행이나 회식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니는 동안 배울 것은 빨리 배워 놓고 다음 행로를 고민하거나, 이 직장은 생계수단 정도로만 여기고 퇴근 후의 활동이나 학습 등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의 인식은 정확하고, 또 빠르게 달라지는 사회와 더 잘 맞는다. 기술의 발전, 산업의 변화와 함께 노동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삶의 방식도 지향점도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청년 세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싫은 일을 참고 하는' 인생을 살고자 하지 않는다. 얼마전 발표된 통계청 조사만 봐도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60대는 70% 이상인 반면 20~30대는 30%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가족 부양'을 미끼로 원치도 않는 일자리에 밀어넣고 계속 다니게 할 수 없는 세대다.
2030세대에게 권한을 넘겨라
이는 어쩌면 사회 전체를 위해 더 나은 방향이다. 개인들이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아가 볼 수 있고, 그러는 동안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다면, 정해진 길 위를 다 같이 달려가면서 등수를 매기고, 1등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위에 처져있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가, 정부가, 부모 세대가 계속해서 '한 직장에서 장기근속' 해야만 '정상'이라고 한다면 청년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장기근속할 수 있는 직장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없애온 것이 기성세대이고 정부다. 그런데도 사회 지도층들은 그 희소해진 일자리를 놓고 '내 자식만 들어가면 된다'고 서로 다투고 있으면서, 청년 세대를 보고는 '네가 노력해서 들어가라'고 압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 가운데 사회 제도는 여전히 한 직장에 장기근속하는 사람만이 4대 보험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고, 국민연금 수령액이 커짐에 따라 노후도 안전해지며, 심지어 (법이 보장하는 최저 수준의) 연차휴가도 점점 더 많이 쓸 수 있게 돼 있다.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보겠다고 하면 아무런 사회 보장, 정부 지원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사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굴뚝같아도 용기를 내지 못 하는,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시험 행렬에 서 있거나 퇴사를 꿈꾸기만 하는 청년들은 각종 지표에 잡히지 않으므로 정부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네가 몰라서 그렇지…"라는 식의 메시지를 줄 것인가? 아니면 이 시대에 맞는, 2030세대가 살고 싶은 삶에 부합하는 제도를 만드는 방법을 큰 틀에서 다시 고민해 봐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안정성, 좋은 직장의 개념이,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말이다. 덧붙이자면, 사실은 그 '권한'을 진작부터 2030세대에게 넘겨왔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결과가 지금 이 현실이고, 기성 정당 어느 곳도 청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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