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일행과 함께 사진 찍으려 몰려든 아이들점심시간을 이용해 야외 놀이 시설에서 놀던 아이들이 방문객들과 반갑게 눈을 맞추며 인사한다. 방문객 일행 세 명이 몇 명의 어린이에게 기념촬영을 요구하자 주변에 있던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어 함께 사진 찍기를 희망했다.
김선희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는 소위, '0교시'로 불리는 일과 전 자율학습과 일과 후 야간 자율학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교육과열 지역에서는 '조기등교 및 야간 잔류 학생 안전지도'를 핑계로 자율학습 감독 임무를 교사에게 떠넘긴다. 어린 자녀를 기르거나 체력이 부진한 교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더군다나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장 9시간에 달하는 고3의 일과는 새벽 1~2시까지 학원이나 독서실을 전전하는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과로를 부추긴다. 그러나 학원가에서 주장하는 '수능 시간표에 맞춰 뇌가 일찍 깨어있도록 적응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학부형들의 강력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도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아, 이렇게 인과관계가 부실한 교육 상식이 정설처럼 유통되고 있다니...게다가 그에 부응하기 위해 도교육청의 학생 지도 방침과 교사들의 기준 근로시간까지 위배하면서 그에 부응하고 있는 공교육 기관의 자존감 낮은 태도라니...' 현장에 몸 담고 있는 교사로서 비통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9시간 가까운 강도 높은 시험 일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적절한 쉼과 공부를 통해 체력관리를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많은 비용이 늘더라도 학생들의 피로도를 고려한 수능 시험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데 있어 건강은 얼마든지 차치해도 좋다'는 합의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대동단결 속에서 놀랍도록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적지 않은 아이들이 오전 내내 책상에 엎드린 채 정신이 혼미한 생활을 하고 있다. 2학기 중반에 접어들면 꽤 많은 학교의 고3 교실에서 질병 및 개인 사유로 30% 이상의 학생들이 정규 수업시간 조차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성장 발육의 막바지에서 한창 건강해야 할 나이에 과로와 정서적 질병으로 찌들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뻔히 목격하면서도, 학교가 '고3이니 어쩔 수 없다'는 빈약한 논리를 앞세우며 부모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불안을 잠재우기에 급급한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건강과 적정학습 시간 보장을 위한 진보 교육감의 '9시 등교원칙'이 오히려 학생들의 9시간 이상의 학교생활과 교사들의 초과근무로 몰아가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군다나 고3 교실에서 시작된 교육시간 초과 현상은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며 점차 다른 학년에도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학교 본연의 기능마저 위협하는 인력 돌려막기
▲ 방문객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손 흔드는 아이들과 교장선생님 니마크 학교 뿐 아니라 방문하는 덴마크의 교육기관마다 아이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한결같이 사람을 반겼다. ⓒ 김선희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수업을 지도하면서 사이 사이에 진학지도와 관련 서류 업무에 매진하는 고3 담임들이 8시 조기 출근이나 야간 근무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진학지도의 전문성 보다는 체력이나 사생활 여건을 우선 고려하여 배치되는 지경에도 이르러 있다.
학교 예산이 비교적 넉넉한 고교에서도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에는 제한이 있다 보니 이미 기존의 인력으로 돌려 막기 하는 학교의 관행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두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중 돌봄 기능으로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그나마 방과 후 학교 수업이었다. 주로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이루어진 방과 후 학교 수업은 교내시설을 이용하지만 외부 강사들의 투입으로 저렴하면서도 꽤 만족도 높은 활동이 이루어졌다. 두 아이 모두 활동적인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 적잖이 답답할 수 있는 정규수업에 대한 피로를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풀며 학교생활에 대한 애착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 수업 관련 업무 또한 해당부서 부장교사나 담당교사에게 커다란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학교 사정에 밝은 일부 학부형들은 해당 업무 교사가 담임으로 배정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담임 업무나 수업의 질 저하를 염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봄교실이나 방과 후 학교 담당 업무와 같이 손에 꼽는 기피업무를 맡은 교사의 병가나 휴직으로 인해 학기 중 담임 교체 상황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기르는 일, 더더욱 사람이 먼저!
교사들의 행정업무 줄이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러나 그 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더 가중 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학생정보 및 성적관리의 전산화로 책임은 날로 더 늘어가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업무는 많지만 사라지는 업무는 적다.
각 지역의 지자체 관련 복지사업도 크게 한 몫을 한다. 한 예로 작년부터 시행된 경기도 성남시의 무상교복 정책으로 학기 초 담임교사 및 담당자의 업무는 크게 늘었다. '빛깔 있는 성남형교육', '더 좋은 일반고', '꿈의 학교', '꿈의 대학'같이 꾸준히 이어져온 지자체 및 외부 교육기관 연계 교육활동 업무도 여전히 교사들의 몫이다. 교육관련 복지사업과 예산이 느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만큼 행정 인력의 충원도 병행해야만 질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기존 인적 자원에 '좀 더 쑤셔 넣기' 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상당부분에 해당 사업들의 공교육 강화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돈만 드는 소모성 사업이 적지 않다.
교사들의 기존 행정업무 경감 정책 역시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없애려는 노력과 인력의 충원 없이 이루어진다면 행정실과 교무실, 또는 부서 간, 교직원 간 '핑퐁게임'에 그치고 만다.
사상초유의 0.98% 출생율에 당도한 이 즈음, 육아 환경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는 교육기관 인력 충원이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기존의 자원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가계 운용 방식이라는 점'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인력 충원 없는 공교육 서비스 강화는 역효과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학생도 교사도 사람이다. 교육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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