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웅 '금강산 소견' 1940년 경
황정수
정현웅이 그린 작품 중에서 현재 실제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940년경에 그린 <금강산 소견> 한 점 뿐이다. 이 작품은 금강산의 기이한 봉우리를 감각적인 필치의 새로운 감각으로 그린 것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좋은 종이에 먹을 중심으로 전체 산의 모습을 그리고, 연한 채색을 이용하여 담담하게 그렸다. 맑은 수채화 같은 수묵화이다. 전체적으로 거칠고 두드러진 표현은 절제하고, 세밀한 감각을 잘 살려 그리고 있다. 섬세한 감각이 그의 화가로서의 재주를 짐작케 한다.
이 작품은 당시 화가들 사이에 가장 많이 유행하였던 금강산 그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한국 화단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가 금강산을 그리는 일이었다. 특히 일제강점이 견고해지고 경원선 철도가 완성되자 일본인 화가들이 한국을 찾아 금강산을 그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들은 일본에는 없는 바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금강산을 그리기를 좋아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많은 화가들이 금강산을 그렸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화가 중에 금강산을 그리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나의 문화현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 작품도 그러한 현상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대화가 중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는 정현웅의 남아 있는 작품이 이렇듯 적다. 그의 작업 대부분이 책의 표지화와 삽화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가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소실된 것도 많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이가 따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업을 하였으니, 어딘가에 그의 작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의 작품이 더 많이 발견되어 그의 작품 세계를 폭 넓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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