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할아버지 선생님할아버지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사과를 따고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 현장에도 할아버지 선생님이 함께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옥
사과나무 앞 창고 건물에서는 아이들이 따 온 사과로 즙을 짜느라 분주하다. 바구니에 담겨온 사과를 팔뚝 굵은 남자 선생님이 칼로 대충 썰어 기계 속으로 던져 넣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힘껏 손잡이를 돌려 사과를 잘게 부순다. 혼자 돌리다가 힘들어하자 친구가 와서 함께 손잡이를 돌리고, 작은 몸집의 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숨죽여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
한동안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내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갑자기 웬 눈물...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 눈물은 이들의 자연스러움에서 내가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가.
아이들과 선생님이 사과를 자르고 부수고, 즙을 짜내는 모습은 그냥 자연스러웠을 뿐이다. 만약 내가 그곳에 선생님으로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과를 자르는 것이 숫자를 가르칠 좋은 기회라 여겨 일부러 숫자를 세어보게 하거나, 사과 짜는 기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경험을 글이든 그림이든 표현해보자고 했을 것이다.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싶었을 테니까,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이라고 생각하니까.
한국의 교사들이라면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덴마크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그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순간순간 즐기고 있었고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인간적이었고, 곧 놀이였다. 굳이 무엇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기다려주며, 도움을 요청할 때 손을 내밀며 온전히 그 순간에 함께 머물러주는 것. 그것이 내가 본 자연스러움이었고 놀이였다.
눈물을 감추지 못해 눈이 벌겋게 된 나를 향해 사과를 자르던 팔뚝 굵은 남자 선생님이 미소와 함께 울지 말라고 외쳤다. 그는 내 눈물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과를 자르던 선생님과 함께미숙한 영어 실력 탓에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해 주었던 선생님과 기념촬영을 했다.
김수옥
우리나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궁리 중이다. 꿈틀비행기 6호 참여자 중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 있었는데 9월에는 그곳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 안에서도 이미 새롭게, 다르게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을 찾아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아이들의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궁리하되 천천히 한발 한발 긴 호흡으로 내디뎌 보련다. 성급하게 씨를 뿌리기보다 황무지 땅에서 돌을 골라내는 마음으로, 내 안에 있는 자연스러움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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