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기가 매단 공갈젖꼭지를 찾아보고 있다. 아이의 아버지가 인터뷰와 더불어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태유
길을 잃은 덕에 만난 횡재... 내 삶을 돌아보다우리가 도착한 곳은 프레드릭스보그성의 정원이었다. 산과 숲이 거의 없는 덴마크에서 드물게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아름드리나무와 넓디넓은 잔디정원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정원을 느리게 산책했고 악기를 가져온 이는 작은 뜰에서 플루트를 불었다. 데인족의 풍습이라는 공갈젖꼭지를 매달아 놓은 나무도 보았고, 전형적인 유럽의 카페에서 생각보다 훌륭한 가격에 점심식사를 했다.
나는 분명히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멋진 경험이었다. 그 순간에 누군가 친절하게 손을 내밀었고, 기꺼이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가고자 한 곳은 아니었지만, 비교할 수 없는 어떤 하루를 보냈다.
그날 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수 있는 자유, 그것은 곁을 볼 수 있는 자유와 같은 것이었다. 길을 잃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도에서 가야 할 지점을 다시 확인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며,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가 없는지,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던가 보다. 젊은 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는 진작 이별을 해야 했다. 덴마크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공갈젖꼭지를 나무에 매달며 자신의 한 시절에 정식으로 이별을 고한 것처럼.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나는 시내 관광에 따라나서지 않았다. 편한 신발을 챙겨 신고 작은 수로를 따라 나 있는 소박한 동네 산책길을 걸었다. 물그림자를 가르며 잿빛 오리떼가 무심하게 줄지어 지나가고, 은발머리 어린 남자아이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수로에 담근 귀여운 발을 동당 거리고 있었다.
나에게 조용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자유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란 볼 수 있는 것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며, 나를 안다는 것은 삶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니체가 떠올랐다. <우상의 황혼>에서 교육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세 가지 과업이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말하고 쓰는 것이라 했다. 우리의 교육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이 '보는 것'이리라. 깊이 천천히 응시하는 눈, 평온하며 인내하는 눈을 가지는 것.

▲마을 산책길 옆 작은 수로. 도시 곳곳에 수로와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김태유
'자유'...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 국가인 이유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 국가인 이유를 나는 자유에서 찾았다. 삶에서 매우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에 잠시 망설일 수 있는 자유. 익숙하고 편안한 부모 품을 떠나 낯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바라보며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덴마크의 아이들.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자유학기제 속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을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삶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결심한 몇 가지가 있다. 운동과 글쓰기, 일과 여가 사이에 균형을 맞출 것, 마지막으로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직장을 오래 비우고 떠난 여행이었다. 가족과 함께하지 않고 홀로 떠난 첫 여행이었다. 설렘도 있었지만 염려스러움도 함께 가지고 떠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돌아올 때 혼자가 아니었다.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낯선 길에서 기다려 온 또 다른 나를 만나' 함께 손잡고 돌아왔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은가.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내년 1월에 출발하는 다음 꿈틀비행기에 올라보시라. 진정한 행복의 이유를 묻고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우리 안에 이미 꿈틀거리고 있었던 또 다른 덴마크를 발견하게 될 터이니.
| 애프터스콜레란? |
애프터스콜레는 덴마크에만 있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이다. 중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희망하는 경우 갈 수 있는 1년 과정의 인생설계학교다. 학교마다 다양하게 특화된 교육과정을 가진 애프터스콜레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기르기 위하여 아이들이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다. 덴마크에는 250여개의 애프터스콜레가 있으며 약 3만여명의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신 애프터스콜레로 진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경기도 강화에 꿈틀리 인생학교가 문을 열었다. 현재 30여명의 학생이 '옆을 볼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며칠 전 덴마크에서 한 여학생이 한국의 애프터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 입학을 위해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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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교육부. 왼쪽의 삼각형 건물들이 덴마크 교육부 건물이다. 카페처럼 커다란 유리창으로 외벽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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