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의 오마이 베를린

베를린 '차 없는 도시 이니셔티브'가 헌법재판소에서 승소하며 법안 추진에 힘을 얻었다. 2019년 결성된 시민연대는 도심 자동차 통행 제한을 골자로 한 '공공복리를 위한 베를린 도로 이용법'을 제안했다. 헌법재판소는 자동차 통행 제한이 개인의 자유 침해가 아닌 공공복리를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시의회는 10월 중순까지 의결해야 하며, 부결 시 내년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베를린의 상징적 공간인 '6월 17일 거리'는 1953년 6월 17일 동독에서 일어난 민중봉기를 기념하는 곳이다. 당시 노동시간 10% 연장 조치에 항의해 시작된 시위는 전국적 봉기로 확산되었으나, 소련 점령군의 탱크와 동독 경찰에 의해 진압되었다. 약 13,000명이 체포되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이 사건 후, 서베를린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거리 이름을 변경했다. 오늘날 이 거리는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시민 축제의 장소로 변모했다....

독일 연방 공화국 10대 총리로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198cm의 키다리 아저씨로, 법률가 출신의 억만장자다.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뛰어들어 메르켈과 16년간 앙숙 관계를 유지했다. 메르츠는 취임 직후 난민 정책을 전환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는 등 메르켈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보수적 혁신'을 추구하며 독일의 군사력 강화와 경제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인물로, 독일 정체성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0년 넘게 베를린에 살아온 필자는 이 도시를 '조끼 주머니 속처럼 훤히 안다'고 표현한다. 베를린은 170여 개국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국제도시로, 단순한 다문화 도시를 넘어 '누구나 스며들 수 있는 도시'다. 프리드리히 대왕 시대부터 이어온 관용의 정신이 도시 정체성이 되어, 종교, 문화,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극우당의 부상으로 사회적 연대의 미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