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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처음 알바한 곳이 편의점이어서 그런지 2, 30대에 걸쳐 계산원으로 일한 경험이 꾸준히 쌓였다. 편의점, 놀이공원 기념품점, 동네 마트까지 계산대에 서서 여러 사람을 상대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일이 분 남짓 계산하는 시간 안에 한 사람의 단면을 꽤 투명하게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면이 켜켜이 쌓여 입체감을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없는 찰나의 인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관찰자로서 손님들의 언행을 바라보았고 그 덕에 어떤 손님을 만나든 크게 마음 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내가 만난 손님들을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계산대에서 여러 사람들을 상대했던 경험은 나에게 참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손님들은 자신이 웬 계산원의 머릿속에 꽤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겠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사람 보는 눈을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정중히 전해본다. 아무리 계산원 경력이 길어도 난 아직도 손님이 어렵다. 오늘도 고민은 이어진다. 방금 나간 손님에게 난 어떤 계산원이었을까. 내 말투나 표정이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어떤 의도가 있던 건 아닌데. 그리고 고민의 답은 다음 손님에게 얻는다. 이분은 어떻게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을 만큼 공손하실까. 나도 손님에게 은연 중 마음의 여유를 풍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음 손님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인사가 튀어나온다. "어서 오세요."
참여기자 :
억지로 웃거나 과하게 친절하지 않은, 나다운 계산원 되기
예의를 지키는 말이 주는 감동
추석 연휴 근무하다 생긴 일... 일하다 보면 감동을 주는 손님도 많아요
추석이면 생각나는 그날의 난투극... 20대 청춘에게 밤길보다 무서웠던 것
나이로 일을 평가한 내 오만과 위선을 깨준 편의점 계산원
냉탕과 온탕, 계산원 바라보는 극과 극 시선... 귀천이 정말 없습니까
편의점 직원의 결제 실수에 재방문... 좋은 손님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이성적인 계산원보다 감정적인 계산원이 되고 싶은 이유
앉아서 일할 권리 있는데 '손님 오면 반드시 일어서서 인사하라'는 상사... 저만 이상한가요
손님들에게 배우는 소통의 지혜
계산원 13년 차, 한 손님의 나를 도운 한 마디... 우리가 마트노동자를 존중해야 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