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9 15:17ㅣ최종 업데이트 26.09.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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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검증 대상] "문재인 정부 때 페미니즘 유행해 출산율 폭락"

"문재인 정부 시절 페미니즘이 유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전쟁을 겪은 국가들보다도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페미니즘이 유행한다면, 아마 한국인은 멸종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8월 30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지난 2일 "용혜인 후보자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우려스럽다"면서 같은 주장을 다시 폈다.

구체적으론 "문재인 정권 시기에는 혼인·출산율이 폭락하기 시작해 0.7까지 떨어지는 충격적 결과가 있었다"라며 "당시 사회적으로 유행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대대적으로 밀어붙였던 페미니즘과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했다.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자산, 소득, 학력, 거주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계층에서 출산율이 폭락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즉, 페미니즘이 출산율 폭락의 주요 원인이란 주장이다. 그는 "페미니즘은 이론적 이상과는 별개로, 현실 정치에서는 남녀를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로 나누고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방식으로 나타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런 주장을 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합계출산율이 2017년 1.05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파른 하락세 자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5~2016년부터 이미 시작됐다(1.24명→1.17명). 코로나19 '팬데믹' 정국도 무시할 수 없다.

정말로 '페미니즘 때문에 출산율이 폭락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은 현상이 나타날까? 한국의 초저출생 원인을 분석한 연구들은 '페미니즘'을 원인으로 지목했을까? <오마이뉴스>가 검증했다.

[검증 내용①]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 정부? 오히려 여성계는 비판

▲ 기자회견 갖는 경희대 페미니즘 실천단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20대 페미니스트의 외침 실천단' 등 이 학교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후배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회견에서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 조성, 낙태죄 폐지 등을 요구했다. 2017.5.15 ⓒ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것은 맞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17년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정말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남녀동수 내각, 여성 대표성 확대 등을 내걸었고 대선 공약에는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등도 포함됐다.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권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하지만 당장 대표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는 결국 설치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청와대에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설치가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여성 장관을 30% 수준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남녀동수 내각으로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집권 초기 30%가 넘었던 여성 장관 비율은 오히려 2021년 개각 뒤 18개 부처 가운데 3명, 16.7%까지 떨어지며 후퇴했다.

여성의 재생산권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도 여성계의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내놓은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 자체를 폐지하는 대신 형법상 처벌 조항을 유지하면서 임신 주수에 따라 허용 범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성별 격차 지표 역시 임기 말까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발표한 세계 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44개국 중 118위였다. 2022년에는 146개국 가운데 99위로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세계 하위권이었고, 특히 경제 참여 및 기회 분야 점수는 0.592로 동아시아·태평양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 OECD는 같은 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고 여성 관리자 비율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여성계의 평가는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한국YWCA연합회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와 여성대표성 확대 등 공약 이행을 촉구했고, 같은 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성평등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와 28개 회원단체가 공동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성평등한 대한민국'이라는 국정과제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2020년 낙태죄 개정 과정에서도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이 참여한 연대체는 정부안을 "시대를 역행"하는 방안이라고 규탄했다.

[검증 내용②] 페미니즘 유행하면 아이 안 낳는다? 반례 다수 확인

▲ 세계여성의날 기념 행사 참석한 문재인-안철수-이재명-심상정 2017년 3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 정책을 구호로 내걸었다는 사실과 같은 시기 출산율이 하락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명제다.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만으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우 의원의 주장이 맞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남녀 갈등이 심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흐름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국제 비교에서는 일관된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2023년 세계 성격차지수에서 아이슬란드가 1위, 노르웨이 2위, 핀란드 3위, 스웨덴은 5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조사 대상 중 105위였다. 이 지수는 경제 참여와 기회, 교육, 건강, 정치적 권한 등에서 남녀 간 격차를 비교한다.

그런데 OECD 자료를 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아이슬란드 1.56명, 스웨덴 1.46명, 노르웨이 1.41명, 핀란드 1.26명이었다. 성격차지수에서 이들 국가보다 한참 뒤처진 한국은 0.72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하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이 한국보다 출산율도 훨씬 높았던 셈이다.

OECD가 한국을 포함한 19개 회원국의 2002~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남녀 고용률은 합계출산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특히 여성 고용률의 계수는 남성보다 두 배 이상 컸다. 반대로 실업률과 주거비는 출산율과 음(-)의 관계를 나타났다. 국제 비교와 OECD 분석 어디에서도 '성평등 확대가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우 의원의 단정은 뒷받침되지 않는다.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페미니즘'이 곧 '성평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범위를 좁혀서 보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26개국의 페미니스트 운동 강도와 자율성을 평가한 '페미니스트 동원 지수(FMI)'를 보면, 2015년 프랑스와 영국은 최고 등급인 3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합계출산율은 각각 1.96명과 1.80명으로 EU 평균(1.58명)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프랑스는 당시 EU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가장 높았다.

국민의 성 역할 인식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WVS(World Values Survey)를 기반으로 한 97개국 젠더 이데올로기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일자리가 부족해도 남성에게 우선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성평등적 응답은 아이슬란드 97.6%(2009년), 덴마크 97.0%(2008년), 스웨덴 95.2%(2011년), 노르웨이 92.4%(2008년)였다. 이들 국가의 당시 합계출산율은 약 1.9~2.2명으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의 같은 응답률은 2010년 26.6%에 불과했으며, 합계출산율은 1.226명이었다.

즉, 페미니스트 운동이 가장 강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출산율이 높은 곳들이 다수 존재했다. '페미니즘이 강할수록 출산율이 떨어진다'라는 주장이 입증되기는커녕 반례가 다수 확인된 것이다.

[검증 내용③] 저출생 원인은 '페미니즘' 아닌 '성별 불평등'

▲ 올해 6월·2분기·상반기 출생아 수 7년 만에 최대 기록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인구동향'을 보면 6월 출생아 수는 2만3천111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3천115명(15.6%) 증가했다. 24개월 연속 동월대비 증가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출산율이 왜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지를 분석한 연구들은 주택가격·고용 같은 경제적 변수를 짚었다. 경제적 요인만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출산율 하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우 의원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지점이다. 특히 그 원인을 '페미니즘'으로 지목하는 연구는 이번 취재에서 찾을 수 없었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2023년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보고서에서 개인·지역·국가 자료를 이용해 한국 초저출생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이 핵심적으로 지목한 것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이었다. 경쟁압력을 많이 느끼는 청년일수록 희망 자녀 수가 적었고, 시도별 분석에서는 인구밀도와 주택가격, 실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았다. 한국은행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수도권 집중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OECD 35개국의 2000~2021년 패널자료를 이용한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청년층 고용률이 높고 실질 주택가격이 낮을수록 출산율이 높았다. 가족 관련 정부지출과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역시 출산율과 양의 관계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주목했다. 2024년 KDI는 출산 뒤 경력단절을 우려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의 증가가 출산율 감소의 약 40%를 설명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법으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공동으로 내놓은 '한국의 태어나지 않는 미래(Korea's Unborn Future)'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OECD는 한국 초저출생의 주요 원인으로 많은 여성이 '직업이냐 가족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를 지목했다. 장시간·경직적 노동관행과 성별로 불평등한 돌봄 분담이 다른 OECD 국가보다 직업과 가족 사이의 충돌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과 소득 손실 역시 문제로 꼽았다.

OECD는 노동시간과 근무관행을 개선하고, 직장과 가정에서 성평등을 확대해 여성들이 직업과 가족을 함께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페미니즘을 줄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증 결과] 근거 없는 '새빨간 거짓'

우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과 '출산율이 급락했다'는 사실을 인과관계로 연결했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를 증명할 통계나 실증연구는 제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제부터 입증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성계는 오히려 '구호' 뿐이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했고 주요 공약도 실현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연구 중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페미니즘'으로 지목한 결과물은 이번 취재에서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성 불평등 개선 필요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다수였고, 국제 비교에서도 오히려 성평등 수준이 높거나, 페미니즘을 널리 받아들인 국가 중 출산율이 높은 '반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의 "문재인 정부가 페미니즘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한민국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라는 주장을 '새빨간 거짓'으로 판정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페미니즘이 유행하면서 대한민국은 전쟁을 겪은 국가들보다도 인구가 더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페미니즘이 유행한다면, 아마 한국인은 멸종할 것입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새빨간 거짓
  • 주장일
    2026.08.30
  • 출처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페이스북출처링크
  • 근거자료
    국가데이터처, 「2023년 출생 통계」자료링크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임신 14주까지 낙태 전면 허용…낙태죄는 유지」자료링크 World Economic Forum, 「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17」자료링크 World Economic Forum, 「Global Gender Gap Report 2022」자료링크 World Economic Forum,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자료링크 OECD, 「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자료링크 OECD Data Explorer, 「Fertility」자료링크 OECD, 「Fertility trends across the OECD: Underlying drivers and the role for policy」, Society at a Glance 2024자료링크 Forester et al., 「New Dimensions of Global Feminist Influence: Tracking Feminist Mobilization Worldwide, 1975?2015」,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2022)자료링크 Strid et al., 「States of violence: Exploring welfare state regimes as violence regimes by developing a violence regimes index」 (2021)자료링크 Eurostat, 「Total fertility rate below the replacement level of 2.1 in all Member States」자료링크 Elgar et al., 「Gender Norms and Gender Equality in Full-Time Employment and Health: A 97-Country Analysis of the World Values Survey」, Frontiers in Psychology (2022)자료링크 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자료링크 KDI,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자료링크 OECD·한국보건사회연구원, 「Korea's Unborn Future: Understanding Low-Fertility Trends」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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