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 성남의료원에 도착,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2025.5.21 ⓒ 연합뉴스
[기사 수정 : 22일 오후 9시 45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치적으로 꼽히는 성남시의료원을 찾아 연간 수백억 원의 재정 적자와 낮은 병상 가동률 문제를 지적했다.
이 후보는 21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이재명 후보)이 변호사 시절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이 500여 개 병상 중에서 200개가 신품 상태로 5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며 "나중에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전형적인 치적 쌓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 "성남의료원 500여 개 병상 중 200여 개 5년째 방치"
앞서 이기인 개혁신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전날(20일) <아이뉴스24> 인터뷰에서 "(성남시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은 20% 남짓"이라면서 "500병상 중 약 100병상밖에 가동이 안 되는 탓에 매년 400~500억 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준석 후보가 성남시의료원 병상 가동률이 60%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해 혼란을 키웠다(관련 보도 : <서울신문> 성남의료원 찾은 이준석 "3400억 썼는데 가동률 60%, 李 책임져야").
이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전국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0.5%에서 2023년 6월 기준 46.4%로 급감했고,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2023년 6월 기준 36.4%였다는 과거 언론 보도가 소환되기도 했다.
성남시의료원의 정확한 병상 가동률을 확인하고, 다른 지방의료원에 비해 가동률이 낮은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봤다.
2020년 개원하자마자 코로나19 전담 병원 지정... 적자 늘고 의료진 확보 못해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7월 27일 개원한 성남시립 종합병원으로, 모두 509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299병상만 가동하고 있다. 이는 환자 수 부족에 앞서 300개가 넘는 병상 허가에 필요한 필수 진료 과목과 의료진을 갖추지 못 했기 때문이다.
병상 가동률은 특정 기간 병원의 가동 병상 가운데 실제로 환자가 이용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일 평균 입원 환자 수를 전체 가동 병상 수로 나누어 백분율로 계산한다.
성남시 의료원관리팀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성남시의료원 설치병상은 509병상이지만 허가병상은 299병상이고,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입원하고 있다"면서 "병상가동률은 (허가병상) 299병상 대비로 따져 33.3% 정도이고, 병상활용률은 509명 대비로 따져 20% 남짓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준석 후보는 병상 가동률이 아닌 설치병상 대비 허가 병상 숫자를 말한 것이고, 이기인 위원장이 말한 20%는 '병상활용률'에 해당한다.
▲ 보건복지부가 2023년 9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성남시의료원 병상수는 303개, 1일 평균 외래 환자수는 571.3명, 병상가동률은 36.4%다. ⓒ 김원이더불어민주당의원실
최근 인터넷으로 확산된 '전국 지방의료원 코로나19 전후 병상가동률' 자료는 보건복지부가 2023년 9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성남시의료원 병상수는 303개, 1일 평균 외래 환자수는 571.3명, 병상가동률은 36.4%다. 병상수가 655개에 이르는 서울의료원(61.15%)이나 전국 평균(46.4%)에는 못 미치지만, 병상수가 543개인 부산의료원(36.4%)이나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37.58%)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남시의료원은 이재명 후보가 2003년 변호사 시절부터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한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성남시장(2010년 7월 1일~2018년 3월 15일 재임) 시절 역점을 두고 진행한 사업이다.
하지만, 2020년 7월 개원 직후 코로나19 지역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대부분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상으로 사용했다. 2023년 팬데믹이 끝난 뒤 다른 지방의료원과 마찬가지로 환자 수 감소와 의료진 퇴직 증가, 재정 적자 증가 등 어려움을 겪었다. 성남시의료원은 아직 지역에 자리잡지 못한 신생 병원이어서 타격은 더 컸다.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전담병원 전환, 막 개원한 병원에 치명적"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아래 보건의료노조)은 21일 성명('성남시의료원을 정쟁 수단화하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그 입 다물라!')에서 "개혁신당 주장처럼 성남의료원은 병상 가동률은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도 "이 처참한 현실의 시작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시기 개원과 동시에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 수행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진료 체계와 행정 체계를 가다듬어야 할 개원 초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해야 했으므로, 여느 의료기관처럼 안정적인 개원 수순을 밟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개원을 막 시작한 병원에는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성남=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1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방문할 예정인 경기 성남의료원 앞에서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이 후보의 공공병원 방문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22일 <오마이뉴스>에 "성남시의료원이 5년이 됐다고 하지만 다른 지방의료원과 달리 개원과 동시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다 23년도에서야 정상 운영으로 돌아선 사실상 신생병원"이라면서 "2023년부터 정상화하고 있지만 오랜 전담병원의 여파 탓에 여전히 회복기를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군다나 (국민의힘 출신) 신상진 성남시장이 코로나19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의료원을 매년 400억~500억 원 적자를 핑계로 위탁 운영을 추진하면서 병원장을 1년 8개월 공석으로 두는 등 사실상 고사시켜 왔고, 행정적·정책적 지원도 차단해 의사 충원율도 6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병원 설립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악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의료원이 509병상 가운데 299병상만 가동하는 이유도 의료법상 300병상을 초과할 경우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정신의학과 등 9개 이상의 필수 진료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둬야 하는데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남시 담당자는 "300병상이 넘으려면 전문의뿐 아니라 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데, 이는 우리만 아니라 모든 지방의료원이 갖고 있는 문제"라면서 "500병상 정도 규모의 종합병원은 시에서 혼자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위탁운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대학병원 위탁운영이 사실상 공공의료 포기라며 반대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선례가 없다며 성남시 요청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 (성남=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 성남의료원을 찾아 병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5.5.21 [공동취재] ⓒ 연합뉴스
개혁신당 "병상 가동률 낮은 건 수요 예측 잘못한 탓"
성남시의원 출신인 이기인 개혁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의료진 부족으로 299개의 병상만 허가 받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의료개혁 이전에 생긴 병원이었고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놀고 있는 병상은 400개가 맞다"라고 밝혔다.
그는 "허가병상과 별개로 정신병동 진찰과 등에서 의료인력과 인프라를 제때 충원하지 못해 실제로 500병상 중 100병상만 가동되는 상황은 단순한 운영상의 변수가 아니라 애초 의료 수요에 대한 예측 실패 때문"이라며 "코로나 이전인 메르스 사태 당시부터 이재명 시장은 팬데믹 대비를 명분으로 성남시립의료원 설계를 주도했고, 음압병상 32개 등 방역 중심 치적을 강조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 팬데믹이 끝난 직후, 해당 의료원은 일반 진료 중심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했음에도 그런 준비와 예측은 전혀 없었다"며 "시립의료원 설립 당시에도 인근에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 3곳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로 약 5천억 원을 들여 500병상 규모의 대형 의료원을 짓는 것에 대해 야당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재명 시장이 이를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의 비효율로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도 21일 성남시의료원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3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폐쇄했던 진주의료원 사례를 언급하면서 "성남시의료원은 가동된 지 얼마 안 됐고 코로나19 등의 영향도 있어 조심스럽게 지켜봐야겠지만, 정확한 성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전국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후보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병상 500개 중 200개 방치, 이재명 후보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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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결과
판정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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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일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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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신문, 성남의료원 찾은 이준석 “3400억 썼는데 가동률 60%, 李 책임져야”출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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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유튜브 채널 '기호 4번 이준석 | 성남시의료원 방문' 이준석 후보 기자회견 영상(2025.5.21.)자료링크
데일리매디, '지방의료원 병상가동률 '80%→46%' 급감'(2023.9.13.)자료링크
의료법 제3조의 3(종합병원) ① 종합병원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3. 300병상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 정신건강의학과 및 치과를 포함한 9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둘 것자료링크
보건의료노조, [성명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성남시의료원 정쟁 수단화하는 태도를 규탄한다(2025.5.21.)자료링크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관 의료원관리팀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5.5.22.)자료링크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5.5.22.)자료링크
이기인 개혁신당 21대 대선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5.5.22.)자료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