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나경원, 추경호, 윤상현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뒤쪽에서는 파면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국민의힘에서는 조기 대선 전 유죄 확정을 위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지 말고 '파기자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지난 2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심은 엉터리 판결"이라면서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때는 '파기자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도 지난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고,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법리 오해에 관한 판단이 이번 사건의 상고 이유이므로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파기자판'이란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하지 않고 파기할 경우 하급심 재판부에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대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지 않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더라도, 하급심 재판부에서 다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확정판결까지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역시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심에서는 통무죄를 했기 때문에 양형 판단이 없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뒤집어서 스스로 판단할 때 양형심리를 할 수 없다"면서 "양형 판단을 못 해 파기자판이라는 전제가 성립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파기자판해야"... 법조계 "대법원, 양형 판단 못 해"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에서도 대법원 상고심은 법률심(소송 사건에 관하여 사실심에서 행한 재판이 법령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고 재판하는 상급심)이기 때문에 사실심이 필요한 양형 판단을 할 수 없어 무죄가 나온 항소심을 뒤집는 파기자판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오마이뉴스>에 "항소심은 무죄 선고해 양형 판단을 하지 않았다. 양형 판단을 하려면 사실조사가 필요한데 상고심은 법률심이어서 사실조사를 못 하기 때문에 양형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했기 때문에 다시 1심(형량)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왔는데 상고심에서 유죄를 파기하면 파기 자체가 무죄니까 (이 경우에는) 파기자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현직 판사도 지난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무죄 확정은 가능하지만 형량을 정할 수는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상고심 파기는 유죄 취지일 텐데, 항소심에서 양형 판단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파기자판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학수 법무법인 백제 대표변호사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법원은 '절대로' 이재명 사건에 대해 '파기자판'을 할 수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판검사 출신이나 변호사 출신의 법률가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식함 또는 자신이 3류 법률가임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항소이유가 법리오해(사실오인 포함) 및 양형부당이었고,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는 상황이므로 '양형부당'은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대법원이 항소심 법원의 무죄 판결이 틀렸다며 '파기'하더라도, 항소심 법원으로 '환송'해서 양형부당 부분을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년 상고심 파기자판 비율 0.3%... '무죄→유죄' 파기자판은 22년간 0건
▲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해 7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실제 법원 통계에서도 상고심의 파기자판 비율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항소심 무죄를 뒤집는 파기자판 사례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이데일리>는 30일 이재명 대표와 같이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가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으로 유죄 형량이 확정된 사례는 지난 22년간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법원 '사법연감'(통계)에서 지난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상고심 형사공판사건(40만 1476명) 가운데 2심 무죄사건(3만 550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與주장 '이재명 파기자판' 불가능..2심 무죄→형확정 전무)
▲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24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형사공판사건 가운데 상고심 기각이 4707건(94.4%), 파기 281건으로 파기율(파기건수/판결건수)은 5.6%였다. 이 가운데 파기자판은 모두 17건으로 전체 판결건수 가운데 0.3%에 그쳤다. 원심 무죄인 990명(빨간 상자) 가운데 '파기환송'이 36명이었고, '파기자판'(파란 상자)은 0명이었다. ⓒ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24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형사공판사건 가운데 상고심 기각이 4707건(94.4%), 파기 281건으로 파기율(파기건수/판결건수)은 5.6%였다. 이 가운데 파기자판은 모두 17건으로 전체 판결건수 가운데 0.3%에 그쳤다. 원심 무죄(990명) 가운데 36명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됐는데, 파기자판은 단 1명도 없었다.
하지만, 김기현 의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에서 파기자판 비율이 낮고 무죄를 유죄로 바꾸는 파기자판은 거의 없다'는 취재진 지적에 "일반적으로 파기자판을 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1심에서 유죄 한 것을 특별한 사유 없이 2심에서 무죄로 한 사례는 1.7%라고 하는데 파기자판은 그에 비해 5배 정도로 높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항소심 무죄 받은 이재명 대표 파기자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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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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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일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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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 발언, 김기현·나경원 의원 기자회견출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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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2025.3.31.)자료링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2025.3.31.)자료링크
지방법원 현직 판사 오마이뉴스 인터뷰(2025.3.28.)자료링크
김학수 법무법인 백제 대표변호사 페이스북(2025.3.30.)자료링크
이데일리, '與 주장 '이재명 파기자판' 불가능..2심 무죄→형확정 전무'(2025.3.30.))자료링크
법원행정처, '2024 사법연감' 제6장 통계 - 2023년 형사공판사건 처리결과 상고심(772쪽), 9. 상소심 형사공판사건 결과 인원수표 상고심(1172쪽)(2024.9.24.)자료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