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른바 '우클릭'을 부정하면서 "우리(민주당)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말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 기사 : 이재명 '중도 보수' 발언, 민주당 정체성 논란에 불 지폈다 https://omn.kr/2cai5).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 19일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이라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고 비판하자, '친명계'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선 후보 당시 '우리 당은 중도·우파'라고 인터뷰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정체성은 보수 정당'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나 '중도우파'로 규정한 건 사실이다. 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당시 권위주의 정부나 극우보수 세력의 '색깔론' 공격을 피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민주당, '중도보수'로 외연 확장 시도... '색깔론' 대응 목적 강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 계보를 살펴보면, ▲ 민주정의당부터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을 거쳐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 계열'과 ▲ 평화민주당에서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등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열', ▲ 민주노동당부터 통합진보당 등을 거쳐 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진보당 계열'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국 정당경쟁의 이념적 차원: 권위주의시기와 민주주의시기의 비교' 2008년 참고). 정치권과 언론에선 흔히 국민의힘을 '보수(우파)', 민주당을 '진보(좌파)'로 구분하지만, 정치학계에선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 정당'과 구분해 양당 모두 '보수 정당'으로 보기도 한다. 이재명 대표도 19일 "우리가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 진보 정당은 정의당,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데 아닌가"라고 규정한 데 이어, 이날 MBC '100분 토론'에서도 "보통은 (민주당을) 중도 진보라고 불렀는데, 유럽 기준이면 민주당이 소위 좌파나 진보라고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진보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등이 대선 후보나 야당 대표 시절 '중도보수(중도우파) 정당' 발언을 한 건 사실이다. 다만,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보수층으로 외연 확장을 꾀했던 1997년 15대 대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권위주의 정부나 정당의 색깔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김대중, 대선 앞두고 '중도우파' 강조... "색깔론 때문에 '진보' 표현 안 써"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당은 중도우파"라고 발언한 신문 보도 ⓒ 한겨레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7월 1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중도보수로 변한 게 아니다. 우리 당(당시 국민회의)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를 표방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해 11월 방송3사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그는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중도우파' 발언은 1992년 제14대 대선을 앞두고도 나왔다. 당시 평화민주당이 재야진보단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과 정책 연합을 추진하자 '색깔론'이 불거졌다. 그는 그해 12월 2일 관훈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중도우파라는 정치노선에는 추호의 변화가 없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안기부·기무사 무조건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은 의견이 달라 합의하지 않았고, 전국연합과 연립내각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결국 정책 연합도 성사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박선숙 전 국회의원은 지난 2020년 7월 <한겨레>(박찬수의 진보를 찾아서 1편 김대중은 왜 '진보'란 이름을 피했을까)에 "김 대통령은 야당 시절이나 집권 기간에나 '진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야당 시절엔 정당의 정체성을 '중도개혁'이라고 정의했다. 그 시절 가장 진보적인 정치인이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는 것을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누리당 '종북 색깔론'에 맞서 "우린 보수정당"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5년 8월 3일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가는 보수정당” ⓒ 동아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동아일보>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가는 보수정당").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인권법 등을 반대한 야당을 '종북 색깔론'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너무 오른쪽에서 보는 분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 주류에 많이 있어서 그러는데, 우리 보고 왼쪽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이 자기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좌파 정권' 공격에 이해찬·노회찬 "참여정부는 중도우파" ▲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2005년 11월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중도우파 정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는 당시 ‘뉴라이트’에 대한 이 총리의 비판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공격성 질문에 마지못해 내놓은 답변이었다.(동아일보, 이해찬총리 1주일새 이념 바꿨나) ⓒ 동아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으로부터 '좌파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2005년 11월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중도우파 정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당시 '뉴라이트'를 비판한 이 총리를 겨냥한 한나라당 의원의 '색깔론'에 마지못해 내놓은 답변이었다(관련 기사 :<동아일보>, 이해찬총리 1주일새 이념 바꿨나).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한나라당의 색깔론을 비판했다. 그는 2004년 8월 5일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이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좌파로 보는 것은 한나라당이 극우 정당이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이 속한 민노당이 '한국에서 유일한 좌파 정당'이고 "'노무현 정부'는 좌파 정권이 아니라 중도우파 정권"이라고 말했다. "중보보수 주장, 보수층 포섭 동기 강해"... "논쟁 포인트를 정책으로 바꿔야" 정치학자들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포지셔닝)해 온 것은 맞지만, 과거 민주당 정부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해 왔다면서, 최근 민주당의 '중도보수 정당' 논쟁이 소모적이라고 봤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20일 <오마이뉴스>에 "민주당의 중도보수 정당 주장은 보수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동기가 가장 클 것"이라면서 "지금 (민주당보다) 좌 쪽에는 힘 있는 정당도 없고, 진보 진영은 어차피 자신들을 지지할 테니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보수 진영의 표도 급하니 그런 맥락에서 중도보수로 '포지셔닝'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학자들도 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 잘해야 '중도개혁' 정도로 보긴 했지만, 지금 맥락에서 중도보수로 포지셔닝하려는 건 그동안 민주당이 걸어왔던 길에서 이탈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처럼 진보적 정책(기본소득, 복지확대 등)을 통해 진보로의 확장을 꾀했으나, 내란 이후 조기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전략적으로 우쪽으로 깜빡이를 켜 개혁정당인 민주당의 정체성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도 이날 "정당을 포지셔닝할 때 정치적 좌우는 상대적 개념이다. 학자들도 유럽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좌'라고 할 만한 정당이 없다고도 한다"면서 "중요한 건 정당에서 어떤 정책 노선을 들고 나오느냐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평소라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하겠다고 나서면서 서로 노선이 구분되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어떤 정책도 말할 상황이 아니고 민주당 외에 다른 야당은 추진할 힘이 없어 무게가 안 실리고 있다"면서, "논쟁 포인트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민주당이 '중도보수'냐를 따질 게 아니라, (민주당에서) 기후, 에너지, 산업, 노동 정책 등을 내놓고, 비교할 다른 정당이 없다면 과거 입장과는 어떻게 다른지 논쟁하는 게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가치 있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대중·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했다 검증 결과 이미지 검증결과 판정안함 주장일 2025.02.20 출처 이재명 '중도 보수' 발언, 민주당 정체성 논란에 불 지폈다출처링크 근거자료 이지호 '한국 정당경쟁의 이념적 차원: 권위주의시기와 민주주의시기의 비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한국과 국제정치' 2008 vol.24, no.4, pp.95 - 126자료링크 서울신문, “세계 8대경제강국 가능”/김대중 후보 관훈토론 일문일답(1992.12.3.)자료링크 한겨레, '김대중은 왜 ‘진보’란 이름을 피했을까'(2020.7.14.)자료링크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만난 사람/박성원]“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가는 보수정당”(2015.8.3.)자료링크 동아일보, '이해찬총리 1주일새 이념 바꿨나'(2005.11.16)자료링크 부산일보, '우리당은 중도우파, 한나라당은 극우파'(2004.8.5.)자료링크 세계일보, 김대중 국민회의 대통령후보(대권후보 집중인터뷰)(1997.7.18)자료링크 한겨레, 김대중 후보 방송토론 지상중계/“실명제 존폐 자민련과 절충중”(1997.11.14.)자료링크 #중도보수 #중도우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