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0 13:34최종 업데이트 25.02.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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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 보강 : 11일 낮 12시 5분]

[검증 대상] "후보자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처벌 조항은 한국이 유일"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것인지 묻는 말이 나오자, 이 대표가 위와 같이 답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검찰은 이것이 허위사실이라고 기소했다. 또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것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5일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항소심 중인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과연 이재명 대표의 주장처럼 해당 조항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한지 검증해 보았다.

[검증 내용①] 영국·캐나다·독일 등 형사처벌 가능

이 대표 측이 문제를 삼은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이다.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국의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83) 제106조 1항의 내용. ⓒ 영국 법률 갈무리


이와 유사한 조항들은 주로 유럽 국가들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1983년도에 제정된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83) 제106조가 있다. 해당 106조 1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선거 전이나 선거 기간 중 (b)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자의 개인적 품성이나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만들거나 공표한 경우, 그런 진술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으며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된다."

해당 조항을 어겨 '불법 행위(illegal practice)'로 판단될 경우, 제168조에 따라 최대 6개월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벌금 혹은 둘 다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제173조에 의거해 선거 결과 무효는 물론이고, 일정 기간 동안의 공직선거 출마 금지 조치도 받을 수 있다. 드물지만, 실제 처벌 사례도 있다.

캐나다도 비슷한 조항이 존재한다. 캐나다 선거법(Canada Elections Act) 제91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누구든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선거 기간 동안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a) 후보자, 예상 후보자, 정당 대표 또는 정당과 관련된 공인이 국회법 또는 그에 따른 규정, 또는 주 의회법이나 그에 따른 규정을 위반하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해당 범죄로 기소되었거나 조사 중이라는 허위 진술을 하거나 공표하는 행위; (b) 후보자나 예상 후보자의 시민권, 출생지, 교육, 전문 자격 또는 단체나 협회 회원 자격에 대한 허위 진술을 하는 행위."

독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독일 형법(Strafgesetzbuch) 제108조 a항은 '유권자 매수(Wählerbestechung)'를 처벌하고 있는데, "(1) 다음의 방법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려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라며, 그 행위 중 하나로 "사실에 대한 허위 진술"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2) 시도 또한 처벌된다"라며 미수범 역시 처벌 가능하다.

[검증 내용②] 미국, 광범위하게 보호받지만 일부 주는 규제 존재

미국의 경우에는 연방법이 아니라 일부 주 단위에서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비판적 검토 - 미국법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알래스카, 콜로라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미시간, 미네소타 등 미국 16개 주에서는 선거에서의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법을 보유하고 있다. 처벌 정도는 각 주별로 상이한데, 대체로 허위사실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 '고의성'을 중요한 척도로 본다.

예컨대, 루이지애나 주(Louisiana Revised Statutes § 18:1463) 같은 경우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 후보자 그룹, 다른 사람 또는 정치 파벌과 지지되거나 연계되어 있다는 거짓 주장을 담은 자료" 혹은 "후보자나 제안(proposition)에 대해 중상적이고, 거짓되거나, 무책임한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자료"를 배포할 경우 "200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금고 내지 징역에 처하거나 또는 같이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보호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정치적 발언'의 진위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정헌법 1조에서 이야기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는 '거짓말'도 일부 포함되며, 정치인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더라도 형법상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주법과 연방법 혹은 헌법이 충돌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한다. 이 경우 상위법이 우선하기 때문에, 주법이 폐지되거나 무력화되는 경우도 있다. 오하이오 주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처벌법이 있었으나, 2014년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일부 조항만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검증 결과] 대체로 거짓

물론 한국의 법안과 다른 국가의 법안을 단순비교하는 데엔 무리가 따른다. 국가마다 형사법적 전통·문화·시스템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법이 제한·금지하는 행위의 시기·대상 역시 서로 다르다. 가령, 영국은 '선거 전이나 도중'에, 캐나다는 '선거 기간'에 후보자 등이 허위사실공표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한국은 공직선거법 조항상 특정한 시기가 표시돼 있지 않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법률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건태 의원은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굉장히 범위를 좁게 적용하고 있다"라며 "언론 보도자료처럼 확정적으로 사전에 악의적으로 준비를 해서 공표를 하거나, 상대 후보를 음해해 떨어트리는 경우에만 처벌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후보가 방송이나 국회에 나와서 한 발언을 모두 대상으로 삼아서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해 처벌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나라는 없다는 의미"라며 "이런 맥락에서 이 대표 발언의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계 여러 국가의 현행법상 '후보자 등의 허위사실 공표 행위'를 규율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캐나다·독일과 미국 일부 주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성 ▲사실에 대한 허위진술 여부 등을 중요하게 본다.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점을 종합해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라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한편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기사가 발행된 이후 추가적인 반론을 통해 해외 입법례의 경우 "당선 목적이 있는 허위 사실 공표 행위는 비범죄화"되어 있거나, "아무런 유보 없이 행위에 관하여 허위 진술하는 경우를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의 행위 전반에 관하여 유보 없이 처벌하는 우리나라와 해외의 경우는 분명히 다르다"며, 이재명 대표의 발언 맥락 역시 "매우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행위'에 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보론] 최근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여러 유럽국가들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처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가 2018년에 도입한 '정보조작대처법(Lois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법률은 선거 3개월 전부터 투표일까지 고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할 경우 법원이 명령을 통해 이를 신속하게 차단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허위사실을 공표한 정치인 개인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등의 책임과 투명성을 묻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5.01.23
  • 출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회견출처링크
  • 근거자료
    대한민국 공직선거법 제250조자료링크 영국 국민대표법 제106조자료링크 영국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와 표현의 자유자료링크 Phil Woolas ejected from parliament over election slurs자료링크 캐나다 선거법자료링크 독일 형법 제108조a자료링크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비판적 검토-미국법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자료링크 미국 루이지아나 주법자료링크 Legislating Against Lying in Campaigns and Elections자료링크 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자료링크 헌법재판소 2023헌바78 결정자료링크 헌법재판소 2022헌바299 결정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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