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0 11:40최종 업데이트 23.06.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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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 제2차 회의에서 하태경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하태경 "중증장애인 일자리 예산 40억원, 전장연 집회에 전용"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아래 '권리중심 일자리')' 정책을 거론하면서 "황당한 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단체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 항목 상당수가 캠페인을 빙자한 집회와 시위 참여라는 데 있다"면서 "일자리 예산 81억 중 40억 원이 전장연 집회에 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시 보조금이 캠페인을 빙자한 각종 집회와 시위 참여의 대가로 지급됐다"면서 전장연과 소속 단체를 '지방자치단체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시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전장연을 향한 국민의힘 의혹 제기와 별개로, 중증장애인의 집회 참여 자체가 일자리 예산 전용인지 정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칫 지난 2020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지원 사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일자리'에 '장애인 권리옹호 캠페인' 활동도 포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역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불법 시위에 서울시 시민단체 보조금을 활용한 전장연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한 사업 취지를 왜곡, 조작했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007년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 등 장애인 차별을 없애려고 여러 장애인 단체들이 결성한 연합단체로, 서울시는 물론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https://sadd.or.kr/donate). 하 의원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미등록 임의단체인 전장연은 당연히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를 비롯한 전장연 회원 단체들을 '전장연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이 수행기관으로 집행하고 있는 지원금을 문제 삼았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장애 정도가 심해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최중증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 10월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당사국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 그리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협약의 내용과 목적에 대해 공론화하고 교육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인식 제고 캠페인을 벌일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 서울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하면서 장애인 권리 옹호를 위한 캠페인도 공공일자리에 포함됐다.

서울시의 경우 2020년 중증장애인 260명, 2021년 275명, 2022년 35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2023년 현재 400명이 시간제(1일 4시간, 주20시간)와 복지형(1일 3시간, 주15시간)으로 나눠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 2023년 서울시 사업비는 58억 원이다.

서울형 권리중심 일자리 3대 직무(권리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가운데 문제가 된 '장애인 권리옹호' 직무는 "장애인 차별 해소를 위한 퍼포먼스, 지역사회 제도개선 모니터링, 장애인 편의시설 이용시 불편사항 모니터링, 탈시설 및 자립생활 홍보와 관련된 일"이다.

서울시가 2020년 보조 단체를 모집하면서 제시한 사례에는 "▲저상버스 인식개선 캠페인 : 사전 설문조사, 홍보물 배포, 직접 타기 행동 ▲UN장애인권리협약(CRPD) 홍보 : 내용과 목적을 공무원, 언론, 일반대중에서 알리는 활동"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가 2020년 5월 공고한 '2020년 서울형 권리중심의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 보조사업자 모집 공고문'에 첨부된 공공일자리사업 사례에 "▲저상버스 인식개선 캠페인 : 사전 설문조사, 홍보물 배포, 직접 타기 행동 ▲UN장애인권리협약(CRPD) 홍보 : 내용과 목적을 공무원, 언론, 일반대중에서 알리는 활동"도 포함돼 있다. ⓒ 서울시

 
하태경 의원은 2일 "서울시 보고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진행된 일자리 프로그램 중 50% 가량(총 1만7228건 중 8691건)이 집회와 시위 활동 명목이었다"면서, 이를 '캠페인을 빙자한 집회·시위'로 규정했다.

하지만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8일 <오마이뉴스>에 "법률적으로 2명 이상이 의견을 표명하면 집회라고 한 판례가 있어, (캠페인을 한다고) 2명 이상이 모여 피켓을 들고 '장애인이동권 보장하라' '저상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는 순간 집회가 되고, 누군가 악의적으로 걸면 집시법 위반이 된다"면서 "캠페인과 집회가 서로 다르다는 건 자의적이고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관련 기사 : [영상] 전장연 "국민의힘, 캠페인을 불법시위로 조작 말라" https://omn.kr/2491g ).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도 9일 <오마이뉴스>에 "법적으로 캠페인과 집회가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면서 "캠페인도 목적을 가진 2인 이상이 모이기 때문에 집회라고 보는 게 맞지만,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거나 팸플릿을 나눠주는 것까지 일일이 집회신고를 받거나 단속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UN자유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37호 제21조(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들어, "집회는 규율 대상이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집회'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단속 대상으로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조직적인 폭력이나 재물 손괴 같은 범죄 행위가 목적이 아니라 평화 집회가 목적이라면, 개별 참가자의 일탈 행위가 있더라도 집회 전체를 폭력 집회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장연 집회'도 사실상 '평화 집회'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국민의힘 문제 제기에 '캠페인 활동' 직무 제외

하지만 국민의힘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서울시가 집회뿐 아니라 캠페인 참여까지 중증장애인 직무에서 제외하기로 해 수행기관과 중증장애인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사업 담당자는 9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시민에게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 집회, 시위 참여가 공공일자리 성격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7월부터 '시위, 집회, 캠페인' 활동은 안 했으면 한다고 수행기관에 안내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9일 "캠페인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중증장애인은 대부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일할 의사가 없고 구직 의사를 단념한 집단으로 취급받았다"면서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직접 알리는 권리 옹호 활동도 우리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공공의 소중한 직무와 활동이 될 수 있겠다고 보고, 하나의 일자리 개념을 만든 게 서울형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증장애인 일자리는 사업주들이 원하는 직무에 맞춰 들어갈 수밖에 없어 일자리를 획득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지자체가 나서서 중증장애인이 좀 더 잘할 수 있고 의미있는 활동을 직무와 연결시켜 공공일자리 형태로 개발하고 운영한 게 서울시 사례인데 (정치권의 개입으로) 자칫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에서 시작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은 2023년 현재 경기, 인천, 전남, 전북, 경남, 강원 등 전국 7개 광역단체와 춘천, 제천 등 2개 기초단체로 확산됐다. 전장연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국 지자체 예산은 160억5000만 원이고, 중증장애인 1306명이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도 이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도록 하는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및 고용 활성화를 위한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안'을 지난 5월 2일 발의했다.

[검증결과] "장애인 집회 참여가 일자리 예산 전용" 주장은 '거짓'

하태경 의원은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 절반인 40억 원이 전장연 집회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권리옹호 직무 가운데 캠페인 참여도 포함돼 있고, 법적으로 캠페인과 집회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따라서 중증장애인의 집회 참여가 일자리 예산 전용이라는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덧붙이는 글 지난 6월 10일 <오마이뉴스> 팩트체크 기사가 나간 다음 날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희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위'가 예산을 전용했다고 수사 의뢰한 부분은 전장연이 캠페인이라 주장하는 집회 시위 참여예산 40억 전체는 아닙니다”라면서 “버스운행 방해나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위에 월급이 지불된 것에 대해서 수사 의뢰한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수사 의뢰한 내용은 애초 팩트체크 검증 대상이 아니었으며, <오마이뉴스>는 “일자리 예산 81억 중 40억 원이 전장연 집회에 전용된 것입니다”라는 하 의원 발언을 토대로 중증장애인의 집회 참여가 일자리 예산 전용에 해당하는지 검증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집회 참여는 서울시 일자리 예산 전용이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3.06.02
  • 출처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출처링크
  • 근거자료
    전장연 보도자료,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위 조작편집 전장연 낙인찍기 규탄 기자회견(2023.5.7.)자료링크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전액 시비 투입해 노동권 실현'(2020.5.14.)자료링크 서울시 공고,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 사례'(2020.5.) HWP 파일자료링크 UN장애인권리위원회,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유엔의 최종 견해'(2014.10.3.) 전문 출처: 비마이너자료링크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8.)자료링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9.)자료링크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사업 담당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9.)자료링크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6.8.)자료링크 UN 자유권규약위원회 일반논평 제37호(2020) 제21조(평화적 집회의 권리) PDF 파일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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