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4 11:34최종 업데이트 23.05.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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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 제목의 동아일보 사설(5/17) ⓒ 동아일보PDF

 
[검증 대상] "월 소득 1000만원 넘는 가구 자녀도 학자금 무이자 혜택"

정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이 취업 후 상환 기준 소득을 넘길 때까지 대출 이자를 면제해 주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아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월 소득 1000만 원이 넘는 상위 소득 가구의 자녀도 학자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받는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사설('월 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을 통해 "월 1000만 원을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1만 원의 이자를 없애 주는 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도 18일 사설에서 "연 1억 소득 가구에도 학자금 무이자, 거야의 점입가경 퍼주기"라고 지적했고, <매일경제>는 "월 1천만원 소득 가구도 '학자금 대출 무이자'…야 또 단독처리", <조선비즈>는 "야, 네 번째 입법폭주… 연봉 1억 집 대학생에 1만원 주는 '부자 혜택' 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실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월 1000만 원이 넘는 가구 자녀에게도 혜택을 주는 법안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부동산 등 포함한 '소득인정액' 계산 ... 월 평균 소득은 530만 원
 

2022년 국가장학금 신청자 학자금 지원 구간 경곗값(소득인정액) 자료 : 한국장학재단 ⓒ 강석찬

 

2022년도 2학기 학자금 지원 구간별 평균소득 (자료 : 한국장학재단) ⓒ 강석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은 정부 학자금을 빌린 청년이 졸업 후 취업해 원리금을 갚는 제도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 가구의 경제 수준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나눈 뒤 8구간 이하 학생들에게 차등 지원한다. 구간을 나누는 기준은 월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금융재산, 자동차 등 재산의 소득 환산액까지 포함한 '소득 인정액'이다. 

일부 언론은 2023년 1학기 기준 8구간 경곗값인 '1080만 원'을 월 소득으로 보고, 월 소득 1000만 원이 넘는 가구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2022년 1학기 기준 8구간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530만 원이었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야당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5.16 ⓒ 연합뉴스

 
이같은 언론 보도에 원인을 제공한 곳은 여당이었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통과시킨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 여당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소득 8구간 가구의 청년들까지도 이자를 면제해 주게 돼 있어, 중상층 가구 청년들까지 면제해 주는 포퓰리즘"이라고 말한 뒤 퇴장했다.

이 의원이 말한 '월 1000만 원 소득'도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표하는 '소득 인정액'이었다. 이태규 의원실 김동규 보좌관은 19일 <오마이뉴스>에 "이 의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 및 장학금을 지급할 때 기준이 되는 보건복지부의 기준중위소득 자료 기반의 소득 인정액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소득 인정액과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썼다. 

월 1000만원, 소득과 재산 포함한 소득인정액 상한선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나온 '학자금 지원구간 경곗값 확인' 설명자료 ⓒ 한국장학재단

 
소득 인정액은 '소득 평가액과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합친 값으로, '월 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 인정액이 학자금 지원구간(10구간) 가운데 8구간 이하여야 한다. 한국장학재단은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기준중위소득' 비율과 연동해 구간별 경곗값(최댓값)을 정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한선인 '8구간'의 경곗값은 '기준중위소득 비율 200%'에 해당한다. '기준중위소득'은 소득 순서대로 대한민국 가구들을 쭉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이다. 2023년 4인 가구 기준 기준중위소득은 약 540만 원이므로,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8구간의 최댓값은 그 두 배(200%)인 약 1080만 원이다.

이같은 산출 방식 때문에 1080만 원을 '소득 상한선'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한국장학재단에선 이를 '소득인정금액 상한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학자금 대출 신청 상한선은 '월 소득 1천만 원'이 아닌, '월 소득 인정액 1천만 원'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8구간 월 평균 소득은 530만원... 소득 하위 5~6분위 수준

그렇다면 실제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8구간 학생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한국장학재단에서 지난 4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국가장학금 신청자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8구간 국가장학금 지원자들의 2022년 1학기 평균 가구 소득은 530만 원(평균 재산 2억6178만 원)이었고, 2022년 2학기 평균 가구 소득은 527만 원(2억6578만 원)이었다. 이는 소득 하위 50~60%에 해당하는 5, 6분위 월 평균 소득(통계청, 2022년 4분기 2인 이상 가구 기준 각각 477만 원, 553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장학재단에서 2023년 4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국가장학금 신청자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학기 8구간 평균 소득은 530만 원(평균 재산 2억 6178만 원)이었고, 2022년 2학기 평균 소득은 527만 원(2억 6578만 원)이었다. ⓒ 한국장학재단

 
전문가들 "소득 인정액이 월 소득? 악의적인 통계 왜곡"

전문가들은 재산까지 포함한 소득 인정액이 월 소득인 것처럼 부풀리는 건 악의적인 통계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동아일보> 사설('월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을 인용하면서 "학자금 대출 기준은 '월 소득'이 아닌 '소득 인정액'이므로 제목부터 거짓이며 악의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게재한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본 ⓒ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오마이뉴스>에 "현재 정치권에서는 집·토지 등 재산이 전혀 없이 정말 월 소득 1000만 원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런 경우는 없다"면서 "서울에 25평짜리 공시지가 약 6억 원 아파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준)가 있으면 월 근로소득이 300만 원만 돼도 8구간을 초과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8구간 최댓값인 1000만 원만 부각하면서 정책의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학자금 무이자 대출 혜택이 필요한 학생은 대부분 8구간보다 1~7구간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현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졸업과 동시에 채무자가 되는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무이자 제도가 중요한데, 일부인 소득인정액 월 1000만 원 가정의 학생들에게도 혜택이 따른다는 이유로 해당 제도를 부정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더 많은 장학제도를 도입해 등록금 부담을 낮추지는 못할망정 소극적인 정책에 불과한 대출금 무이자 제도마저 왜곡한다면 청년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서원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도 "정말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정책에 정치적이고 악의적인 포퓰리즘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19일 <오마이뉴스>에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면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을 거의 받지 않았던 6~8구간에서도 가수요가 발생해 (저소득층과)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증 결과] "월 소득 1000만원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 보도는 '거짓'

일부 언론은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통과되면 월 소득 1000만 원이 넘는 상위 소득 가구 학생들도 혜택을 보는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월 1000만 원'은 월 소득에 재산까지 포함한 '소득 인정액'이었고, 8구간 학자금 지원자의 평균 소득은 530만 원이었다. 따라서 이들 언론 보도는 학자금 지원 구간 통계를 왜곡했다고 판단해 '거짓'으로 판정한다.

"월 소득 1천만 원 가구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 받는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3.05.16
  • 출처
    동아일보 사설 ‘월 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출처링크
  • 근거자료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소득인정액 방식’자료링크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학자금 지원구간 경곗값 확인’자료링크 대학교육연구소 페이스북 '동아일보가 <‘월소득 1천만 원 가구’에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이 맞나>라는 비판 사설을 냈다'(2023.5.16.)자료링크 한국장학재단, '최근 3년간 국가장학금 신청자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결과' 자료(2023년 4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출 자료)자료링크 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분위경계값 및 적자가구비율 (2인이상)(「가계동향조사」, 2022 4/4, 2023.05.23)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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