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03 12:01최종 업데이트 23.04.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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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로부터 내수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검증대상]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지지율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우려와 국민의힘 반대에도 '쌀 수요 생산량이 3~5%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해 통과시켰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3월 29일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관련 기사 : "농업에 전혀 도움 안 돼", 정부·여당 양곡법 대통령 거부권 공식 건의 https://omn.kr/23alg ).

윤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킬 것이라는 예상과 오히려 더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이에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후 지지율 변화를 살펴봤다.

[검증내용] 박근혜, 거부권 직후 지지율 반등... 노무현 '하락' 사례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자료:국회사무처, <2020의정자료집>, pp. 576-584에서대통령 임기를 기준으로 재구성) ⓒ 국회입법조사처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법안과 당시 집권 여당 의석 비율(자료: 재의요구 법안명은 <2020 의정자료집> , pp 583-584, 재의요구일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집권여당 의석비율은 앞의 자료집 pp. 164~226을 참고함) ⓒ 국회입법조사처

 
대통령 거부권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헌법 53조에 명시돼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며, 정부와 국회 간 의견이 대립할 때 정부에 주어지는 강력한 대응 수단 가운데 하나다.

법제처, 국회 입법조사처,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사례는 모두 66회로 집계됐다. 일부 언론은 거부권 행사 사례가 74회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의원내각제였던 제5대 국회에서 참의원이 거부권을 행사한 8회를 포함한 것이었다.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로 범위를 한정할 경우,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총 4명의 대통령이 모두 16회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두 '여소야대' 국면이었다. 반면,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없었다. 16회 거부권 전후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 지지율 변화를 분석했다.

노태우, 7개 법안 거부... "거부권으로 국회와 힘겨루기"

노태우 전 대통령(임기 1988~1993)은 13대 국회에서 발의된 7개 법안을 거부했으며 이 법안들은 추후 모두 폐기됐다. ▲국정감사조사법 ▲증언 감정법 ▲해직공직자 복직보상특별조치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노동쟁의 조정법 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 ▲국민의료보험법안 등으로, 모두 야당이 입법했다.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3대 노태우는 임기 동안 모두 7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 김시연

 
그가 거부권을 행사했을 당시 여론조사 자료가 명확하게 남아있지 않아 '한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한 연구' 논문을 참고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8년 7월 15일~19일까지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 노태우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3.4%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민의 인기를 꾸준히 의식해 왔던 만큼 이러한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정치적 자신감을 가지고 거부권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복경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3월 3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와 힘겨루기를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에 걸맞은 대통령이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어필해 지지율을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6개 법안 거부... 2건 하락, 2건 상승 

노무현 전 대통령(임기 2003~2008)은 16·17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중 5개 법안은 폐기됐으며, 1개 법안은 재의결됐다.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기와 법안은 ▲2003년 7월 22일 대북송금 특검법 ▲2003년 11월 25일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재의결) ▲2004년 3월 23일 사면법 개정안 및 거창 사건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대통령 탄핵소추로 고건 총리가 거부권 행사) ▲2007년 8월 3일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 ▲2008년 2월 12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법 등이다.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면서 대통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집계되지 않아 '사면법 개정안'과 '거창 사건 관련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은 제외했다.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6대 노무현. 1년차인 2003년 2분기 데드크로스를 기록했고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한 3분기에는 지지율이 더 하락했다. ⓒ 김시연

 
노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권한 제약 및 과도한 특별검사의 권한 부여' '헌법과의 부조화'를 이유로 거부권을 처음 행사했는데, 당시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2003년 7월 11일부터 12일 실시한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서, 특검 수사에 찬성한 응답이 40.6%였고 '특검이 아닌 검찰 수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7.7%였다.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한겨레-리서치플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3년 2분기 40%였던 지지율이 거부권 행사 이후인 3분기에는 29%까지 떨어지며 11%p 하락했다.

다음해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행정부에 대한 부당하고 위헌적인 정치 공세'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또다시 떨어졌다. 거부권 행사 이후 약 일주일 뒤인 12월 1일 실시한 TNS 여론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5.8%를 기록해 2주 전에 비해 2.1%p 하락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거부권 행사와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복경 연구원은 "거부권과 맞물려 있는 복합적인 여러 요인들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3월 3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반전 카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에 '정부와의 미흡한 협의' '형평성 미고려' 등의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2007년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5.7%를 기록해 전주 대비 1.4%p 상승했다.

'법적인 안전성 및 소홀한 정부 의견 청취' 등을 이유로 2008년 학교용지부담금 환급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에도 국정수행 지지도는 상승했다. 해당 거부권 행사 이후 일주일 뒤인 2월 19일~20일에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7.9%를 기록해 전주 대비 2.4p% 올랐다.

이명박, 택시법 거부 이후 지지율 소폭 상승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7대 이명박은 집권 5년차인 2013년 1월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 김시연

 
이명박 전 대통령(임기 2008~2013)은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에 2013년 1월 22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 법안은 최종 폐기됐다.

이 전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이른바 '택시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중교통법 입법 취지와 괴리'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 '여타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택시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거부권 행사 당일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찬성 65.2%, 반대 23.9%로 택시법에 대한 부정여론이 우세했다.

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일부에선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2013년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8.0%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2.0%p 상승한 결과였다. 다만 한국갤럽이 2013년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전주와 변함 없는 22%를 그대로 유지했다.

박근혜, 국회법 2차례 거부... 지지율 '반등'하기도
 

지난 2015년 6월 25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2013~2017 재임)은 2015년 6월 25일과 2016년 5월 27일 국회법 개정안 총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2개 법안 모두 폐기됐다.

2015년 첫 번째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 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행령 수정 및 변경 권한'을 담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리얼미터와 MBN이 6월 1일 하루 동안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43.6%,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28.3%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갤럽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은 선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2015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3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국갤럽은 "우리 국민의 평가는 잘한 일 36%, 잘못한 일 34%, 의견 유보 30%로 삼분(三分)됐다"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유보가 40%에 육박했으므로 일반 국민들에게 혼란스럽고 어려운 문제였다"고 사후 평가했다.

거부권 행사 이후 국정수행 지지도는 상승했지만, 상승폭에서는 조사기관별로 차이를 보였다. 2015년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조사를 실시한 리얼미터는 거부권 행사 다음날인 26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7.4%로, 거부권 전날인 24일에 비해 7.5%p 반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법 거부권 행사 전에는 메르스 부실대책 논란으로 5.3%p 급락했다가, 거부권 행사 후에는 7.5%p 급상승하는 가파른 계곡 형태의 V자형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2015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34%를 기록해 전주 대비 1%p 상승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18대 박근혜. 3년차인 2015년 2분기와 4년차인 2016년 2분기에 각각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매주 조사의 분기별 평균 기준) ⓒ 김시연

 
2016년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은 지지율과 거부권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렸다.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수시로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아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6년 5월 25일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57.6%,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29.1%로 집계돼 거부권 행사 반대 여론이 높았다. 2016년 5월 31일부터 6월 2일에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상시 청문회법 찬성이 59%, 반대 26%로, 법안 찬성(거부권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2016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33.9%를 기록해 전주 대비 1.6%p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리 국민 평가는 47%가 '잘못한 일', 29%는 '잘한 일', 24%는 의견을 유보했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지지율에 미친 영향이 일관되지 않았고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도 분명하지 않았다.

서복경 연구원은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된 상황별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지지율과의 일관된 방향성을 갖기 어려우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지율이 단순히 오르거나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지지율 상승"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지지율이 상승한 경우도 있었지만 하락한 경우도 있었다. 2013년 이명박, 2015년 박근혜는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노무현은 4차례 가운데 2차례는 지지율이 하락했다. 또한 거부권 행사와 지지율 변동 사이에 일관된 상관 관계도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하면 지지율 오른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사실 반 거짓 반
  • 주장일
    2023.03.28
  • 출처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출처링크
  • 근거자료
    ‘한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에 관한 연구: 영향요인을 중심으로’ 논문(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행정논총' 제43권 제4호 2005년)자료링크 법제처 법제자료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한 고찰’ 1편(2008년 3월호)자료링크 법제처 법제자료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한 고찰’ 2편(2008년 4월호)자료링크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대통령 법률안거부권의 의의와 사례’(2013.01.24.)자료링크 한겨레, [노무현]노대통령 지지도 40.4%로 급락(2003.7.13.)자료링크 리얼미터, 국회법 거부권 기점, 박 대통령 지지율 급변(2015.6.29.)자료링크 프레시안, "경제팀 반드시 갈아라"(2003.12.4.)자료링크 뷰스앤뉴스, [여론조사] 65% "택시법 거부권 찬성", 여야 당황(2013.1.23.)자료링크 한국갤럽 여론조사 자료자료링크 서복경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3.30.)자료링크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인터뷰(2023.3.30.)자료링크 국회입법조사처,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사례'(2023.3.31.)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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