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16 19:38최종 업데이트 23.01.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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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나트륨 섭취와 사망률이 관계가 없다'는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를 보도하면서 "짜게 먹으면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나 괴담이 틀렸고, 심지어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고 보도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검증대상]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 언론 보도

소금 등에 포함된 나트륨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건강을 해치고 사망률도 높인다는 건 지금까지 '상식'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국내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최근 '나트륨 섭취와 사망률이 상관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일부 언론은 12일 <'짜게 먹으면 빨리 죽는다?' 속설 틀렸다>(서울경제)거나 <"짜게 먹으면 일찍 죽어"…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머니투데이),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 10년간의 연구 결과 '반전'>(국민일보) 식으로, 마치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이 잘못된 것처럼 보도했다.


언론의 의학 관련 보도는 사람들의 식습관은 물론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이번 연구가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은 것인지 따져봤다.

[검증방법]

나트륨 섭취와 사망률의 관련성을 연구한 국내외 논문과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보건단체의 권고 내용을 살펴보고, 세브란스병원 연구팀과 의학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검증내용] 나트륨과 사망률 관련성 연구 결과 엇갈려... WHO는 소금 저감 권고
 

지나친 소금(나트륨) 섭취의 위험성을 경고한 세계보건기구(WHO) '소금 저감' 페이지 ⓒ WHO

 
소금 등에 포함된 나트륨은 사람이 신진대사를 돕는 필수 성분이지만, 지나친 섭취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WHO(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소금 5g)이고,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을 2300mg으로 정하고 있다.

WHO는 "높은 나트륨 섭취(2g/일 이상, 소금 5g/일에 해당)와 불충분한 칼륨 섭취(3.5g/일 미만)는 고혈압에 기여하고 심장 질환 및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금 소비를 권장 수준으로 줄이면 매년 약 250만 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WHO 회원국들은 지난 2013년 세계보건총회에서 2025년까지 전 세계인의 소금 섭취량을 상대적으로 30% 줄이기로 합의했다(WHO '소금 저감').

한때 세계 상위권이었던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난해 12월 발행한 '2022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소비량은 지난 2011년 4831mg으로 WHO 권고량의 2.4배 수준이었지만, 2020년 기준 3220mg으로 30% 이상 줄어들어 미국(3346mg), 영국(3340mg) 등 서구권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2022 식품의약품 통계연보' 298쪽 '우리 국민 나트륨 일일 섭취량 현황).

하지만 나트륨 섭취량이 사망률과 관련 없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나트륨 섭취, 사망과 관련 없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이혜선 교수 연구팀은 나트륨은 사망에 끼치는 영향은 없지만, 칼륨 섭취가 많으면 사망률은 최대 21%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우리나라 성인 14만 3050명을 평균 10.1년 동안 추적 관찰했고, 이 가운데 총사망자 5436명, 심혈관질환 사망자 985명을 나트륨, 칼륨 섭취량을 기준으로 5분위로 나누고 사망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연구 결과 나트륨 섭취는 사망률과 심혈관계 사망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칼륨 섭취가 많은 5분위 그룹은 1분위 그룹에 비해 총사망률은 21%, 심혈관계 사망률은 32% 낮았다(세브란스병원 보도자료, '나트륨 섭취, 사망과 관련 없어').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이혜선 교수 연구팀은 지난 11일 나트륨은 사망에 끼치는 영향은 없지만, 칼륨 섭취가 많으면 사망률은 최대 21% 낮아진다고 밝혔다 ⓒ 세브란스병원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11일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Association between dietary sodium, potassium, and the sodium-to-potassium ratio and mortality: A 10-year analysis-'(식이 나트륨, 칼륨, 나트륨 대 칼륨 비율과 사망률의 연관성: 10년 분석)이란 제목으로 실렸다(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 논문 원문)

연구팀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동맥경화 증가, 혈압 상승, 좌심실 비대, 신장 기능 약화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와 나트륨과 칼륨의 부적절한 섭취가 심혈관계질환과 사망률 증가와 관련 있다는 역학 및 임상 연구 결과도 공유했다. 반면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 사이에 연관성이 없고, 일부 고령 환자들 대상 연구에서는 저염 식단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세브란스 연구팀 "너무 많거나 적은 나트륨 섭취 모두 사망률 높여"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이메일로 '이번 연구 결과가 나트륨 섭취와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본 기존 임상연구 결과나 CDC 등의 저염 식단 권고들을 뒤집었다는 해석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12일 서면 답변에서 "본 연구만 가지고 결론을 낼 수 없을 듯하다"면서 "본 연구 대상자들은 권고되는 섭취량보다 현저하게 낮은 양의 칼륨을 먹고 있었고 칼륨 섭취량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 나트륨은 평균 2500mg 정도 섭취하고 있었는데 권고량에 비해 약간 더 섭취하는 수준이었기에 향후 위 내용을 증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연구 대상자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5g으로, 심혈관계 질환 및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 없는 나트륨 섭취량 범위(2.3~4.6g/일)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다수의 연구에서 명백하게 많은 나트륨(4.5~5g 이상)을 먹으면 심혈관 질환 사망과 총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또 너무 적은 양의 나트륨을 먹어도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연구팀이 지난 2008년 '미국임상영양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일본인 대상 추적조사 연구에서는 높은 나트륨 섭취와 낮은 칼륨 섭취가 심혈관 질환 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식이 나트륨 및 칼륨 섭취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간의 관계: 암 위험 평가를 위한 일본 공동 코호트 연구').

"WHO 나트륨 저감 권고 뒤집을 만한 연구 많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 민간협의체인 '저당·저염실천본부' 위원장인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의학적 인과 관계를 규명할 때 연구 방법론과 대상자 수와 특성, 추적기간 등에 따라 상이한 결론이 나오는 건 흔한 일이어서,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결론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WHO의 나트륨 일일 2g 이하 섭취 권고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저염식의 건강상 이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고 이를 완전히 뒤집을 만큼 상반된 연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도 나트륨 섭취량과 총사망율,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건 아니다"라면서 "연구 디자인이나 추적 기간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이 서로 상관없다고 받아들이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는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일부 언론은 '나트륨 섭취와 사망률이 관계 없다'는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짜게 먹으면 일찍 죽는다는 속설은 틀렸다"거나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에는 이같은 단정적인 표현은 없었고, 연구팀은 오히려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관련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언론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소금 소비를 줄이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속설' 정도로 일축했다.

따라서 이들 언론 보도는 일부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는 있지만,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는 사실을 누락했고, 기사 제목도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판단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짜게 먹어도 오래 산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1.12
  • 출처
    국민일보,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출처링크
  • 근거자료
    세계보건기구(WHO) 팩트시트, 'Salt reduction'(2020.4.29)자료링크 미국 FDA, 'Guidance for Industry: Voluntary Sodium Reduction Goals'(2021.10)자료링크 식품의약품안전처, '2022 식품의약품 통계연보' 298쪽 '우리 국민 나트륨 일일 섭취량 현황'(2022.12)자료링크 세브란스병원 보도자료, ‘나트륨 섭취, 사망과 관련 없어’(2023.1.11)자료링크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Association between dietary sodium, potassium, and the sodium-to-potassium ratio and mortality: A 10-year analysis-’(식이 나트륨, 칼륨, 나트륨 대 칼륨 비율과 사망률의 연관성: 10년 분석)(‘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자료링크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이메일 인터뷰(2023.1.12)자료링크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3.1.12)자료링크 'Relations between dietary sodium and potassium intakes and mortality from cardiovascular disease: the Japan Collaborative Cohort Study for Evaluation', 미국임상영양학저널(2008.7)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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