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1 07:13최종 업데이트 21.06.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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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지난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 한국경제

 
소득 상위 5%가 세금 65% 내는 나라
 
<한국경제>(아래 한경)는 지난 5월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소수 부자 편들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경>은 이날 사설('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된 세제, 지속가능하겠나)에서 "부자가 세금을 좀 더 내고 이를 활용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에선 세금이 국민에 대한 '징벌'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보도를 통해 ① 고소득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가 현 정부 증세 정책 때문이며 ②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이며 ③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오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봤다.
 
[검증 ①] 상위 5%가 65% 내는 기형적 구조?... 고소득자 세금 비중 감소
 
<한경>은 "2019년 120여만 명(상위 5%)이 25%를 벌어 세금의 65%를 냈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사람은 700만 명을 웃돌았으며 전체의 37%에 이르렀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가 계속되면서 형성된 기형적인 구조"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상위 5%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와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은 계속 줄었다. ⓒ 김시연

 
국세청이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67.8%였지만, 2015년 66.8% → 2016년 66.1% → 2017년 66.2% → 2018년 65.9% → 2019년 65.2%로 계속 줄었다.

소득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도 지난 2014년에는 80.2%였지만, 2019년 77.4%까지 점차적으로 떨어졌다. 소득 상위 0.1% 초고소득자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18.2%에서 2019년 18.6%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상위 1% 세금 비중은 그사이 42.8%에서 41.4%로 소폭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도 계속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48.1%로 거의 절반에 달했지만, 2015년 46.8%, 2016년 43.6%로 줄었고, 현 정부 들어서도 2017년 41.0%, 2018년 38.9%로 계속 줄고 있다. (출처 :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 작성한 자료)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자료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 ⓒ 국회예산정책처

 
<한경>은 현 정부의 고소득자 증세 정책 때문에 소득 상위 5%가 세금 65%를 내고, 면세자가 하위 37%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면세자 비중은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고소득자 세금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박근혜 정부 당시 소득공제 대상을 줄여 하위소득자의 실효세율이 증가했고, 고소득자들이 개인유사법인 등 조세회피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증 ②]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빠르다?... OECD 18위 수준에 G7 평균 이하
 
<한경>은 현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지방소득세 등을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2016년 41.8%로 OECD 평균(42.5%)보다 낮았지만, 2017년 44%, 2018년 46.2%, 올해 49.5%로 올라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문 정부, 소득세율 두 차례 올려 최고 49.5%로... OECD 평균 '훌쩍')

이같은 보도 내용만 보면 마치 한국의 고소득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세를 부담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중간 수준에 머물고 있고, G7 주요 선진국들보다는 여전히 낮다.
 

지방세 등 포함 소득세 최고세율 국제 비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발행 '2020 조세수첩'. 자료: OECD Tax Database(2020.7.31. 기준) ⓒ 국회예산정책처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46.2%)은 OECD 평균(42.8%)보다는 높았지만, G7 국가 평균(49.7%)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20년 7월 31일 기준 OECD 세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근거로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OECD 국가(2019년 37개국) 가운데 중간인 18위 수준이었다.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55.9%)을 비롯해 프랑스(55.4%), 캐나다(53.5%), 독일(47.5%), 이탈리아(47.2%)는 우리보다 최고세율이 높았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고세율을 46.3%에서 43.7%로 낮췄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경>은 지난 10년 한국의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실은 6위였다. 물론 이 신문은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큰 국가 중에선'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10년 전 한국의 최고세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2010년 vs. 2019년(자료 출처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 ⓒ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당시 38.5%에서 7.7%포인트 올려 6위를 기록했는데, 프랑스는 2010년 46.7%에서 8.6%포인트 올려 5위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46.4%에서 7.1%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50%에서 5.9%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0년 사이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23개국이었고, 인하하거나 그대로 유지한 국가는 각각 9개국과 4개국에 그쳤다.
 
또 최고세율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즉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은 2019년 20.1%로, OECD 평균(24.9%)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5.4%로, OECD 평균(8.3%)의 2/3 수준에 그쳤다.
 
[검증 ③]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 그게 오해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은 그동안 증세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경>은 "한국이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 교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서는 조세부담률을 구할 때 준조세를 포함하지 않지만, 프랑스 등 OECD 내 상당수 유럽 국가는 조세부담률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실제로 준조세까지 포함한 통계인 국민부담률은 2019년 기준 27%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득세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요양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도 '준조세'로 분류해 고소득자 세금 부담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과 OECD 평균 비교. 아래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과 OECD 평균 비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자료 : OECD Tax Database 2020.7.31) ⓒ 국회예산정책처

 
이처럼 준조세까지 포함하면 우리 국민이 실제 부담하는 조세부담률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지만, 실제 준조세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더 낮았다.
 
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은 2018년 기준 19.9%로 OECD 평균(24.9%)과 5.0%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은 26.7%로 OECD 평균(34%)보다 7.3%포인트 낮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소득자 세금 많은 건 소득 양극화 탓... 소득분배효과 함께 따져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OECD 평균보다 적게 걷어 다른 나라보다 면세자 비중도 높고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이는 소득 양극화 때문에 저소득층이 세금을 낼 만큼 충분한 소득을 벌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지, 우리나라 고소득자들이 외국에 비해 세금 부담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소득 5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두면 대부분 복지에 사용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금은 그보다 적게 걷으면서 복지에는 적게 쓰고 기업(경제 분야)에 많이 사용한다"면서 "조세 불평등을 따지려면 조세 정책뿐 아니라 소득분배 상황, 세금을 얼마나 걷어 어디에 얼마를 사용하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상위 5%가 세금 65% 내는 구조, 문재인 정부 증세 때문이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1.05.06
  • 출처
    한국경제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국세청, 최근 5년간(2014-2019년)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출 자료)자료링크 국회예산정책처,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 자료(2020 조세수첩,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자료링크 용혜인 의원실 장흥배 보좌관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5.7)자료링크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전화 오마이뉴스 인터뷰(2021.5.7)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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