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 차례대로 상추싹, 모종을 심었던 상추와 브로콜리, 당근싹
이정미
호기심에 브로콜리 모종 5개도 심어 보았다. 상추에는 벌레가 꼬이지 않는데 브로콜리잎에는 무당벌레 비슷한 것이 가득했다.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나는 장갑을 끼고 녀석들을 모두 잡아주었다. 배추, 무, 브로콜리잎은 벌레들이 좋아하는 채소인 것 같다. 지난해에도 배추와 무는 잎이 나자마자 벌레들이 몽땅 갉아 먹어 포기했다.
나는 겨울이면 무를 많이 먹는다. 올해는 겨울 무 농사를 그럴싸하게 지어보고 싶다. 남편과 나는 읍내에 가서 '활대'와 '한랭사'를 구입했다. 무 싹이 나면 배추흰나비가 알을 낳고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피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한랭사를 씌워 관리하며 무를 키우는 실험이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다.
어찌 된 까닭인지 당근 싹은 드문드문 빈 곳이 많다. 폭염으로 가을 당근씨 뿌림이 늦었기에 뿌리가 제대로 굵어질지 걱정스럽다. 상추와 당근은 우리집 '매일 먹는 채소'라 마음이 각별하다. 건조한 날이지만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잘 자라길 바라며 당근에게 말을 걸고, 아침저녁으로 물 주기에 열심이다.
"잘 자라라. 뿌리가 굵어지면 참 좋겠네."
아삭한 사과대추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수시로 방문하는 가을 초입. 느루뜰에는 때 이른 열매들이 나를 설레게 한다. 느루뜰에는 사과대추나무가 두 그루 있다. 지난해에는 적당한 수확 시기를 모르기도 했고, 먹는 방법도 잘 몰랐다. 우리 밭에 사과대추가 있는데도 그 열매가 귀한 줄 몰랐다니 스스로가 한심하다.
사과대추가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인의 집을 방문한 후였다. 차와 함께 도자기 접시에 동글동글 담긴 사과대추가 간식으로 나왔다. '생으로 먹는구나' 하며 맛보았는데 아삭하고 알맞게 단맛이 났다.

▲ 아삭한 사과대추와 싱싱한 호박잎
이정미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사과대추가 잘 여물고 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바구니를 들고 대추나무로 갔다. 갈색으로 익은 것, 겉면이 푸르지만 노란 기운이 감도는 것을 골라 땄다. 열매를 보고, 고르고, 손을 뻗어 따는 동작을 되풀이하는 일.
관조하고 감각하는 일에서 묘하게 '힐링'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 새순이 나고, 꽃이 피고, 시간과 더불어 열매가 굵어졌다. 햇살 가득 머금고 달달해졌다. 이런 자연의 신비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갓 딴 게 제일 맛있어요."
오후 새참 시간에 농막 이웃인 언니네에 사과대추를 가져갔다. 양 박사님이 사과대추를 베어 먹으며 말했다. 맞다. 오로지 자연이 키운 그대로의 열매 맛은 비할 바 없다. 사과대추는 알이 굵고 과육도 많다. 비타민C가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단다. 가을 제철 영양 간식으로 적당량 챙겨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누렁둥이 호박

▲ 누렁둥이 호박
이정미
감나무 아래에서 누렁둥이 호박 한 덩이를 발견했다. 올여름은 폭염과 가뭄이 심해 호박꽃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피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누렁둥이를 건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단단하게 영근 누렁둥이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수확시기가 이른 감이 있어 속이 잘 익었는지 궁금했다.
데크로 가져와 칼로 도려내 보니 노랗게 속이 꽉 찼다. 집으로 가져와 껍질을 벗겼다. 알맞은 크기로 썰어 봉지에 담아 냉동해 두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호박죽이 생각나는 날 요긴한 식재료가 될 테다.
바람이 선들선들한 요즘, 호박 줄기는 더 생기 있다. 비가 다녀간 이후로 건조한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호박은 더 늦기 전에 꽃을 부지런히 피우고 있다. 줄기 끝에는 어른 주먹만 한 애호박도 몇 개 달렸다.
호박잎도 푸릇푸릇 싱싱하다. 나는 부드러운 호박잎을 골라 따고 데쳐서 집으로 가져온다. 호박잎쌈은 별미이다. 호박잎은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어 시력 보호에도 좋다고 한다. 칼슘과 비타민 K가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단다. 채소가 귀한 계절에 참으로 요긴하다.
양념으로 쓰일 빨간 고추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빨간 고추를 따서 태양초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태양초 만들기 쉽지 않아. 햇볕에 두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적당한 때에 뒤집어 주기도 하고, 햇볕 좋은 곳을 찾아가며 잘 말려야 해. 계속해서 신경 쓰지 않으면 금세 썩고 물러지고 그래."
정말 그랬다. 나는 유별나게 고춧가루에 신경이 쓰였다. 왠지 불순물 같은 것이 섞여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불안감이 있었다. 고추를 말린 후에 하나하나 먼지를 닦았을까 하고 의심했다. 그랬기에 양념 고춧가루를 손수 만들어보고 싶었다.

▲ 빨간 고추를 따다 건조기에 바삭바삭 말렸다. 고춧가루를 만들 생각을 하면 기쁘다.
이정미
지난해 이맘때 가정용 건조기를 구입했다. 올해는 주말에 텃밭에 갈 때마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온다. 건조기에 바삭바삭 말려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오는 11월 고춧대를 정리할 무렵이 되면 방앗간에 가서 곱게 빻을 테다. 양이 많으면 조그만 병에 나눠 담아 선물로 줄 생각을 하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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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딴 게 맛있어요" 아삭아삭 달콤한 가을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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