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6월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양경규 후보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양경규
- 7년 전에도 같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릅니까.
"큰 차이가 있죠. 그때는 야인으로서 당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제는 당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고, 당대표로서 그것을 할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해내겠다는 겁니다."
2019년에는 당대표 후보로서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집행할 권한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쥐었다는 답이다. 그가 제시한 1년은 새 정당의 시간표이자 오래 반복한 주장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한이기도 하다.
- 당시 선거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민주적 사회주의와 지금 말하는 새 진보정치는 무엇이 같고 다릅니까.
양 대표는 "내용은 같다"고 답했다. 지금 제시한 노동과 생활의 의제들이 민주적 사회주의의 구체적 내용이며, 이를 대중에게 전달 가능한 언어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것과 새 공당이 그 이름을 공식 노선으로 내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청년의 반란과 정체성 정치
- 요즘 청년세대는 조직과 위계 자체에 강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이들을 새 진보정치의 주체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까.
양 대표는 기성세대가 만든 질서에 반란을 꿈꾸는 것은 모든 청년세대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1980년대 청년이 전두환 독재와 당시 체제에 저항했듯 지금의 청년도 양당정치를 포함해 앞선 세대가 구축한 현실에 반란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을 이기적이거나 보수적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청년이 제기하는 공정의 요구를 우파의 선동에 내줄 것이 아니라 정의와 분배, 불평등의 문제로 연결할 진보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의 주장을 받아 안으면서 진보적 가치로 연결할 좌파의 언어와 의제를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독재와 생존, 계급과 노동을 둘러싼 투쟁은 거듭 경험했지만 문화적·사회적·인식의 반란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일상의 질서와 위계를 거부하는 청년의 반란을 낯설어하기보다 새 정치의 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의당은 과거 젠더와 정체성 의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양 대표는 정체성 정치의 긍정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원화된 사회는 노동과 계급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젠더·인종·소수자·생태의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과제는 사회문제에 연결돼 있는 여러 요구를 더 큰 사회 변화의 전망으로 총합할 정치적 기능을 갖추는 데 있다고 봤다.
그 기능이 실제로 가능하냐고 재차 묻자 "진보정치는 그것을 해내야 한다"고 답했다. 해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새 정당의 소프트웨어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채워야 할 대목이다.
"왜 당대표에 출마하셨습니까?"
- 정의당이 처한 상황을 보면 당선됐다고 축하하기보다 위로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왜 당대표에 출마하셨습니까.
양 대표는 "많이 망설였다"고 답했다. 나이에 따른 부담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세대교체였다. 진보정치가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방법이 세대교체인데, 자신은 그 상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의당 대표가 양경규가 된 것과 32살 청년이 된 것 중 국민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기사는 32살 청년이 대표가 됐다는 기사일 겁니다."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한 것은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이어진 진보정치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한 번은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요청 때문이었다. 기존 세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청년에게 당을 맡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차라리 기성세대가 오늘부터 모두 그만두겠다고 하면 청년들이 할 수 있겠지만, 기존 세대가 버젓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청년에게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새 정당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인을 키우는 일은 1997년에 했던 일을 30년 만에 다시 하는 것이었다. 당시보다 조건은 훨씬 어려웠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다리를 놓아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직도 내가 쓸모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그 쓸모를 감사함으로 받는 것이 운동가의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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