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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당을 없애겠다"... 정의당 신임 대표의 1년 승부수

    [임미리의 집중 인터뷰] 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 ②

    등록 2026.09.14 07:37수정 2026.09.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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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①] '1987년엔 풀이 먼저 일어났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 정의당 대표의 질문에서 이어집니다.

     9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양경규 신임 대표.
    ▲ 9일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양경규 신임 대표. 정의당

    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는 자기 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당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을 다시 원내에 진입시키겠다는 통상적인 포부가 아니다. 임기는 2년이지만 승부는 1년 안에 내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정의당을 대체할 새 정당의 구상과 틀을 만들고, 이후 지도체제를 바꿔 새로운 얼굴과 의제로 2028년 총선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임기를 마칠 때 듣고 싶은 평가도 "정의당이 좀 괜찮아졌네"가 아니다. 정의당을 대체한 새로운 진보정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동·주거·기후·불평등 문제가 생기면 시민이 그 정당의 답을 궁금해하며, 국민이 인정하는 새로운 정치인과 세대가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1997년 국민승리21과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 약 30년 뒤 다시 창당을 말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창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10일 구미 한국옵티칼 노동자 투쟁 1년 희망텐트촌에서 열린 연대 문화제에 참석한 양경규.
    ▲ 2025년 1월 10일 구미 한국옵티칼 노동자 투쟁 1년 희망텐트촌에서 열린 연대 문화제에 참석한 양경규. 양경규

    NL도 PD도 성공하지 못했다

    양 대표가 새 정당을 말하며 먼저 폐기한 것은 1980년대의 답안지다. 민족모순이 먼저냐 계급모순이 먼저냐를 두고 갈라졌던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의 노선 구분은 현실에서 옅어졌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오늘의 문제는 민족과 계급 가운데 하나를 해결한 뒤 다른 하나를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운동 진영은 오래된 차이를 오히려 더 날카롭게 세워 자기 세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NL도 PD도 한국 사회운동의 주류로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980년대의 답안지를 들고 2020년대 오늘의 문제를 풀 수는 없어요."

    - 1980년대의 답안지를 버린다면 지금 필요한 정치는 무엇입니까.


    "노동계급, 기후, 젠더, 돌봄, 주거, 민주주의, 평화, 국제주의가 결합된 새로운 녹색의 좌파정치가 필요합니다."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지우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문제를 한 정치 안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진보당과의 연대·협력도 진보당이 위성정당 참여를 반성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와의 관계를 정리한 가운데 독자적 진보정치를 천명한다면 열어둘 수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이를 의제나 철학만이 아니라 정치적 '포지션'의 문제라고 불렀다.

    위성정당은 연합정치가 아니다

    2024년 총선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에 참여하지 않았고 원외정당이 됐다. 위성정당에 들어갔다면 의석을 얻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양 대표는 원외화의 가장 큰 책임을 위성정당 참여 거부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의당 자신에게 돌렸다.

    "'위성정당 때문에 우리가 의석을 못 받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원칙을 지켰습니다'라는 말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2024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양경규. 그는 2024년 1월 의원직을 승계해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난 5월 29일까지 약 4개월간 활동했다.
    ▲ 2024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양경규. 그는 2024년 1월 의원직을 승계해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난 5월 29일까지 약 4개월간 활동했다. 양경규

    - 비례대표를 넘어 지역구에서 성과를 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진보정당은 울산과 창원 등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노동 기반을 확장하고 지역적 성과를 내는 문제를 여전히 주요한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다만 노동만을 당 전체의 유일한 노선으로 세우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는 그 기반을 강화하는 전술을 집중적으로 펼치되, 당의 전면에는 노동뿐만 아니라 노동과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원화된 의제와 새로운 인물을 세워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위성정당을 거부한 선택은 독자 진보정치가 다시 싹을 틔울 "종자"까지 버리지는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의석을 얻는 대신 민주당의 하위 파트너가 됐다면 진보정치의 기반은 더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취임 연설에서 그는 위성정당을 항해자를 파멸로 이끄는 '세이렌의 노래'에 비유했다. 다당제를 위해 만든 제도를 거대정당의 의석 확대에 쓰고 소수정당을 하청정당으로 만드는 것은 연합정치가 아니라고 했다.

    - 민주당과의 협력도 모두 거부한다는 뜻입니까.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부를 등치시키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 파괴 세력과 싸우는 민주당은 그 점에서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노동·주거·불평등·기후·평화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는 민주당 정부에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립정부 참여를 지금 좌파 정치의 전략으로 삼을 수는 없지만 정책 연대와 조건부 협력, 독립적 감시는 사안마다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자적인 정치세력들이 동등하게 하나의 사안을 놓고 연대하고 같은 정치적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연합정치입니다. 하청을 주고 종속시키는 위성정당을 연합정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지역 상황에 따른 후보 연대는 중앙당과 소통하며 선택할 수 있지만 위성정당 편입과는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위성정당 참여를 소수정당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 전략으로 봅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시민사회운동이 늘 민주당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 정치와 시민사회운동을 함께 왜곡하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위성정당을 옹호하는 주장이 시민사회가 민주당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찾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그는 시민사회가 민주당 정도의 정치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내부의 통렬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4년 3월 전장연 이동권 투쟁에서 연설하는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양경규
    ▲ 2024년 3월 전장연 이동권 투쟁에서 연설하는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양경규 양경규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달라야 한다

    새 진보정당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달라야 한다. 하드웨어는 기존 정당들의 단순 통합이 아니라 판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의 통합만으로는 새 출발이 불가능합니다. 세 당도 독자 진보정치를 바라는 모든 단체 및 개인들과 함께 n분의 1로 결합해 전혀 다른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는 이 새로운 정당의 구상과 틀을 만드는 작업을 1년 안에 마치겠다고 했다. 이후 실제 새 정당이 만들어지면 양 대표의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지도체제는 바뀐다는 것이 전제다. 새 흐름과 새 얼굴이 2028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과거와 다른 의제와 실천이다. 앞서 말한 녹색의 좌파정치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고 사회적 쟁점으로 키워야 한다. 약해진 정책 역량을 다시 세우기 위해 '진보정책 연구자 네트워크'도 재구축하겠다고 했다.

    새 정당의 사회적 기반 역시 조직노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직 밖의 노동자와 기존 정치가 주변으로 밀어낸 사람들, 새로운 사회적 모순에 저항하는 운동이 함께 정치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강조한 것은 지역별 선거전술이 아니라 새 정당을 함께 만들 정치 주체의 확장이었다.

    양 대표는 2019년 정의당 제5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심상정 후보와 경쟁했으나 낙선했다. 당시 그는 스타 정치인의 개인 역량이 당을 대신할 수 없다며 지역조직과 부문운동, 현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6월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양경규 후보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 2019년 6월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걸고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양경규 후보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양경규

    - 7년 전에도 같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릅니까.

    "큰 차이가 있죠. 그때는 야인으로서 당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제는 당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고, 당대표로서 그것을 할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해내겠다는 겁니다."

    2019년에는 당대표 후보로서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집행할 권한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쥐었다는 답이다. 그가 제시한 1년은 새 정당의 시간표이자 오래 반복한 주장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하는 시한이기도 하다.

    - 당시 선거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민주적 사회주의와 지금 말하는 새 진보정치는 무엇이 같고 다릅니까.

    양 대표는 "내용은 같다"고 답했다. 지금 제시한 노동과 생활의 의제들이 민주적 사회주의의 구체적 내용이며, 이를 대중에게 전달 가능한 언어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것과 새 공당이 그 이름을 공식 노선으로 내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청년의 반란과 정체성 정치

    - 요즘 청년세대는 조직과 위계 자체에 강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이들을 새 진보정치의 주체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습니까.

    양 대표는 기성세대가 만든 질서에 반란을 꿈꾸는 것은 모든 청년세대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1980년대 청년이 전두환 독재와 당시 체제에 저항했듯 지금의 청년도 양당정치를 포함해 앞선 세대가 구축한 현실에 반란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을 이기적이거나 보수적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청년이 제기하는 공정의 요구를 우파의 선동에 내줄 것이 아니라 정의와 분배, 불평등의 문제로 연결할 진보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의 주장을 받아 안으면서 진보적 가치로 연결할 좌파의 언어와 의제를 아직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독재와 생존, 계급과 노동을 둘러싼 투쟁은 거듭 경험했지만 문화적·사회적·인식의 반란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일상의 질서와 위계를 거부하는 청년의 반란을 낯설어하기보다 새 정치의 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의당은 과거 젠더와 정체성 의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양 대표는 정체성 정치의 긍정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원화된 사회는 노동과 계급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젠더·인종·소수자·생태의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과제는 사회문제에 연결돼 있는 여러 요구를 더 큰 사회 변화의 전망으로 총합할 정치적 기능을 갖추는 데 있다고 봤다.

    그 기능이 실제로 가능하냐고 재차 묻자 "진보정치는 그것을 해내야 한다"고 답했다. 해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새 정당의 소프트웨어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채워야 할 대목이다.

    "왜 당대표에 출마하셨습니까?"

    - 정의당이 처한 상황을 보면 당선됐다고 축하하기보다 위로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왜 당대표에 출마하셨습니까.

    양 대표는 "많이 망설였다"고 답했다. 나이에 따른 부담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세대교체였다. 진보정치가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방법이 세대교체인데, 자신은 그 상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의당 대표가 양경규가 된 것과 32살 청년이 된 것 중 국민이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기사는 32살 청년이 대표가 됐다는 기사일 겁니다."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한 것은 민주노동당 이전부터 이어진 진보정치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감각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한 번은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요청 때문이었다. 기존 세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청년에게 당을 맡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차라리 기성세대가 오늘부터 모두 그만두겠다고 하면 청년들이 할 수 있겠지만, 기존 세대가 버젓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청년에게 맡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새 정당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인을 키우는 일은 1997년에 했던 일을 30년 만에 다시 하는 것이었다. 당시보다 조건은 훨씬 어려웠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다리를 놓아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직도 내가 쓸모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그 쓸모를 감사함으로 받는 것이 운동가의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양경규 #정의당 #새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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