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9.08 16:25수정 2026.09.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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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에서 3종 경기를 한다고?"
'거북섬'이라는 대회 장소를 처음 들었을 때 최근 새로 지은 건물이나 지역의 별칭, 애칭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시화호 간척 사업으로 만들어진 인공섬이었다.
내가 그동안 지역 소식에 이토록 관심이 없었나? 그곳에서 수영 자전거 달리기를 하는 3종 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그것도 몇 년째. 내가 알던 시화호, 시화 산업단지는 이런 운동을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궁금했다. 대회를 신청하였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시화호
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기업구조조정실에서 근무하며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직장 상사와 함께 담보 물건 조사를 위해 가끔 찾았던 시화산업단지는 공업 지역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고, 시화호는 도저히 수영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시중 은행과 달리 지점이 몇 개뿐인 국책은행이었다. 당시 '시화지점'은 수도권이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심심한' 지점 중 하나였다.
다시 찾은 시화호는 10년이 훌쩍 지나 천지가 개벽한 곳이었다. 내가 알던 '시화호'라는 곳은 볼 수 없었다. 포털 사이트 지도 화면으로 봤을 때는 귀여운 거북이 모양의 인공섬이지만, 넓은 도로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거대한 신도시였다. 게다가 대회가 열리는 거북섬 해안은 무려 '해양스포츠 특별 구역'이다.
이번 시흥시장배 거북섬 철인 3종 대회는 중등부·고등부 경기와 함께 동호인부 스프린트 종목과 스탠더드 종목으로 개최되었다. 스프린트 종목은 수영 750m, 자전거 20km, 달리기 5km로 진행되고, 스탠더드 종목은 수영 1500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로 이루어져 있다. 수영은 거북섬 앞바다에서 펼쳐지고, 자전거는 시화호 방조제 길을 따라 진행한다. 달리기는 거북섬 둘레 산책로 일부 구간을 왕복한다.
고등부와 스프린트 경기는 9월 5일 토요일, 중등부와 스탠더드 경기는 9월 6일 일요일에 열렸다. 1000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였다. 대한철인3종협회 웹사이트에서 대회 공지를 확인하고 신청하였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회라 신청부터 치열하다. 스탠더드 종목으로 등록하였다.
수영부터 달리기까지, 쉽지 않은 '철인'의 하루

▲ 수온이 높아 부력과 보온에 도움 되는 웻슈트 착용은 금지되었다.
서정우
'비철인' 입장에서는 꽤 쌀쌀한 날씨지만, 이른 시간 운동을 즐기는 '철인'에게는 여전히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는 9월 새벽이다. 수온은 29도를 넘어 보온과 부력 효과가 있는 웻슈트는 착용이 금지되었다. 원숭이 엉덩이처럼 패드가 달려 있는, 마치 자전거 의류처럼 보이는 '쫄쫄이' 경기복을 입고 수영·자전거·달리기 모두 진행한다.
공지된 내용처럼 물속은 따뜻했다. 수백 명의 선수가 뒤엉키고 몸싸움도 벌였다. 바닷물의 짠 내가 느껴졌다.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한 끝에 무사히 수영을 마쳤다. 물 밖으로 나오니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몸을 식힌다. 선수들 못지않게 많은 응원단의 목소리는 언제나 반갑다.
"이제 자전거 타러 빨리 가야지! 응?"

▲ 방조제 길을 따라 자전거가 진행된다. 평지이지만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서정우
대부분의 방조제가 그렇듯, 가만히 있어도 자전거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몇몇 선수는 바람 때문에 안장 위에서 휘청거리는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평지 코스이기 때문에 기록이 잘 나올 거라 하였다.
그분이 거짓말하진 않았겠지. 내 실력이 부족했나 보다. 힘들었다. 짧은 듯 긴 방조제 10km 길을 두 번 왕복하여 40km를 채우고 바꿈터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자전거를 거치하고 운동화를 갈아 신어 뛰어나갈 시간이다.
거북섬 둘레 산책로 구간을 왕복하는 10km 달리기. 아침 일찍 시작한 경기지만 달리기를 할 때쯤 이미 해가 높이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그늘이 없다. 햇살은 뜨거웠다. 경험이 있는 동호인이라면 스탠더드처럼 짧은(?) 종목의 경우 수영에서 자전거, 자전거에서 달리기로 종목을 바꾸는 과정에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양말을 신지 않는다. 오랜만에 맨발로 운동화를 신고 달렸더니 발등과 뒤꿈치에 작은 상처들이 생겨 따끔거렸다. '어서 빨리 끝났으면!'

▲ 거북섬 둘레길 산책로 달리기. 오전이지만 햇살이 뜨겁다.
서정우
결승선에서 만난 건 희열보다 안도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결승점을 통과할 때 희열 같은 것은 거의 없다. 대신 안도감이 있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깊은 안도감.
경기를 마치고 주최 측에서 나누어 주는 간식을 먹으며 결승점을 통과하는 다른 선수들을 한참 바라봤다. 때론 아쉬워하고, 누군가는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처럼 뿌듯해하는 모습이다. 동지애가 느껴진다. 아무리 요즘 3종 경기를 즐기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하더라도 아직 우리는 소수의 별난 사람들이니까.

▲ 철인 3종 경기는 연령별 순위를 집계하고 시상이 이루어진다.
서정우
대회뿐만 아니라 거북섬 일대는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낚시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대부도가 가깝다. 바닷가답게 '무한 리필'이라는 큼직한 광고 문구로 나의 식욕을 자극하며 유혹하는 조개구이·해산물 식당이 즐비하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수상 안전사고 예방 체험을 할 수 있는 안전체험관도 빼놓을 수 없다. 산책로로 연결된 바다 전망대에는 갈매기들이 모여든다. 어른도 아이도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거북섬 3종 대회를 다시 찾겠다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한다. 널찍하고 빠른 도로에서 내가 알던 시화호는 더 이상 없다. 대회장에서 인사 나누는 동지들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이름처럼 멋진 곳으로 변모한 거북섬이 더욱 반가웠다. 뒷좌석에서 아이가 소리친다.
"아빠, 우리 여기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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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들의 아빠이자 아내의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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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시화호는 없었다, 거북섬에서 철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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