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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더조직 빠져나온 내가, 용혜인을 '양심 없다' 말하는 까닭

    [평등하다는 착각] 위성정당, 두 번의 비례대표, 겸직까지...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의 욕심

    등록 2026.09.07 17:44수정 2026.09.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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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유성호

    지난 한 달간 중앙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대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세상은 얼마나 크고 또 내가 사는 곳은 얼마나 작은지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작은 것들에 매달려 전전긍긍 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너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리 다짐하기도 했다.

    이렇게 호연지기를 기르며 한 달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다짐이 와장창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이재명 정부가 성평등가족부 초대 장관인 원민경 장관을 만 1년 만에 교체하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용혜인이 그동안 성평등 이슈로 뭘 했는데?'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는데, 가장 먼저 논란이 터진 것은 '장관과 국회의원의 겸직' 이슈였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맡으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관행이나, 용혜인 후보자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겸직에 대한 논란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용혜인 의원이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연속 비례대표 배지를 달았다는 점, 그간 성평등 관련 법률을 대표 발의한 적이 없다는 점, 원민경 장관에 비해 전문성과 지식 및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그가 청년 시절 반여성주의적인 언더조직(노동당 내 비선조직을 일컫는 고유명사로 쓰인다)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점 등을 지적하는 수많은 보도가 이어졌다. 이 글은 그 최근 논의들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소수정당들이 함께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배신한 기본소득당

    필자가 알바노조 집행부로 활동하던 2016년, 노조 간부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3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당시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그중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농성장을 찾아왔을 때가 기억난다. 얼마나 세게 악수를 하는지… 못 먹어서 힘도 없는데 너무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농성장에서 우리의 요구를 말하면서 힘써달라고 했더니 심상정 의원은 "힘이 없는데 뭘"이라고 답했다.

    그때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왜 저런 말을 할까 힘빠지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가 된다. 소수정당에는 시민들이 원하는 제도를 실제로 입법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니까. 발의만 계속하다가 폐기된 법안들을 보면서 당시 심상정 의원은 아마 소수정당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2018년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아래 '정개특위')의 위원장을 맡게 된다. 당시 정개특위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원내정당, 원외정당, 시민사회까지 폭넓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수정당인 정의당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이슈에 대한 전문성도 작용했겠지만, 자력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원내에 입성한 소수정당에서 오래 진보정치를 해왔던 정치인에 대한 신뢰나 존중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당시 정개특위에서는 진통 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여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했고, 이후 본회의에선 일정한 제한을 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통과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득표율보다 의석을 더 달라는 것도, 덜 주자는 것도 아니라 그동안 득표율보다 적게 배분받던 소수정당의 의석을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제21대 총선은 정치 개혁 잔혹사가 되었다. 거대야당은 비례대표 득표만을 위한 가짜 정당을 새로 만들어 기존정당과 서로 다른 정당인 척 하면서 선거를 치르고자 했다. '위성정당'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위성정당 덕분에 지역구에 더해 비례대표 의석까지 챙겨 다시 한 번 '과대대표'되었다.


    나쁜 선례 만든 용혜인

     2020년 3월 26일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5번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 2020년 3월 26일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5번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인사하고 있다.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또한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소수정당을 '공범'으로 만들고자 했고 , 결과적으로 정의당과 녹색당 등 정치개혁 논의에 열심히 참여했던 정당들은 이러한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랜 염원 끝에 여야가 고통스럽게 이끌어 낸 합의를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지키고자 하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당 등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가담하여 의석을 챙겼다. 이 바람에 정의당은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얻었을 의석의 절반밖에 얻지 못했다. 또다시 과소대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선거에서 용혜인은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된다. 이후 나는 정치에 흥미를 잃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탈법적으로 악용하여 의석을 찬탈하다니. 열심히 활동하는 양심적이고 헌신적인 정치인들은 표를 받아도 의석을 못 얻는데, 창당하자마자 위성정당에 참여해 의석을 가져가는 모습에서 '저렇게 양심 없어야 국회의원 되는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비례대표 의원을 한 번 지낸 뒤에는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고, 비례대표 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 관례다. 비례대표는 후보자 개인의 자력이 아니라 당의 힘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당선되는 일이므로, 그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용혜인 의원은 그 관례를 깼다. 다시 한번 위성정당에 참여해 비례로 의석을 받았다. 자당의 다른 후보가 받을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할 만큼 용혜인이 꼭 국회의원이 되어야 할 이유도 찾기 힘들었다.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다른 진보정당의 의원들이 보다 많은 의석 수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용혜인 의원이 발의만 하고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들이 통과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기본소득당과 용혜인 의원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사회적 변화를 지연시킨 셈이다.

    기본소득당이 언더조직과 겹쳐보이는 이유

    기본소득당 복당한 용혜인 2020년 5월 13일 21대 총선에서 당선한 용혜인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본소득당 복당 기자회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입당원서를 받는 남성은 용혜인 의원의 배우자인 박기홍 현 최고위원(2020년 당시 사무총장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다.
    ▲기본소득당 복당한 용혜인 2020년 5월 13일 21대 총선에서 당선한 용혜인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본소득당 복당 기자회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입당원서를 받는 남성은 용혜인 의원의 배우자인 박기홍 현 최고위원(2020년 당시 사무총장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다. 남소연

    그간 고군분투해온 소수정당들의 염원을 담은 선거제도를 악용해 의석을 얻었으면서도 '소수정당이니 양해해달라'는 말로 비례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보도가 나왔다. 주된 보도는 바로 정당에 주어지는 국고보조금에 대한 내용이었다. 의원직에서 사퇴하게 되면 기본소득당에 지급되던 국고보조금이 중단되니 사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내가 볼 때 기본소득당의 운영은 용혜인 의원이 소속되어 있었던 비공개 '언더조직'의 운영방식과 유사해 보였다. 용혜인을 비롯한 기본소득당 주요 인사들이 속했던 수도권 학생운동 언더조직에는 어림잡아 30명 이상은 가입해 있었고, 이들은 방학 때마다 일주일 넘게 합숙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용혜인과 함께 '가만히 있으라' 운동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

    나는 언더조직에 소속된 채 2016년 당시 알바노조 집행부를 하면서 월급을 계좌가 아닌 봉투로 받았다. 월급은 조합원들의 조합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월급을 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활동가들의 임금을 조직의 수장인 기업가 남성 한 명이 지급하는 구조이다 보니, 사실상 자립, 자생하지 못하는 조직이었고 실제 조합비 재정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상근자를 두었다.

    단순히 후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주는 자가 싫다고 하면 채용하려던 활동가를 뽑을 수 없었고, 그의 의중에 맞춰서 운동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주는 자는 대장 노릇을 하면서 청년활동가들이 만든 활동에 이래저래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참견을 하기도 했다.

    가령 2030여성들 150명이 모이는 페미니스트 캠프에서 노동당의 당명개정을 위해 '노동당을 평등당으로' 피켓을 들고 다 같이 사진을 찍으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다. 그 외에도 활동에 돈을 대는 남자는 젊은 여성 활동가들과 한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거나, 몸을 좀 만졌다고 너무 불쾌해 하지 말라든가, 술상을 차려오라고 명령하는 등 기괴하고 성차별적인 행각을 지속했다(해당 내용은 언더조직 안팎에서 성차별 문화를 경험한 활동가 21명의 증언을 담은 <언더조직 조직문화 인터뷰집>에도 실려 있다).

    그럼에도 그의 조직 내에서의 권위는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이런 행각을 당한 대부분 20대였던 젊은 여성 활동가들은 문제제기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활동가들 모두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사람이 사회운동을 장악하고 활동가들을 마음대로 가스라이팅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2018년 일부 여성 활동가들이 폭로했으나, 용혜인은 사람보다 '조직' 옹위에 나섰다.

    지금 기본소득당이 과거 언더조직의 사례와 겹쳐 보이는 것은, 당원들의 당비만으로는 현재 규모를 유지할 수 없고, 용혜인 의원의 특별당비나 국고보조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 정치활동을 잘하기 위해 임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닌, 당직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용혜인 의원이 의석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언더조직보다 기본소득당의 경우가 더 문제적이다. 사회운동을 후원하는 기업가는 이윤을 내 마음대로 처분할 재산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도둑질한 의석으로 인해서 받는 돈은 국민들이 한푼 두푼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당직자들의 생계비가 중요하면 장관직을 고사하면 되는데, 장관도 하고 싶고 당직자들 생계도 챙겨줘야 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관례를 깨며 나쁜 선례를 남기는 중이다. 더 이상 이들을 추동하던 명분과 대의는 사라졌다.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의 욕심이 어디까지 향하는지 지켜보겠다.

    *언더조직 논란과 관련 기본소득당은 7일 "기본소득당과 해당 조직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도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소득당이 창당되고 나서 비밀조직이 당의 여러 결정·가치를 훼손하는 일들은 있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용혜인 후보자와 언더조직과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용혜인 후보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그런 말은 (언론 보도에서도) 못 본 것 같다"라며 선을 그었다.
    #용혜인 #평등하다는착각 #성평등가족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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